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미제 살인사건의 결정적 단서..진술 뒤집은 그놈[그해 오늘]

2001년 ‘용인 전원주택 미제 살인사건’
2015년 ‘태완이법’ 시행 결과로 재수사
공범, 경찰 출석 불응하다 극단적 선택
法 “사망 가능성 예견…공동정범 책임”
  • 등록 2024-01-23 오전 12:00:00

    수정 2024-01-23 오전 7:13:23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17년 1월 23일 수원지법은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 남성 측은 숨진 공범과 어떻게 범행을 분담했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강도살인치사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5년 만에 법정에 선 ‘용인 전원주택 살인 사건’ 피고인에게 중형이 구형된 날이었다.

2016년 9월 6일 경기 용인의 한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 김씨가 현장검증 과정에서 도주경로를 따라 범행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용인동부경찰서)
강도범행 중 피해자 흉기로 찔러 살해

사건이 발생한 달은 2001년 6월이었다. 특수강도, 강도상해 범죄 전력이 있던 김씨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A씨와 출소한 뒤 빈집털이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A씨는 김씨에게 “수감생활 중 경기도 용인시에 부잣집 동네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며 함께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이를 승낙했고 두 사람은 범행 하루 전날인 6월 27일 대포차량을 타고 용인 기흥구 일대를 서성이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이들은 이튿날 새벽 차량이 보이지 않는 한 주택의 창문을 열고 침입한 뒤 훔칠 만한 물건을 찾아다녔다. 집 안에 사람이 있을 때는 반항을 억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자의 손에 흉기를 쥔 상태였다.

1층에서 훔칠 물건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은 2층 거실로 올라간 뒤 안방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방에는 집주인 B(당시 55세)씨 부부가 함께 있는 상태였다. 안방에서 잠을 자던 B씨 부부는 강도가 집에 든 것을 확인하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이에 김씨는 손에 들고 있던 흉기로 B씨의 다리를 수차례 내리찍으며 A씨에게는 피해자들을 ‘죽여버려’라고 말했다.

A씨는 부부가 생존하면 범행이 발각될 것이라 생각해 B씨의 부인인 C(당시 54세)씨의 얼굴과 다리에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과다출혈 상태였던 B씨는 신문배달원에게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져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경찰은 강력팀 형사 27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지만 김씨 일당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통신수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B씨 부부의 주변인, 동일 수법의 전과자 등 5000여명을 조사했음에도 결정적 단서가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결국 사건은 2007년 2월 미제로 분류되고 말았다.

14년 만에 재수사…무기징역 확정

사건이 재조명된 시점은 2015년 7월 이른바 ‘태완이법’(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이후였다. 태완이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돼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었다.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경찰은 김씨의 진술이 달라진 것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A씨에 대해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일하는데 고객이라 통화했다”고 말했지만 재수사 면담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관계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시 사건 현장 인근에서 A씨와 통화한 기록이 있어 수사 대상에 이름이 오른 상태였다.

경찰이 과거 행적을 조사한 결과 두 사람은 1999년 12월부터 2001년 2월까지 같은 교도소에 수용돼 알고 지낸 사이였다. 경찰은 서둘러 두 사람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A씨는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2차 경찰 출석을 앞두고는 아내에게 “15년 전 김씨와 남의 집에 들어가 흉기로 사람을 찔렀다”고 털어놓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당시 또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김씨는 A씨가 숨지기 전 자백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자신의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 측은 “범행 당시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검찰의 공소사실이 입증되려면 공범 A씨와 범행을 어떻게 분담하고 기여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며 “강도살인 고의를 확정할 수 없다면 김씨에겐 강도살인이 아닌 강도치사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도치사죄는 공소시효가 15년이기에 법원이 김씨에게 강도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 않는 상황이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15년 전 부인이 목숨을 잃을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B씨는 “아내의 외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남자 둘이 서 있었다. 다리를 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고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죽여버려’라고 말했다”며 당일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김씨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며 “(이들이) 우리 부부를 죽이려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당시 A씨가 피해자의 저항에 곧장 흉기를 휘둘렀고 얼굴에 상처를 낸 뒤 다리를 깊게 찌른 점 등을 들어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두 사람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여의치 않으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한 점 등을 들어 김씨가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1심이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김씨와 검찰은 항소했고 2심이 이를 기각한 뒤 대법원이 김씨 측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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