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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앙정부가 해야할 일은 중앙정부가 (사무와 재정 모두를) 맡고 지방정부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지방정부에 전적으로 넘겨서 맡겨야 합니다. 이런 교통정리가 안돼 있다보니 지방정부는 재정이 더 취약해지고 그로 인해 더욱 더 중앙정부에 손만 벌리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회장에 이어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지방자치 전도사`로 뛰고 있는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지난 24일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곳곳에서 재정 분담을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충돌 양상에 대해 이같은 진단을 내놨다. 정책 수립과 재원 분담, 실제 사무 등을 중앙과 지방이 뒤섞여 맡는 지금의 구조를 정책 사업별로 어느 한 쪽이 전담하는 식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재정 갈등의 양상은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중앙정부는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등 사회복지혜택을 하나둘 확대하고 있는데 이를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하다보니 `의사결정은 정부가 하는데 재원은 지자체가 함께 분담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 1월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쓴 편지에서도 이런 기초단체장의 고충이 잘 드러난다. 당시 정 구청장은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부담에 재정파탄이 우려된다”며 중앙정부의 국비 보조율을 높여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정 구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청취한 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 구청장의 요청이 타당하니 개선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문 구청장은 “지금까지 이 부분을 어떻게 바꾸겠다는지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정책에서도 이같은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제1공약 중 하나인 고교무상교육을 1년 앞당겨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교육부가 한 해 2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중앙과 지방이 절반씩 분담한다고 발표한 뒤 논란이 한창이다. 시도교육청과 지자체들은 중앙정부 지원을 늘려 재원을 안정화하지 않으면 제2의 누리과정(무상보육)과 같은 파행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문 정부가 진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에서도 재정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문 정부는 국비를 지원하는 총 23개 사업,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타면제사업을 선정했지만 충북도와 울산시 등에서 해당 사업을 전액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모두 중앙과 지방간 업무가 확실하게 구분되고 그에 따른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은데서 오는 갈등으로,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자치분권`을 내세우고 있는 문 정부로서는 이를 풀지 않으면 앞으로도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 정부가 공약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전체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은 국가가 하고 어떤 일은 시도나 시군구에 맡길지를 먼저 정해야만 이런 갈등을 없애는 진정한 지방분권이 가능해진다”며 “이래야만 할 일에 맞춰 재정분권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준공영제 지원이나 버스 환승할인, 지하철 무임승차 등도 보편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하는 잣대로 들여다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