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故 최숙현 사건, 유착과 안이한 대처가 만든 비극

  • 등록 2020-07-06 오전 6:32:01

    수정 2020-07-06 오전 6:32:01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 같이 지적했다. 예견된 사태였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된 폭력·성폭력 관련 신고 가운데 대한체육회가 직접 조사해 처리한 것은 겨우 3.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해당 회원종목단체 또는 시도 체육회에 이첩했다. 최 선수의 사건을 들여다보면 감독 및 지역 체육회와 지역 인사들의 유착관계가 문제의 시발점이었음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결국 문제를 속으로 더 곪아가게 만드는 조치였다.

최 선수 사건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최 선수를 직접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정식 스태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굳이 신분을 규정하면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다. 정식 의사 면허는커녕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무자격자다. 유착관계는 그런 인물이 팀닥터라는 이름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게 만들었다.

팀닥터는 경북·경남 지역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인물로 알려졌다. 최 선수 유족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은 팀닥터라는 인물을 ‘선생님’으로 불렀다. 팀닥터는 선수들에게 사용처가 불명확한 금전도 요구했다. 선수 입장에선 폭력적인 권위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팀닥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소속 운동부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지자체와 지역 체육회의 안일한 대처는 최 선수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최 선수가 활동한 경주시 트라이애슬론팀은 경주시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으로 경주시체육회가 시 보조금을 받아 관리한다. 경주시는 지난 2월 초 최 선수 아버지로부터 훈련 중에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선수단이 전지훈련으로 해외에 나가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주시체육회 역시 지난 1일 체육인 출신인 이용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알리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뒤늦게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감독만 직무 정지시켰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월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정부 및 관련 단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대책들이 유명무실했음을 대변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할 것과 체육계 차원에서 쇄신책을 내놓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처벌 강화, CCTV 설치, 교육 강화 등 앞다퉈 대책을 쏟아냈다. 대한체육회는 반성과 혁신을 하겠다며 클린스포츠센터도 만들었다.

이번 사건 역시 대통령이 대책마련을 지시했고 체육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라 얼마나 실효성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느냐다. 심석희 선수 사건 당시 쏟아진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했다면 최숙현 선수 사건을 방지할 수 있었을 거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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