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안전사회 '정도(精度)관리'부터 시작해야

  • 등록 2014-09-15 오전 5:00:00

    수정 2014-09-15 오전 5:00:00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지난해 원자력 발전시설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 변조 사건은 국민에 큰 충격을 안겼다. 최근에는 철
도 시설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 변조 사건이 밝혀져 또 한 번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원전과 마찬가지로 철도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철도 시설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 변조 사건은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볼모로 한 중대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안녕과 기반 시설의 안전이 이렇게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 데는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기업인들의 그릇된 욕심, 일부 직원들의 비위행위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도 국제적으로 표준화되고, 공인된 ‘정도(精度)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정도관리란 분석을 담당한 시험기관에서 정확성과 신뢰성 높은 결과를 얻기 위해 표준화된 순서와 방법에 따라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믿을 수 있는 분석 자료를 내놓는 것을 말한다. 또, 시험검사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발급된 시험성적서를 보증하고, 분석 장비와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도를 평가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철저한 정도관리를 거치지 않은 자료는 얼마든지 편의와 목적에 따라 가공될 수 있으며, 원전과 철도의 예에서 보듯 악용의 소지가 있다.

정도관리는 국가 간 무역, 특히 선진국과의 거래에 있어 자국시장을 보호하는 무역장벽 역할도 한다. 많은 국가들은 국제숙련도평가 등 공인 인증을 받은 시험기관에서 생산된 시험성적서만을 인정하고 있어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수준의 정도관리 역량을 갖춰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시험검사 시장은 매년 10% 이상 씩 성장하고 있으며 2009년에 100조 원대에 달했다.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가 정도관리의 범주에 속하지만 특히, 대기, 수질, 화학물질 등 환경 분야는 자료의 미세한 오차가 인간의 건강과 생활에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 있어 그 어떤 분야보다도 치밀한 정도관리가 필요하다. 초미세먼지는(PM 2.5)는 머리카락 직경의 20분의 1 또는 30분의 1 크기로 코 점막에도 걸러지지 않을 정도로 미세해 초정밀 측정과 분석이 필수다. 이렇게 생성된 자료는 환경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최근에는 정부 3.0 정책에 따라 민간에도 개방돼 기상산업에 쓰이기도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사업보고서에는 반드시 정도관리 적합 판정을 받은 자료만 사용할 수 있어 정도관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매년 1000여 건 이상의 시험성적서를 발행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은 최근 정도관리의 국제적 추세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정도관리 전담부서를 신설, 한층 신뢰성 높은 시험결과를 생산하고 있으며, 엄격한 정도관리를 통해 시험성적서의 위, 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달라지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어긋난다. 잘못된 자료는 시간과 노력, 예산의 낭비로 이어지고 자칫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더불어, 정부 3.0을 통해 공공기관의 자료가 대부분 일반에 공개되고 공유돼 자료에 대한 책임이 더욱 명확해졌다. ‘담당자 실수’ ‘기기 결함’, ‘기술적 오류’ 등 지금껏 사고 때마다 조자룡 헌칼 쓰듯 남발됐던 변명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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