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앞당긴 OTT 시대, 콘텐츠 강국 한국에 기회될까

  • 등록 2020-04-28 오전 6:00:00

    수정 2020-04-28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마침내 누가 고스트(좀비)를 죽였는지 알게 됐다.”

할리우드 배우 사무엘 잭슨이 미국 ABC의 유명 TV쇼프로그램 ‘지미 키멜 라이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중에 넷플릭스의 ‘킹덤’을 봤다면서 한 말이다. 국내에서도 인기 많은 마블영화의 닉 퓨리(사무엘 잭슨 분)가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사실은 화제였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언택트’ 소비가 부상한 가운데 K-콘텐츠가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타고 또 한 번 한류 열풍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23일 해외 판권 권한을 둘러싼 법정 공방 끝에 윤성현 감독의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이에 앞서 8일 영화 ‘기생충’이 미국 OTT 훌루에 공개돼 비영어 영화 최고 시청 기록을 세웠으며, 지난달 13일에는 ‘킹덤’ 시즌2가 넷플릭스에 공개돼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면서 K-좀비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일본의 넷플릭스 4월 3주차 일간 톱10 순위에서 국내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이태원 클라쓰’가 2위, ‘사랑의 불시착’이 3위에 랭크하는 등 K-콘텐츠가 OTT를 매개로 해외에서 인기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확산으로 OTT 이용이 늘어난 가운데 K-콘텐츠가 그 낙수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57억6769만달러(약 7조13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28% 증가했다. 이 기간 유료 회원 수는 지난해 말보다 1577만명 늘어난 1억8286만명을 기록했다. 국내 OTT인 왓챠플레이도 2월 중순(2월10~16일) 대비 4월 2주차(6~12일) 시청량이 30% 이상 늘었다.

여기에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이후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진 점,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을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유병술 몽작소(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해외 OTT의 역할이 크다”며 “처음에는 해외 OTT에 대해 국내 제작사나 플랫폼 사업자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들의 K-콘텐츠 구매로 제작비를 보전하고 해외로 시장을 넓힌다는 점에서 지금은 국내 콘텐츠업 종사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걷히지 않으면서 콘텐츠 산업 역시 셧다운되다시피 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제한적으로나마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점도 한국 콘텐츠에 기회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더킹:영원의 군주’가 방송 중이며,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이재규 감독의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도 제작에 착수한다.

후발주자들의 본격적인 가세도 한국 콘텐츠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디즈니의 디즈니+, 애플의 애플TV+가 OTT 시장에 가세한 데 이어 올해는 컴캐스트의 피콕, AT&T의 HBO맥스 등이 론칭하면서 OTT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3월 중순부터 다수의 프로그램 촬영이 중단돼 3분기부터는 신작 방영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콘텐츠 제작 차질이 제한적인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진희 피알제이(드라마 홍보사) 대표는 “OTT 전쟁의 본질은 콘텐츠의 전쟁으로, 결국 ‘킬러 콘텐츠’의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퀄리티 높은 콘텐츠로 승부한다면 한국 콘텐츠가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OTT가 국내 콘텐츠 배급(유통) 및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방송통신발전기금·망 이용료·등급분류심의 등에서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콘텐츠 창작자 및 제작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대표는 “중예산 규모의 영화를 한 편 만드는데 100억원이 넘어간다. 국내 OTT는 말할 것도 없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조차 이 같은 산업 규모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코로나19 때문에 OTT가 이슈가 되고 있긴 하나 지금은 대중시설 이용을 자제하는 특수한 상황으로 OTT를 산업적으로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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