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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사회] 택배 갑질 부른 주차장 높이 40cm

2018년 말 지하주차장 1층 층고 2.7m 이상 의무화 시행
같은 해 다산신도시 택배 사태로 뒤늦게 개정
규정 해당 안되던 아파트서 다시 대란 재현
  • 등록 2021-04-18 오전 12:10:56

    수정 2021-04-18 오전 12:10:56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갈등 해소를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지난 2018년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택배 대란이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재현됐습니다. 지하주차장 높이를 40cm만 높였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3년 만에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고덕 아파트는 이른바 지상공원형 아파트로, 단지 내 지상 구역이 공원 형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파트는 이 공간이 입주민 휴식을 위해 마련됐고 안전 문제도 있다는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진입을 4월부터 금지했습니다.

그 덕에 택배기사들은 손수레로 무거운 짐을 실어 문앞배송을 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고, 결국 아파트 측에 합리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주 문앞 배송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800개가 넘는 택배가 아파트 입구에 쌓여 주민들이 직접 물건을 찾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택배기사들과 실랑이까지 벌이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3년전에도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을 성토하는 여론이 비등했음에도 이번에 같은 일이 반복된 건 대안이 될 지하주차장 진입을 통한 배송이 이 아파트에서도 여전히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다산 신도시 아파트 사태로 개정돼 2018년 말 시행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1층의 층고를 기존 2.3m에서 2.7m 이상으로 하도록 했습니다.

제6조의2 주차장의 구조 및 설비 항목을 보면 “주차장 차로의 높이를 주차바닥면으로부터 2.7m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택배 차량 90% 이상이 높이 2.6m 이하이기 때문에 2.7m 이상의 주차장이라면 모두 진입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개정된 항목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시공에 들어간 지상공원형 아파트들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이번에 다시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 셈입니다.
사진=뉴시스
과도한 원가 절감 행위가 만연한 건설업계에 지하주차장 40㎝의 차이는 큽니다. 지하 주차장 땅 공간을 더 깊게 파야 해 상당한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름있는 브랜드 아파트조차도 시공 과정은 ‘하청의 하청’을 거듭하는 기형적인 국내 아파트 건축 시스템을 고려하면 의무 규정이 아닌 이상 부러 지하주차장 높이를 높게 지어줄 건설사는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택배 산업 현황을 보면 지하주차장 높이도 확보하지 않고 지상 출입을 금지한 아파트들의 행태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 소비시장이 택배 유통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대면 구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택배 물량 증가 이전에도 택배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었습니다. 2019년 총 택배 물량은 27억9000만개로 전년보다 9.7% 성장했습니다. 2015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11.3%에 달합니다. 진작에 택배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 되었음에도, 건축 관련 법률은 이같은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셈입니다.

더불어 주민 안전만을 이유로 충분히 차량이 들어갈 수 있는 지상단지 출입을 금지한 아파트 주민들의 선택 역시, 다른 사회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시민의식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앞 배송을 중단했다는 이유로 택배기사들에게 폭언과 문자 폭탄을 퍼부었다는 입주민들의 행태는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뒤에도 두고두고 회자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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