KBS 떠난 나영석 "안주보다 두근거리고 싶다"(인터뷰)

12년 머문 KBS 떠나 CJ E&M으로
"타성에 젖은 60대 노회한 정치인 같았다" 자기반성
"계약금 30억? 하하하"
돈키호테 같은 나영석 "꿈은 콧수염 기르고 술집 사장되는 것"
'디지털맹'에 '길치'형 인간
  • 등록 2013-01-10 오전 6:00:10

    수정 2013-01-10 오전 8:13:20

[이데일리 스타in 권욱 기자] 나영석 PD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나영석(38). KBS2 ‘해피선데이’ 코너 ‘1박2일’을 연출해 유명하다. “안됩니다.” 나 PD는 1665일 동안 ‘1박2일’에서 부정적인 말을 던지며 강호동을 곤경에 몰았다. 덕분에 ‘국민 PD’로 불렸다. 연예인도 아닌데 팬카페까지 생겼을 정도다. 그의 다음은 뭘까. 바로 ‘모험’이다. 나 PD는 12년 정든 KBS를 떠났다. 지난 2일 신년부터 CJ E&M에 새 둥지를 틀었다. 무모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지키기보다 두근거리고 싶었다.” 나 PD는 변화의 가치를 말했다. “어차피 (인생)레이스는 길다. 영원한 안전망은 없다. 이제 내 인생이 도전하는 ‘1박2일’이 될 차례다.”KBS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나PD를 만나 그의 최근 심경을 처음으로 들어봤다.

-KBS란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났다. 두렵지 않나

▲불안함도 있다. 케이블은 아무래도 접근 가능성과 익숙함이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건 콘텐츠다. 재미있으면 어디서든 본다. ‘응답하라 1997’ 신드롬이 그 예다. 상황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 케이블로 가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힘들 거다. 지상파보다 척박할 테고. 군대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PD로서는 좋은 훈련이 될 거라 생각한다. 5~10년 배운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고.

-KBS에 남아 있었다면 더 편하게 갈 수도 있는 길이다

▲많이 듣는 소리다. ‘1박2일’ 끝나고 보니 내 손에 너무 많은 게 들려져 있더라. 특히 주위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아졌고. 사람들의 칭찬과 명성을 유지하고자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직 젊은데 60대 노회한 정치인이 된 기분이랄까. 불편했다.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는 걸 절감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KBS 퇴사 일주일 전까지도 ‘인간의 조건’ 회의에 참여했다. 어차피
그래픽-이미나 기자
나갈 거 왜 사서 고생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난 재미있어 보이면 아무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얻는 게 뭐냐고? 내가 즐겁잖나.

-‘1박2일’이나 ‘무한도전’은 지상파라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섭외 부분도 그렇고. 이직하면 ‘1박2일’ 같은 국민프로그램을 못 할지도 모른다

▲강호동·이승기 등과 함께 작업한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함께 일하며 많은 영광도 누렸다. 어찌 보면 모든 예능 PD들의 꿈일 수도 있다.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난 이미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1박2일’ 시작도 모험이었다. 도전이 있었기에 성공도 가능했다. 쉬면서 옛날 생각을 많이 했다. KBS에 들어와 ‘산장미팅’ 조연출을 할 때다. 그때 이명한 PD(‘1박2일’ 전 PD)와 이우정 작가(‘1박2일’·‘응답하라 1997’ 작가)를 만났다. 그때 셋이 의견이 달라 정말 많이 싸웠다. 그래도 앞만 보고 달렸다. 비슷한 사람을 만나 즐거웠던 시기다. ‘1박2일’ 끝나고 나니 그 시절이 제일 그립더라. 다시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와 함께 일하고 싶었고. CJ E&M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계약금이 궁금하다

▲‘1박2일’ 연출할 때 이적설 나오면 ‘이적료 30억’이란 소문도 돌던데 절대 아니다. 많이들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금전적인 보상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렇다고 돈이 전부는 아니다.

-CJ E&M가서 맡게 될 프로그램은 뭔가

▲정해진 전 없다. 그냥 가는 거다.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거고. 목표는 내수용이 아닌 아시아용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청자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예능을 만들고 싶다. 합작도 시도해보고. 우리나라 예능 제작 인력은 우수하다.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영석 PD와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등 ‘1박2일’ 출연지들이 마지막 촬영 후 찍은 사진(KBS제공)
“마흔이 되면 콧수염을 기르고 술집을 열고 싶었다.” 나 PD가 대학 시절 품은 꿈이다. 그가 최근 낸 책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문학동네)에 나온 얘기다. 나 PD는 ‘1박2일’ 속 모습과 달리 허술한 구석이 많았다. 그는 ‘기계치’다. 동료들은 2~3주면 배우는 편집기 사용도 몸에 익는 데 1년이 걸렸다. 이우정 작가가 나PD를 두고 “원시인”이라고 했을 정도다. 나PD는 게다가 ‘길치’다. 운전도 아내가 주로 하는 편이다. “‘1박2일’ 촬영 전 답사를 다녀와도 항상 헷갈린다. 연기자들에게 길 설명할 때 자주 틀려 작가가 ‘그게 아니고’라고 도와준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면 방향감각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모범생 같지만 어디로 튈지 모른다. 나 PD는 돈키호테 같다. ‘1박2일’ 끝나고 그가 택한 여행지는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

-대학교 때 연극반에서 주로 지냈더라

▲연극반 활동하면서 창조적인 일에 대해 고민을 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작품을 올리면서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짜릿했다랄까. 다만, 대중적인 접점을 넗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나 TV 쪽을 생각했다. 그렇게 PD가 됐고.

-시나리오를 썼다니 의외다. 어떤 내용이었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코미디 대본을 주로 썼다. 희극을 좋아한다. 웃음의 힘을 그때부터 좋아했다. 사실 KBS에 들어와서도 3년 연속으로 ‘개그콘서트’를 지원했다. 물론 세 번 다 불발됐지만. 영웅도 스토리가 단순하고 선악이 확실한 영웅 물을 좋아한다. ‘엑스맨’ ‘배트맨’ ‘소림축구’는 보고 또 본다. 드라마는 잘 안 본다. 내 감정이 무엇엔가 휘둘리는 게 불편하더라.

[이데일리 스타in 권욱 기자] 나영석 PD
-만화도 좋아하던데

▲‘1박2일’ 할 때는 꿈이 하룻동안 만화방에 처박혀서 좋아하는 만화만 보는 거였다. ‘슬램덤크’ ‘H2’를 좋아한다. 10번 넘게 본 것 같다. 음식 만화를 좋아해 ‘심야식당’도 봤다. 조연출할 때는 일 때문에 만화방을 일부러 가기도 했다. 만화책 보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TV에 눈을 돌리느냐가 결국 웃음포인트니까.

-카카오톡도 안 쓰고 트위터 등 SNS도 안 한다

▲현대문명과 그다지 친하지 않다.(웃음) 무엇보다 그 매체를 통해 얇고 넓게 퍼지는 인간관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이다.

-술집 사장을 꿈꿨다니 의외다

▲대학 시절 로망이었다랄까. 솔직히 ‘1박2일’ 끝내고 술집 내볼까 싶어서 알아도 봤다. 그랬더니 주위에서 ‘너 같이 시작하다 망한 사람 숱하다’며 말리더라. 꿈깨라고.(웃음)

-일에 치여 딸에게는 서툰 아빠였을 것 같다

▲딸이 올해 여섯이 됐다. 지난 5년 ‘1박2일’ 때문에 거의 새벽에 들어가 사이가 진짜 어색했다. 딸은 날 볼 일이 거의 없어 낯설어했고. 아직도 나랑 둘만 있는 건 불안해한다. 그래도 ‘1박2일’ 끝나고 반년 동안 집에 있으면 많은 시간을 보내 제법 가까워졌다.

나영석은?

-1976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 적성 검사는 농업으로 나왔다. 공무원이 최고라는 아버지 말을 믿고 연세대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공부보다 연극반 활동이 우선이었다. 최재형 현 ‘1박2일’ PD와 연극반에서 동고동락했다. 졸업 후 영화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회사가 망해 두 달 만에 ‘백수’가 됐다. 학원 강사로 일하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다. 대부분 1차 시사상식 테스트에서 낙방했다. 운 좋게 2001년 KBS에 합격했다. ‘출발드림팀’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여걸 파이브’ ‘여걸식스’ ‘1박2일’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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