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비타500 방부제 논란의 진실은?

환경단체vs식약청 공방에 제약업체 ''우리만 억울''
주장만 있고 결론은 없어..소비자들 불안 고조
  • 등록 2005-09-25 오전 11:18:05

    수정 2005-09-25 오전 11:18:05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박카스를 둘러싼 방부제 논란이 뜨겁다.

박카스, 비타500, 활명수, 원비디 등 오랫동안 귀에 익은 강장제들이 방부제를 함유하고 있어 사람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환경운동연합은 방부제 함량을 정하는 식약청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식약청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제약업체들은 식약청과 환경단체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됐다며 '법대로 한 우리가 무슨 잘못이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답답한 쪽은 소비자들이다. 이 제품들이 방부제가 들어간 제품인지조차 모르고 먹었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도 적지 않지만, 그보다 그래서 인체에 해롭다는 건지 괜찮다는 건지 아무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데서 오는 불안감이 더 크다. 어느 쪽 말이 옳다는 건지, 이 제품들을 계속 사먹어도 되는 건지 계속 혼란스럽기만 하다.

◇제약회사들 '억울하다' 하소연

이번 논쟁의 도화선인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이다.  

"비타500, 비타파워 등 기능성 음료와 박카스·원비디 등 자양강장제, 까스활명수 등 소화제에 인체에 해로운 방부제(안식향산나트륨)가 들어있다. 이 제품들을 많은 소비자들이 음료수처럼 마시고 있고 어린아이들도 마시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칫하면 방부제를 과다복용하게 된다. 이 제품들의 방부제 함량을 정한 식약청 기준이 너무 느슨하며 이를 보다 엄격히 해서 이 제품들에 함유된 방부제를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3일과 22일 각각 성명을 발표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과 제약업체들은 해당 제품들이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일정 용량의 방부제를 함유하고 있다는 점과 이 방부제가 과다 복용할 경우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식약청이나 일부 제약업체들은 환경운동 연합의 발표 이후 반박·해명 자료를 통해 안식향산나트륨이 '많이 해로운 물질은 아니다'는 식의 논리를 펴기도 했지만 어쨌든 해롭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고 환경운동연합이 제시한 함유량 수치 자체도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제를 제기한 환경운동연합 역시 해당 제약업체들의 제품이 식약청 기준을 준수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규정을 어기고 방부제를 과다하게 투입한 제품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제약업체들이 '법대로 했는데 억울하다'는 정도의 대응밖에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따지거나 싸울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약업체들은 문제가 된 방부제는 제품의 보존을 위해 안넣을 수 없는 물질인데 식약청에서 '이만큼만 넣어라'고 지시했고 그에 따랐을 뿐인데 어느날 갑자기 부도덕한 업체가 됐다는 하소연을 한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번 발표가 제약업체들을 겨냥하거나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규정을 그대로 준수한 제약업체들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실제 사례를 들지 않고 막연하게 안식향산나트륨의 허용기준치가 느슨하다고만 주장한다면 식품첨가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그게 어떤 영향을 갖는 건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게 아니냐"며 실제 제품들의 이름을 일일이 발표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제약업체들도 방부제 성분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 그동안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적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가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 연합의 또 다른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이런 과정이 있은 후에야 기업들도 방부제를 줄이거나 없앤 새로운 제품을 만들게 되고 그것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즐겨찾는 제품에 방부제가 들어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권리도 있고 방부제가 없는 제품을 골라 선택할 권리도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와 식양청 정면 충돌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제약회사들이 잘했나 잘못했나의 문제가 아니라 '식약청에서 정한 방부제 함량기준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환경운동연합의 주장과 '위험할 까닭이 없다'는 식약청의 반박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논란은 '과연 이 제품들이 안전한가'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사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소비자들에게는 '제약회사들이 억울한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보다 '이 물질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대로 만든 제품들이 이 모양이니 법이 잘못된 것이고 고쳐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고 '법도 잘못된 게 없고 제품들도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청의 주장이다. 극과 극을 달리는 주장이다. 결국 누구의 말이 옳은지는 양측의 주장을 곰곰이 들어보는 수 밖에 없고, 해당제품들을 계속 사 먹을지 여부도 스스로 결정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재 소비자들이 처한 입장이다.

◇식용 방부제 '안식향산나트륨'이란?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기능성음료나 자양강장제 등에 포함된 '안식향산나트륨'이라는 방부제가 있다. 이 물질은 음료수나 자양강장제가 유통과정에서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넣는 방부제다.

진공포장을 하는 쥬스제품이나 탄산음료에는 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진공포장 자체가 부패를 막는 기능을 하고 탄산음료는 탄산이 방부제 역할을 해준다는 게 이유다. 안식향산나트륨은 각종 음료뿐 아니라 마요네즈·잼·마가린 등에도 첨가된다.

그렇다면 이 물질은 몸에 해로운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조금 먹더라도 이로울 건 없지만 얼마나 먹을 때 정말 해로운지는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식약청도 이 물질이 '눈, 점막 등의 자극 및 기형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식약청이 이 물질의 함유량을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많이 먹으면 위험한 물질이라는 반증이다.

그러나 유통과정에서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첨가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이 성분만 쏙 빼놓고 먹을 방법은 아직 없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이 물질에 대해 사용은 허용하되 '먹어도 괜찮을만한' 용량을 규정으로 정해놓는다. 다만 음료수나 약 한병에 얼마까지 넣을 수 있다는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기준은 일본과 같은 수준이고 미국보다는 엄격하며 EU보다는 느슨하다.

우리나라는 음료수는 100ml짜리 한 병에 60mg까지, 자양강장제는 70mg, 소화제에는 100mg까지 넣을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광동제약(009290)의 비타500은 100ml 한병에 안식향산나트륨이 29mg 들어있고 동아제약(000640) 박카스는 70mg, 동화약품(000020)의 까스활명수는 75ml 한병에 75mg이 들어있다. 식약청 기준으로 보면 모두 합격품인 셈이다.

◇박카스, 비타500, 활명수 계속 사먹어도 되나?

그렇다면 왜 100ml 당 60~100mg으로 허용치를 정했을까. 이 기준은 식약청의 설명에 따르면 그정도 함량이면 인체에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따르면 안식향산나트륨은 하루에 사람 몸무게 1kg당 5mg까지는 섭취해도 괜찮은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몸무게가 60kg인 성인일 경우 300mg까지는 괜찮다는 뜻이다. 물론 가능하면 그보다 덜 먹거나 안먹는게 좋지만 불가피한 경우라도 그 이상을 초과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의미다. 이 기준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자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환경단체와 식약청 모두 이 기준의 적합성은 일단 인정하고 있다.

300mg이면 박카스 4병을 마셔도 괜찮다는 뜻이다. 박카스 4병에 들어있는 안식향산나트륨은 280mg에 불과하다. 비타500으로 따지면 10병을 마셔도 290mg이다. 활명수도 4병까지는 괜찮다. 식약청이 정한 기준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박카스는 하루 1병을 마시라고 되어있고 활명수도 하루 3번까지만 먹으라고 되어 있으니 용량과 용법을 잘 지키면 하루에 안식향산나트륨 섭취량 300mg을 넘길 까닭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측의 주장은 다르다. 현실적으로 박카스 원비디 등의 자양강장제를 약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음료수로 생각하고 마시는 경우가 많으므로 용량과 용법이 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물론 이 경우 용량을 지키지 않은 소비자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현실적으로 과량복용할 가능성이 높다면 식약청이 이를 반영해서 첨가물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용량을 지킨다고 해도 여러 제품을 같이 섭취하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체중 60kg 성인이 아침 저녁으로 비타500을 한병씩 마시고 식후에 까스활명수를 1병씩 세 번, 그리고 오후에 박카스 한 병을 마셨다면 안식향산나트륨 섭취량은 324mg으로 기준치를 초과한다.

둘째는 몸무게 60Kg이 안되는 어린이나 유아의 경우는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몸무게 14kg인 어린이는 하루 허용량이 60kg 성인의 4분의 1인 70mg이다. 박카스 1병을 마셔도 허용량 한계치가 되고 비타500 대용량 포장(250ml)을 마시면 하루 섭취 허용량을 넘긴다.

물론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3~4세의 어린이가 무슨 박카스나 비타500 큰 포장을 마시겠느냐는 반박논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환경운동연합은 7세 이하 어린이의 76%가 비타민음료를 마신적이 있거나 마시고 있다는 설문조사 자료를 근거로 내놓고 있다. 7세 어린이라면 몸무게는 약 25kg, 하루 섭취 허용량은 125mg으로 하루에 박카스 1병과 비타500 2병을 마시면 허용치를 넘긴다.

특히 안식향산나트륨은 자연식품이나 쨈, 마요네즈 등 음료수 외에 다른 곳에도 들어있기 때문에 자양강장제나 기능성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어느정도 섭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용치 이상의 방부제를 섭취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게 환경단체 측 주장이다.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

이번 논란은 결국 '체중 60kg 성인이 아침 저녁으로 비타500을 한병씩 마시고 식후에 까스활명수를 1병씩 세 번, 그리고 오후에 박카스 한 병을 마시는 상황'이나 '몸무게 14kg의 어린이가 박카스나 비타500 큰 포장을 마시는 상황'이 발생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케이스냐, 아니면 흔히 있을 수 있으므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냐에 대한 인식과 판단의 차이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이 식약청의 허용기준을 보다 강화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실제로 자양강장제가 약이라기 보다는 음료수로 인식되어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있다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라는 논리다.

그러나 식약청은 환경단체의 이번 발표에 대해 식약청의 기준을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에서는 국민의 건강만을 생각하면 되는 환경단체와 국민의 건강과 제약업계의 생존을 함께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식약청의 입장 차이로 보기도 하고 식약청과 환경단체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부각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외국이 정해놓은 기준을 상당부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나온 시민단체와 관계당국의 충돌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방부제 문제의 경우 환경단체는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EU의 잣대를 제시하며 '유럽이라면 팔 수 없는 제품'이라는 식으로 공격했고, 식약청은 '미국은 우리보다 더 느슨하다'고 맞섰지만 어느쪽도 우리 국민들의 식생활 습관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 적당한 기준치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환경단체와 식약청은 서로의 주장에 유리한 해외 사례를 찾아서 상대편을 공격하곤 했다"며 "어떤 첨가물은 EU의 잣대가 옳고 어떤 첨가물은 미국의 잣대가 옳다는 식이어서 무척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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