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의 부동산 레이더]흔들리는 `아파트 공화국`

  • 등록 2011-09-26 오후 12:21:00

    수정 2011-09-26 오후 12:21:00

[이데일리 박원갑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도시공간을 획일적이고 삭막한 곳으로 바꾼다는 비판이 많지만 표준화, 규격화되어 있어 정보 데이터의 계량화가 쉽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매주 아파트 시황이 발표된다.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살 때 마치 TV홈쇼핑에서 물건 사듯이 행동한다. 아예 아파트를 살 때에도 옆집을 보고 계약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살 집이나 옆집이나 내부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주택저당채권(MBS) 발행이 적은 것은 금융산업의 후진성 때문만이 아니다.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 중심의 대출은 채권 회수가 상대적으로 쉬워 은행들이 발행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규격화, 표준화된 아파트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본래 주거기능 수요보다는 자산(資産)수요를 유발시킨다.

특히 요즘 들어 강남 아파트는 주거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비상품이라기 보다는 자산이자 투자재 성격이 강하다. 투자는 이용가치 보다는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의 돈(은행대출금)을 최대한 동원, 즉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남의 돈으로 투자하다보니, 마치 신용융자로 투식 투자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조급해진다.   아파트값이 하락하면 집단적인 스트레스를 겪는다. 외부의 작은 변화에도 가격이 출렁인다. 새 아파트보다는 지은 지 20년 이상 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일수록 심하게 요동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 악재나 호재가 터지면 하루만에 2000만∼3000만원씩 오르내린다. 말하자면 정책의 가격 민감도가 큰 셈이다.   가격 등락의 폭이 워낙 커서 ‘아파트의 코스닥 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주식처럼 거래되고 가격도 주식처럼 움직일 때도 많다. 주식처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단타’가 극성을 부리도 한다. 이 과정에 고도의 심리게임이 펼쳐진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주식 종목처럼 공시되고 평가될 때가 많다. 예컨대 재건축 사업진행 속도나 거래 가격이 부동산정보업체나 언론을 통해 인터넷과 신문에서 수시로 공시된다. 또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특급 투자정보’나 ‘심층 분석 리포트’, ‘부동산 투자리포트’ 같은 보고서를 통해 주기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높은 강남 재건축은 빠트리지 않고 분석, 평가한다. 그래야 방문자와 페이지뷰(PV)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나 개포동 주공 1단지,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는 코스닥시장에서 ‘대형 블루칩’ 격이다. 다른 재건축 시장은 물론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읽는 ‘마켓 바로미터’ 역할도 한다. 은마 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 소식이 KBS, MBC 저녁 9시 뉴스에 등장할 정도로 이 아파트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세계적으로 특정 아파트의 ‘재건축 허용’이라는 동네 소식이 전국 매스컴에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대한민국 밖에 없으리라. 한국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아파트 공화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파트값이 장기간 하락하면서 아파트 공화국도 흔들리고 있다.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가격 상승이 없으면 매력이 없는 상품이다. 월세로 받는 임대료가 연 2~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상받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 상승’에 목숨을 건다. 그래야 투자수익률(시세차익+임대료)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으로서 아파트가 메리트가 낮다보니 사람들이 관심이 시들해진다. 아파트 투자 전성시대는 당분간 오기 힘들 것 같다.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아마도 2000년대 초~중반 처럼 상승랠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 때까지는 아파트는 투자의 세계에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원갑 부동산 1번지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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