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VS비윤리적…'식량일기'가 던진 질문

  • 등록 2018-06-02 오전 7:00:13

    수정 2018-06-02 오전 7:00:13

사진=tvN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불편한 진실일까 비윤리적 방송일까. 지난달 30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새 예능프로그램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이하 ‘식량일기’)이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동물권단체는 지난 1일 “‘식량일기’는 닭을 식재료 및 오락거리로 착취하며 공장식 축산을 왜곡한 프로그램”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체 측은 “공장식 축산에서 길러지는 닭으로 만들어지는 닭볶음탕에 있어 프로그램의 취지는 결코 실현 가능하지 않다”며 프로그램의 폐지 혹은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1회 시청률은 1.24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무난한 출발이지만, 화제성은 이를 압도한다. 첫 방송부터 멤버들은 직접 기른 닭을 요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워 했다. “식재료로 키우는 닭”이란 전문가의 조언도 소용없었다. 멤버들은 갓 부화한 병아리에 이름을 붙여주며 애정을 쏟았다.

이후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어쨌든 식용이란 의견과 감정적 교류를 한 이상 잔인하다는 지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충돌했다.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성광은 농장 교육 중 “(닭이)나를 기억한다고 하니 (먹기 위해)못 잡을 거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화 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도 함께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식량일기’ 방송화면 캡처
전문가들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한 듯 제작진은 1회부터 전문가 토론을 다뤘다. 진중권 교수는 “닭을 잡아먹는 사람들에게 윤리적인 책임은 없지만 상처를 받을 것 같다는 사람들의 심리도 존중돼야한다”고 말했다. 최훈 교수는 “프로그램 속 닭이나 양계장의 닭은 똑같은 닭”이라며 “관점을 분리해서 먹는 건 이율배반적이며 감정이입이 식량의 본질을 거스르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식량일기’ 촬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이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식량일기’는 제작진 개입 최소화를 미덕으로 하는 관찰예능이다. 닭 이름 붙여주기가 출연자의 의지였듯, 직접 기른 닭의 운명 또한 이들의 선택에 달렸다. 대신 제작진은 1회의 전문가 토론처럼 다양한 시각을 조명하고 관련 정보를 전하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목적은 임무의 성공이 아니다. 제작발표회에서 제작진은 농사나 도축에 실패할 시 2안, 3안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재료가 어떻게 우리의 손에 들어오는지 살펴보는 것이 ‘식량일기’의 기획 의도이기 때문이다. 즉 닭이 죽느냐 사느냐가 아닌 그 과정 자체가 ‘식량일기’의 지향점이다. ‘먹거리 예능’의 홍수 속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공장식 축산을 되짚어 봤다면 ‘식량일기’는 식재료에 대한 예능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며 “결국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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