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돌파 '아바타2', 어떻게 겨울 韓 극장 구원한 히어로가 됐나

역대 29번째 천만 영화…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초반 성적 저조했지만…특수관 관람 입소문 타고 장기흥행
12월 영화 매출의 절반 이상…"'아바타2 없으면 망했을 것"
극장주 실적 회복세…"대형 스크린의 필요성 확인"
  • 등록 2023-01-25 오전 6:00:00

    수정 2023-01-25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어떤 영화는 우리에게 이벤트가 된다.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영화들이 있지 않나. 쉽게 본다면 그 특별함은 사라진다. 기대하고 기다려 마침내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체험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보고 느낀다. 그런 영화가 바로 ‘아바타’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개봉 전인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을 만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남긴 말이다.

“우리 영화로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란 제임스 카메론의 다짐은 현실이 됐다. ‘아바타2’가 2023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개봉 42일 만의 기록이다. 코로나19 이후 외화가 천만 관객을 넘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국내 작품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범죄도시2’ 이후 ‘아바타2’가 두 번째다.

전문가들은 ‘아바타2’가 침체한 겨울 극장가를 살린 유일한 영웅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업적은 ‘시청’을 능가한 ‘체험의 수단’으로 영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것이다. 향후 영화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까지 제시했다는 평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뚝심…새로운 천만 역사 써

지난해 12월 14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아바타2’는 전편 ‘아바타’ 이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인 후속작이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한 건 아니었다. 개봉 첫날 36만 명을 동원한 ‘아바타2’의 오프닝 성적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71만 명),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76만 명) 등의 기록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했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3D 특수관 상영을 표준으로 고집해온 감독의 뚝심, 현존하는 CG(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총동원한 작품의 영상미가 서서히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실제로 ‘아바타2’는 프레임 수를 늘리는 HFR(High Frame Rate), 수중 모션 픽처 촬영 기술 등을 활용해 황홀한 수중세계를 작품에서 구현했다. 이를 위해 3억 5000만달러(한화 약 4500억 원), 할리우드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순수 제작비를 투입했다.

이는 “‘아바타2’를 제대로 보려면 3D, 4D 특수관을 가야 한다”는 입소문으로 관객들에게 확산됐다. 일반 상영관보다 2배 가까이 비싼 티켓가격을 내고서라도 영화를 제대로 만끽하려는 관객들의 니즈를 저격한 것이다. 특수관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아바타2’를 관람해 후기를 공유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장기 흥행에 돌입했고, 개봉 42일 만인 지난 24일 천만 고지를 넘어설 수 있었다. 192분의 긴 상영시간이 흥행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금세 우려는 무색해졌다.

한국 영화계에서 ‘천만’이란 숫자는 작품의 대흥행을 판가름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평소 영화를 보지 않던 사람들까지 극장에 모아야 천만을 넘을 수 있다. 연평균 1000여 편의 개봉작들이 쏟아지지만, 역대 천만 영화는 지난해까지 고작 28편뿐이었다. ‘아바타2’가 29번째 기록을 썼다. 천만 관객을 넘은 외화는 ‘아바타2’까지 총 9개에 불과하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스토리가 낡고 진부하다는 혹평이 많지만 부모-자식 관계의 현실적 묘사, 가족을 지키는 아버지의 고군분투 등 단순하면서도 통속적인 내용이 대중에게 친근감을 유발했다”며 “전작 ‘아바타’에서 쌓은 세계관이 워낙 탄탄해서 13년이 흐른 현재까지 견고한 팬덤층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흥행 요인을 진단했다. 여기에 “특수관 산업의 가치, 모바일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극장 관람의 즐거움을 일깨워줬다”고도 덧붙였다.

매출 절반 이상 차지…극장株도 활짝

‘아바타2’가 아니었다면 12월 영화시장이 암울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국내 영화산업 매출액은 1576억 원으로 전월 대비 148.4%(942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아바타2’의 매출액이 903억 원으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12월은 겨울 방학, 크리스마스 등으로 극장가에서 대목인데, ‘영웅’ 등 같은 기간 스크린에 오른 기대작들이 모두 저조한 성적을 냈다”며 “‘아바타2’가 없었다면 극장가가 무너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장주들도 ‘아바타2’ 흥행 덕에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IBK투자증권은 CGV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아바타2’ 덕분에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이환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바타2’를 제외한 대작 콘텐츠 라인업의 부재로 전분기 대비 역성장이 예상되나, 특수관 중심의 ATP(평균 티켓 가격) 상승에 기인해 전년 동기 대비 견고한 실적 회복세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퀄러티 높은 대형 콘텐츠의 존재는 앞으로도 대형 스크린의 수요로 지속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때 OTT가 극장을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실은 볼거리와 흥행작이 부족해 이같은 오해가 발생한 것임을 ‘아바타2’가 증명했다”며 “결국 극장을 살리는 것은 콘텐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작품들의 개봉 및 흥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아바타2’ 흥행을 계기로 관객들이 극장 나들이의 즐거움을 느껴서인지, 많은 이들이 ‘교섭’, ‘유령’,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후속 개봉작들을 보러 설 연휴 극장을 찾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작품의 흥행은 다른 작품의 투자, 제작, 배급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해 여름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한국 영화 기대작들 4편이 한꺼번에 개봉해 흥행했던 선례가 있다. ‘아바타2’의 천만 돌파는 상영 중인 ‘교섭’, ‘유령’은 물론 앞으로 나올 다른 대작들의 개봉 시기 및 흥행에도 순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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