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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늪에 빠질 뻔했던 이재경(24)을 바꾼 건 작은 변화에서 시작했다. 더 일찍 일어나서 1시간이라도 더 많이 훈련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재경은 “아침 6시나 6시 반에 일어나서 늦어도 7시 반엔 연습장에 나가 어프로치를 시작으로 스윙 연습까지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며 “그랬더니 약점이었던 쇼트게임 등이 좋아졌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5월 들어서면서 시즌 초반의 부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4위로 시즌 첫 컷 통과이자 톱10을 장식한 이재경은 이어진 우리금융 챔피언십과 SK텔레콤 오픈 공동 7위 그리고 5월 마지막 주 펼쳐진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공동 10위로 4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었다.
갈수록 더욱 견고한 경기력을 펼친 이재경은 마침내 이번 시즌 8번째 출전한 대회이자 자신의 의류 후원사가 주최하는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에서 기다렸던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10 행진을 이어온 이재경은 이번 대회에서도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였다. 조별리그에선 우승 후보 서요섭(27)을 2홀 차로 제압하는 등 3전 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고, 그 뒤 고군택과 권성열, 강경남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선 역시 6전 전승을 기록한 배용준을 상대로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뜻밖에 일찍 승부가 갈렸다. 전반에만 4홀 차 리드를 잡아 기선을 제압한 이재경은 후반에도 10번과 12번 그리고 13번홀에서 이겨 5홀 남기고 7홀 차 압승을 거뒀다.
이재경은 “동점 상황에서 3번과 4번홀을 연속으로 가져오면서 흐름을 탔고 8번홀에서 어려운 버디 퍼트가 들어간 뒤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후반에도 퍼트를 잡으면 다 들어갈 것 같은 좋은 흐름이 이어졌고, 그러면서 일찍 승부를 마칠 수 있었다. 우승할 때를 돌아보면 이런 좋은 감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이재경은 이번 시즌 더 높은 곳을 향했다.
그는 “앞으로 KPGA선수권과 한국오픈이 열리는 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지금의 감이라면 체력만 잘 관리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번에 잘했다고 해서 다음 대회에서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하고 채우면서 남은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우승으로 1억6000만원의 상금을 받은 이재경은 시즌 상금 3억원(3억1330만3333원)을 돌파했고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배용준은 결승에서 이재경의 벽을 넘지 못해 준우승에 만족했고, 강경남(40)과 박은신(33) 공동 3위, 김민규(23)와 박상현(40) 공동 5위, 권성열(37) 7위, 강태영(25) 8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