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속으로①] 속세 넘어 왕이 거닐던 길을 따라 걷다

한국관광공사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
충북 보은 세조길
글·사진= 진우석(여행 작가)
  • 등록 2017-10-29 오전 12:00:01

    수정 2017-10-29 오전 12:00:01

단풍이 흐르는 계곡
복천암 전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속리산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가 전해오는 명산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속리산은 우리 땅의 큰 산줄기 13개 가운데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리고, 한강과 금강,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산세는 한마디로 기골이 장대하다. 최고봉 천왕봉, 문장대, 입석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험준한 산세가 품은 유순한 길이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으로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하여 붙인 이름이다. 현재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세조길 탐방은 속리산 오리숲길과 세조길을 함께 걷고, 이어 복천암과 비로산장을 둘러보는 게 좋다.

1단풍이 물든 세조길
◇가을의 붓질 그린 ‘속리산의 가을’

서늘한 공기에 잠이 깼다. 청아한 새소리와 진한 나무 향이 텐트 속으로 밀려온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듣기 좋다. 간밤에 속리산사내리캠핑장에서 묵었다. 속리산 오리숲길 옆에 자리한 캠핑장으로, 사이트가 널찍하고 숲이 좋아 가족 캠퍼들이 많이 찾는다. 캠핑장의 아침은 여유 있고 평화롭다. 그 분위기에 젖어 느긋하게 아침을 지어 먹고 길을 나선다.

캠핑장에서 나와 속리산 오리숲길을 걷는다. 속리산버스터미널부터 법주사까지 가는 이 길은 10리(4km)가 안 되고 5리(2km)만 이어진다고 해서 오리숲길이다. 먼저 밑동 굵은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길이 나온다. 자유롭게 가지를 뻗어 곡선을 그리는 소나무가 성스럽게 느껴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되도록 천천히 걷는다.

법주사 매표소를 지나면 ‘세조길 자연관찰로’ 안내판이 반긴다. 여기부터 세조길이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속리산 오리숲길에 가을의 붓질이 시작됐다. 초록 잎사귀 일부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초록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에 설렌다.

속리산 오리숲길 종착점에 법주사가 있다. 관음봉, 문장대, 천왕봉 등 속리산 주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속리산 최고의 명당이다. 법주사는 553년(진흥왕 14)에 의신이 창건했고, 776년(혜공왕 12)에 진표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 미륵 신앙의 중심 도량으로 바뀌었다. ‘호서 지방 제일 가람’이란 별칭처럼 법주사 경내와 암자에는 국보 3점, 보물 12점, 시도유형문화재 22점 등 문화재가 많다.

법주사 일주문
경내로 들어서 금강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보은 법주사 팔상전(국보 55호)을 만난다. 5층 건물인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목탑이다. 팔상전이라는 이름은 팔상도를 모신 건물이라는 뜻이다. 팔상도는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부처가 도솔천에서 내려오는 모습, 룸비니에서 탄생하는 모습, 세상을 관찰하는 모습, 성을 넘어 출가하는 모습, 설산에서 수도하는 모습, 보리수 아래서 마귀의 항복을 받는 모습,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하는 모습, 열반에 드는 모습이다. 그중 열반에 드는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여 한참을 쳐다본다.

이어 팔상전 뒤의 쌍사자 석등(국보 5호)을 감상하고, 법주사의 중심 법당인 2층 대웅보전(보물 915호)에서 부처님께 인사를 올린다. 법주사 경내에는 원통보전, 석연지, 철당간, 무쇠 솥, 마애여래의좌상 등 유물이 많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둘러보자.

법주사에서 나와 다시 세조길을 걷는다. 세조길과 나란한 도로는 예부터 있던 길이다. 주말이면 등산객과 부속 암자를 찾는 차량이 뒤엉켜서 혼잡했는데, 속리산국립공원이 세조길을 연 덕분에 호젓한 숲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길은 계곡을 막으며 생긴 널찍한 저수지 옆을 따른다. 저수지 안에 가을 하늘이 잠겼고, 물고기가 살랑거린다. 휴게소를 지나면 계곡을 따라 데크가 이어진다. 수량이 적어도 물소리가 제법 크다. 계곡으로 크고 작은 바위가 있는 까닭이다. 귀를 열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물소리가 번뇌와 망상을 씻어주는 느낌이다.

이윽고 도착한 목욕소. 세조가 이곳에서 목욕하다가 월광태자를 만나 피부병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목욕소를 지나 세심정 입구에서 세조길이 끝난다. 그 지점부터 세조길 연장 공사가 한창이다. 세조길 종착점은 세조가 다녀간 복천암으로 하는 것이 좋다.

세심정휴게소를 거쳐 이뭣고다리를 건너면 복천암으로 들어선다. 복천암은 세조가 마음의 병을 고친 곳으로 알려졌다. 사흘 동안 기도하고 신미대사의 설법을 들은 뒤 복천(福泉)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한다. 복천을 마셔본다. 달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왠지 복 받을 거 같아 벌컥벌컥 들이켠다.

비로산장 아래 산길
◇속리산의 숨은 보물 ‘문장대, 비로산장’

이후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처 문장대에 오른다. 좀 더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복천암 입구 오른쪽으로 난 데크를 따라 올라가자. 이정표도 없는 이 길이 복천암의 숨은 보물이다. 설렁설렁 이어진 오솔길을 10분쯤 오르면 고갯마루에 이르는데, 여기에 신미대사와 그의 제자 수암화상의 승탑이 있다. 승탑 뒤 소나무 사이로 속리산의 우람한 바위 능선이 보인다.

승탑에서 내려오면 속리산의 숨은 명소 비로산장이 나온다. 계곡을 낀 산장은 주변으로 큰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져 분위기가 그만이다. 고 김태환 씨가 지은 개인 산장으로, 52년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대를 이어 가족이 운영한다. 산장 마당에 들어서면 녹차를 건네며 쉼터를 제공한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산장을 바라보는 맛이 그윽하다. 계곡 물소리 벗 삼아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

속리산을 떠나 들러볼 만한 곳은 성족리에 자리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다. 보은은 동학농민군이 최후를 맞은 곳이다. 1894년 12월 공원 근처 북실마을 일대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이때 동학군 약 2500명이 사살되면서 동학농민운동은 막을 내린다. 통곡의계단을 올라 동학농민혁명군위령탑에 묵념을 올리는 것으로 보은 여행을 마무리한다.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의 통곡의벽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속리산 오리숲길→법주사→세조길→복천암→비로산장→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1박 2일 여행 코스= 속리산 오리숲길→법주사→속리산사내리캠핑장→(숙박)속리산 오리숲길→세조길→복천암→비로산장→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가는길=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상장교차로→장안로→속리산국립공원 주차장

△먹을곳= 이호정(043-543-3734)에서는 산채정식·버섯전골, 문장대식당(문장대토속음식,043-543-3655)에서는 버섯전골, 영남식당(043-543-3924)에서는 대추한정식,, 신라식당(043-544-2869)에서는 북어찌개가 유명하다.

△주변 볼거리= 보은 삼년산성, 보은 우당 고택(선병국가옥), 오장환문학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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