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사무엘 잭슨이 미국 ABC의 유명 TV쇼프로그램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중에 넷플릭스의 ‘킹덤’을 봤다면서 한 말이다. 국내에서도 인기 많은 마블영화의 닉 퓨리(사무엘 잭슨 분)가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사실은 화제였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언택트’ 소비가 부상한 가운데 K-콘텐츠가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타고 또 한 번 한류 열풍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23일 해외 판권 권한을 둘러싼 법정 공방 끝에 윤성현 감독의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이에 앞서 8일 영화 ‘기생충’이 미국 OTT 훌루에 공개돼 비영어 영화 최고 시청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달 13일에는 ‘킹덤’ 시즌2가 넷플릭스에 공개돼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면서 K-좀비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일본의 넷플릭스 4월 3주차 일간 톱10 순위에서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이태원 클라쓰’가 2위, ‘사랑의 불시착’이 3위에 랭크하는 등 K-콘텐츠가 OTT를 매개로 해외에서 인기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확산으로 OTT 이용이 늘어난 가운데 K-콘텐츠가 그 낙수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57억6769만달러(약 7조13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28% 증가했다. 이 기간 유료 회원 수는 지난해 말보다 1577만명 늘어난 1억8286만명을 기록했다. 국내 OTT인 왓챠플레이도 2월 중순(2월10~16일) 대비 4월 2주차(6~12일) 시청량이 30% 이상 늘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걷히지 않으면서 콘텐츠 산업 역시 셧다운되다시피 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제한적으로나마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한국 콘텐츠에 기회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가 방송 중이며,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재규 감독의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도 제작에 착수한다.
그러나 OTT가 국내 콘텐츠 배급(유통) 및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방송통신발전기금·망 이용료·등급분류심의 등에서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콘텐츠 창작자 및 제작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대표는 “중예산 규모의 영화를 한 편 만드는데 100억원이 넘어간다. 국내 OTT는 말할 것도 없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조차 이 같은 산업 규모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코로나19 때문에 OTT가 이슈가 되고 있긴 하나 지금은 대중시설 이용을 자제하는 특수한 상황으로 OTT를 산업적으로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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