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인 美대학들의 수십조 기부금 굴리는 법[마켓인]

美대학, PEF·VC에 기부금 위탁 증가
평균 30% 투자…일부 대학 40% 돌파
줄어든 기부금 수익률에 지출은 증가
수익률 개선 전략으로 투자방식 변화
최고 수십조 규모…기관투자자 대우
"학연 총망라한 유치 작업 펼쳐질 것"
  • 등록 2023-02-28 오전 4:59:21

    수정 2023-02-28 오전 11:06:01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천문학적인 규모의 기부금(endowments)을 운용하는 미국 대학들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벤처캐피탈(VC)에 자금을 위탁하는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많게는 전체 운용 자산의 40% 넘는 규모를 이들 운용사(GP)에 맡기는 흐름마저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대학 기부금 수익이 줄어드는 반면 물가 상승 여파로 지출이 늘자 이를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간접 투자를 늘려 수익률 추구에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거대 기부금을 기반으로 하나의 ‘대형 기관투자자’로 인정받을 수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미국 대학들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탈(VC)에 자금을 위탁하는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많게는 전체 운용 자산의 40% 넘는 규모를 이들 운용사(GP)에 맡기는 흐름마저 보이고 있다. 하버드대 도서관 내부 전경(사진=하버드대)
사모펀드·VC 투자 늘리는 미국 대학들

미국 내 1700개 대학 재무임원이 있는 ‘미국 대학교 경영자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 and University Business Officers, NACUBO)와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이 지난 17일 발표한 미국 대학 기부금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들이 PEF와 VC에 투자한 비율은 평균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ACUBO는 학교 기부금 10억 달러(1조3000억원)를 기준으로 투자 비율이 편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10억 달러는 밑도는 대학들은 PEF·VC 투자 비율 평균 18% 안팎이었던 반면 기부금 규모 10억 달러를 웃도는 대학들의 투자 비율은 평균 32%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해 있는 사립대학인 브라운대는 전체 포트폴리오(투자 자산)의 43%를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5~10년 전만 해도 미국 대학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식 투자였다. 대학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전체 운용 자산의 3분의 1 수준을 미 증시에 투자해왔다. 이밖에 기부금에서 발생하는 금융 이자와 건물 임대 등을 통한 수입 등이 전통적인 수입원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PEF와 VC에 학교 기부금을 위탁하는 일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대학들의 PEF와 VC 투자 확대 이면에는 감소세로 돌아선 기부금 수익률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학들의 기부금 수익률은 평균 8% 감소했다. 직전해 평균 수익률(30.6%)과 비교하면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면서 2016년 이후 6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받아들었다.

투자자를 애타게 찾던 글로벌 PEF·VC들도 미 대학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기부금 상위 10개 대학의 기부금 규모는 3030억 달러(401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5월 있었던 하버드대 졸업식 전경(사진=AFP)
기부금 수익률이 큰 폭으로 줄어든 사이, 미국을 덮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여파로 학교별 지출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자본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며 기부금 규모까지 줄어든 것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기부금 조사를 진행한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 지역총괄 책임자인 질 포포비치(Jill Popovich)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기부금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압력에다 연말까지 이어진 주요 투자 지표 급락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운용사들 대학 기부금 유치 총력전 시작

위기에 몰린 미국 대학들은 기부금 수익률 회복을 위해 투자 테마에 적잖은 변화를 주고 있다. 주요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약 494억 달러(65조원) 규모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기부금을 굴리는 하버드대는 기존 투자에 변화가 생길 것임을 시사했다. 나베카(N. P. Narvekar) 하버드대 기부금 CEO는 연례 서한을 통해 “연말에 포트폴리오 조정을 단행했다”며 “의미있는 조정(Meaningful Adjustment)이 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전보다 높은 수익률 추구와 함께 주식과 같은 ‘직접 투자’ 대신 운용사를 통한 ‘간접 투자’ 선호 흐름이 짙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기부금 규모 상위 10개 대학(자료=NACUBO)
투자자를 애타게 찾던 글로벌 PEF·VC들도 미 대학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기부금 상위 10개 대학의 기부금 규모는 3030억 달러(401조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의 경우 운용사들이 대학을 직접 찾아가 특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교 입장에서도 위기 타개를 위한 선택이지만,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비교적 큰 규모의 기부금을 운용하는 대학은 하나의 ‘기관 투자자’로 대우받을 수 있어서다. 운용사들도 하버드나 프린스턴, MIT, 스탠퍼드 등 내로라하는 대학들의 자금을 운용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커리어로 남을 수 있어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학들이 기부금에 목을 매는 이유는 운영과도 관련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명문대 반열에 오르기 위한 전제조건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질긴 학연 문화를 가진 미국 대학들의 기부금 유치를 위해 관련 대학들의 인재를 각 학교 펀딩(자금유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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