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시장 변하는데…큰손들이 자산 비중 손대기 어려운 이유

기관투자가 대부분 유연한 리밸런싱 어려워
유동성 낮은 대체자산에 장기투자했기 때문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는 한계
국민연금도 다음달 말 중기자산배분안 발표
  • 등록 2023-04-18 오전 4:50:07

    수정 2023-04-18 오전 4:50:07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지난해 수익률이 낮았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투자 전략을 고민하면서도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일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체투자 비중을 키운 곳들은 대체자산 성격상 사고파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자산간 비중 조정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시장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하고, 변동성도 높아진 만큼 새로 유입되는 현금은 비중조절이 용이한 전통자산에 일정부분 배분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연금기금 지난 1월 기준 포트폴리오 현황. (자료=국민연금)
관망 끝났다…큰손들 포트폴리오 손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다음 달 말 수익률 제고 방안 중 하나로 중기자산배분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기자산배분안은 국민연금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위해 매년 수립하는 5년 단위 기금운용전략이다. 향후 5년간 대내외 경제전망·자산군별 기대수익률과 위험·자산군 간 상관관계·정책조건 등을 고려해 기금의 목표수익률과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마이너스(-)8.22%라는 역대 가장 낮은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고 약 80조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냈다. 이후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수익률은 2.74%로 1년 만에 적자를 면하며 기금 규모도 900조원대를 회복했다. 다만,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이 기본 가정치(연 4.5%)보다 1%포인트(p) 오르면 오는 2055년으로 전망된 기금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올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학연금은 지난해 말 해외자산은 팔고 국내채권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내용 등이 포함된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안(SAA)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자산별 기대수익률이 달라지면서 시장 흐름에 맞춰 변화에 나선 모습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실물 경제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기관마다 현금이 확보되면 전통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체자산 많아 유연한 리밸런싱 어려워”

연기금들이 적은 비중이더라도 조금씩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반면, 공제회들은 이미 대체투자 자산이 너무 많아 유연한 리밸런싱(재조정)은 어렵다고 토로한다. 물론 기관투자가가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장기적인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시장 흐름이 빠르게 변화해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지난해 시장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었는데, 고금리에 회원들이 요구하는 이자율을 맞추고자 기업어음(CP) 발행 준비 등 유동성 확보에 온 신경을 기울이기도 했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일시적으로 회원들의 급여율 인상 요구가 빗발쳤는데, 그때 유동성 문제를 인식했다”며 “전통자산을 늘리려고 해도 이미 대체자산에 투자한 게 많아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싶어도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이 낮은 대체투자는 가격 변동성도 적어 기관투자가처럼 중장기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최근 6~7년 동안 대부분 공제회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급격하게 늘렸고, 전체 투자자산 중 부동산·인프라·기업금융 등 대체자산이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일부 큰손들은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위해 대체자산 비중을 조정하고 싶어도 주식처럼 아무 때나 팔 수 없는 특징 때문에 자산배분안을 손대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른 공제회 CIO는 “포트폴리오가 대체투자에 지나치게 쏠려 있어서 향후 확보된 현금은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전체 자산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대체자산도 꾸준히 늘겠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남는 자금을 전통자산에 분배함으로써 자산 비중을 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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