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3 ] 한국 에이전트의 우울한 초상

  • 등록 2008-02-18 오전 9:00:40

    수정 2008-02-18 오전 9:11:11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영화나 드라마로 치면 메이저리그 오프 시즌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구단 단장과 선수 에이전트입니다. 한 겨울 이들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은 한 편 영화의 줄거리와 어슷비슷합니다. 팽팽한 긴장과 갈등 줄다리기가 있고 파국이 있는가 하면 해피 엔딩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느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에이전트들의 활약상입니다. 스캇 보라스 같은 수퍼스타는 아닐지라도 조연급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데 언감생심입니다. 엑스트라급도 없습니다.

물론 이는 선수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씨가 말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 자원의 고갈,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선수들의 부진과 귀국, 미국 거물 에이전트로의 줄줄이 이탈 등등.

그러나 그동안 브로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에이전트의 후진성도 결코 작지 않은 원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6년 12월 최희섭의 에이전트가 직접 언론에 발표한 탬파베이와의 황당한(?) 계약은 그 저급한 현실을 에누리없이 보여준 비근한 사례였습니다.

당시 그는 2년간 총 195만 달러에 스플릿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플릿 계약이란 최희섭이 메이저리그에 머물면 전액을 다 받고 마이너리그에 떨어지면 대폭 삭감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최희섭의 계약은 대전제가 있어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전제란 바로 논-로스터 인바이티(Non-roster invitee)라는 것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40인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스프링캠프에 초청하는 선수를 이릅니다. 곧 스프링캠프에 들어와서 시범 경기를 통해 테스트를 치른 연후에야 구단이 정식 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입니다.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 하루가 다른 노장 선수 등 검증 또는 확인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에게 구단이 요구하는 절차에 불과합니다. 실질적으로 계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보장되지 않아 계약으로써 큰 의미가 없는 탓입니다. 오프시즌에서 구단을 못 찾은 모든 선수가 논 로스터 인바이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최희섭의 계약은 진실이 아닌 과장이고 잘못된 포장이었습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눈 가리고 아웅한' 측면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포장은 에이전트로서 번지수를 제대로 찾지 못했기에 그렇습니다. 선수에 대한 포장은 매스컴을 상대로 할 게 아니라 구단을 겨눠야 하는 것입니다. 보라스가 겨울만 되면 왜 열 일 제쳐놓고 NASA(항공우주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동원해서 선수별로 책 한권은 족히 되고도 남을 파일을 내놓겠습니까.

또 기왕 논로스터 인바이티라면 스프링캠프까지는 아직 여러달이나 남았는데 뭐 대단한 건수라도 올렸다고 그렇게 계약을 서둘렀는지요?

오히려 실낱같이 남아 있는 가능성을 찾기 위한 수고를 일찌감치 포기한 처사가 아니었을까요. 계약이랍시고 발표하면서 오히려 에이전트 자신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더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최희섭의 에인전트는 그 몇 년 전 서재응, 김병현과 수수료 등 돈을 놓고 미국 법정까지 간 에이전트에 비하면 양반이었습니다. 이 분쟁은 뉴욕 언론에 대서특필 돼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는데요. 문제의 인물은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정식 에이전트도 아니고, 그 훨씬 이전부터 미국 언론엔 '대리인'으로 표기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엔 에이전트로 널리 알려져 있었고, 스스로 그렇게 행세도 했습니다.

선수의 에이전트가 아닌, 에이전트의 선수인 현실. 돈이 되려는 순간 한국 에이전트의 품을 떠나려는 선수들의 행태를 '배신 때리기'라고만 몰아붙일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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