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인간'보다 '바람둥이 자본가'가 한국관객에게 더 사랑받는 까닭은?

  • 등록 2008-07-23 오전 9:07:48

    수정 2008-07-23 오전 9:07:48

[조선일보 제공] 지난 주말 할리우드는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18일 현지 개봉한 배트맨의 여섯 번째 시리즈 '다크 나이트'(Dark Knight·국내개봉 8월 6일)가 첫 주말에 1억5534만달러(약 1600억원)를 벌어들여 미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운 것. 겨우 사흘 동안 제작비(1억8000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입을 거둔 초대형 흥행이다. 영화를 크게 즐기지 않는 관객에게도 '수퍼 히어로'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게 된 2008년의 한국. 조선일보는 수퍼 히어로를 소재로 한 영화의 흥행 톱 10을 각각 표로 집계했다. 위기의 사회 혹은 개인을 구원하는 영웅은 언제나 스크린 대리만족의 단골 메뉴였지만, 수퍼 히어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소비는 어떻게 달랐을까. 그리고 그 취향은 지금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한국의 영웅 vs. 미국의 히어로

영화 흥행이 개별 작품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또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로 대표되는 미국 출판만화의 전통이 최근에야 한국 관객에게 익숙해졌다는 점도 양국 간 차이에 앞서 감안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이번 톱 10은 두 나라 대중의 문화와 취향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차이는 거미 인간과 박쥐 인간에 대한 애정 강도. 스파이더맨에 대한 사랑은 두 나라 모두 한결같았지만, 배트맨은 주로 미국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흥행 톱 10에 배트맨 시리즈가 두 편이나 포함됐지만, 한국은 단 한 편. 그나마 10위로 턱걸이한 이 작품(배트맨 비긴즈)의 관객수는 전국 100만명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최근 들어 흥미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해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아이언맨과 핸콕의 경우,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반(反)영웅에 대한 매혹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은 정의와 의무를 최고로 여기는 양지의 영웅이지만, 소년 시절 부모가 피살된 뒤 밤마다 고담시를 방황하는 배트맨은 음지의 안티 히어로. 어둡고 고독한 영웅이다. 출생의 기원부터 대중의 보편적 지지를 받기는 힘든 운명이었던 것. 영화평론가 이상용씨는 "서부극이나 필름 누아르 등을 통해 일찌감치 반(反)영웅에 매혹됐던 미국 관객과 달리, 전통적인 한국 관객은 선악이 명쾌하고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스크린 영웅을 더 사랑해 왔다"고 했다. 물론 이런 취향의 차이는 2000년대 들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

90년대까지 한국의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핵심 코드는 리얼리즘과 낭만적 진솔함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패턴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리얼리즘에 대한 기대 수준은 현저하게 약화됐다. 현실적 영웅보다는 판타지의 영웅, 바른 생활 히어로보다는 혐오스런 히어로가 오히려 즐겁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둥이 자본가인 아이언맨에 대한 한국 관객의 애정이 미국보다 높고, 술주정뱅이에 노숙자 영웅으로 미국에서는 10위 안에 끼지 못했던 핸콕이 한국에서 당당 4위에 올랐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를 휴머니즘에 기반한 문화적 취향이 포스트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취향으로 변화했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문화평론가 김동식 교수(인하대)는 "생물학적 변종이나 사이보그로 대표되는 영화적 취향에 개방적 태도를 지닌 세대, 판타지도 웃고 즐기며 소비할 수 있는 세대가 일정 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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