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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지난달 2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만큼이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포토라인. 영장 심사가 있기 2주 전 검찰에 소환됐던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쿨하게 패싱’했다.
역대 대통령들조차 포토라인에 꼼짝없이 멈춰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의 행동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하지만 비난 여론에도 그는 법원에 마련된 두 번째 포토라인 역시 그대로 지나쳤다. ‘선’을 넘은 전직 사법부 수장의 전례 없는 행동에 때아닌 ‘포토라인 논쟁’이 시작됐다.
사이다 vs 현대판 단두대…팽팽한 의견 대립
이에 포토라인이 중대 범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마지노선이라는 의견과 피의자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망신 주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포토라인은 과연 알 권리를 수호하고 국민적 공분을 진정시켜주는 ‘사이다’일까, 피의자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을 초래하는 ‘현대판 단두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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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포토라인 이면에 ‘네 가지 욕망’이 있다고 했다. 앵무새처럼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는 사람,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따가운 눈초리로 노려보는 사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나타나는 사람까지, 포토라인 위에 서는 당사자들은 얼마든지 자신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당사자를 공개소환 해 언론 앞에 내세운 검찰은 그를 향한 여론의 화살을 방관한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로 여론몰이에 가세하고 대중은 그런 언론에 동조하며 휩쓸린다. 포토라인이 취재 경쟁의 폐단을 막고 취재원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목적에서 멀어진 건, 포토라인을 입맛대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었을까?
‘관례’라는 이름으로 오래 잠자고 있던 포토라인이 논란의 중심에서 피고석에 섰다. 판결의 법봉을 쥔 당신은 어떤 선고를 내릴 것인가? 3일 밤 11시5분, ‘SBS 스페셜’에서 포토라인을 둘러싼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