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사' 강동원이 곧 장르다…추석 극장 이끌 반가운 캐릭터 활극[봤어영]

천박사의 프리퀄 느낌…이 기세로 후속편까지 기대
  • 등록 2023-09-20 오전 8:35:09

    수정 2023-09-20 오전 9:49:37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강동원이 곧 장르다. 오컬트와 판타지, 모험과 성장극, 액션, 코미디까지 다채로운 장르적 매력의 중심에 강동원이 있다. 이동휘, 이솜, 김종수, 허준호, 아역 박소이까지 어떤 배우와 붙어도 살아나는 케미와 앙상블도 보장돼있다. 올 여름 극장이 ‘밀수’였다면, 이번 추석엔 ‘천박사’다.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이하 ‘천박사’)이 지난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천박사’는 귀신을 믿지 않지만 타고난 통찰력으로 사람들을 꿰뚫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귀신을 보는 눈을 가진 미스터리한 의뢰인 유경(이솜 분)으로부터 스케일이 큰 위험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오컬트 모험 판타지 액션이다. 범천(허준호 분)은 인간을 죽여 영력을 쌓고, 빙의를 통해 사람들의 몸을 옮겨 다니며 무당 등 타인의 영력을 사냥해 신령이 되고자 하는 악한 존재다. 이 영화는 신력은 없지만 귀신 잡는 칼 하나는 기가 막히게 휘두르는 천박사가 악귀 범천(허준호 분)을 추적해 소탕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는 사실 ‘빙의’라는 제목을 가진 웹툰이 원작이다. 원작 속 주요 캐릭터인 ‘천박사’와 귀신 보는 눈을 가진 ‘오유경’ 등 인물 설정은 그대로 살렸다. 다만 제목 변경 및 캐릭터성 강화, 장르 변주를 통해 ‘퇴마’, ‘오컬트’ 소재가 가져다줄 수 있는 지나친 마니아성과 호불호를 줄였다. 코믹과 액션, 판타지 모험극을 가미해 보다 대중적으로 관객들을 공략한 영리함이 눈에 띈다.

이 영화의 부제에 들어간 ‘설경’은 충청도의 전통 관습에서 유래된 부적의 종류다. ‘천박사’는 이 설경과 성황당, 망주석, 무당 굿 등 전통적인 요소들에 현대적인 설정과 개성넘치는 캐릭터, 유쾌한 톤을 얹어 적절히 균형을 맞췄다.

영화는 대대로 영험한 당주집의 장손이지만, 정작 본인은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귀신 보는 ‘유경’을 만나 악귀 ‘범천’과의 지독한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는 과정을 다룬다. 천박사는 신력이 없지만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타고난 통찰력으로, ‘퇴마’가 일종의 심리 치료라는 신념으로 퇴마 연구소를 운영하는 인물. 퇴마 심리 치료(?)에 신빙성을 가미하기 위한 기술직 파트너 인배(이동휘 분)와 유튜브 ‘하늘천tv’를 운영하고 전국 팔도를 돌며 퇴마 의뢰를 받아 돈을 번다. 주로 부잣집을 돌며 거액의 퇴마비로 생업을 이어가던 천박사 앞에 유경이 ‘억’소리가 나는 엄청난 의뢰비를 갖고 찾아온다. 귀신을 보는 눈을 가진 유경은 귀신이 들려 위험에 처한 여동생 유민(박소이 분)을 구해달라고 의뢰한다.

여느 때처럼 의뢰인들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 돈을 벌 심산이었던 천박사는 여동생 유민을 보자 이번 사건이 범상치 않은 일임을 깨닫는다. 유민이 빙의돼있던 귀신은 인간의 몸을 옮겨다니며 영력을 사냥하는 지독한 악귀 ‘범천’이었던 것. 특히 범천은 천박사의 가족사를 어둡게 한 만악의 근원이기도 했다. 당주였던 천박사의 할아버지와 천박사의 동생을 죽음으로 이끈 장본인이었던 것. 천박사는 자신의 가족은 물론, 유경과 유민 가족까지 위협하는 범천의 악행을 자신이 끊어내리라 다짐하며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난다. 반면 범천은 천박사 집안이 만든 부적 설경으로 인해 결계에 갇힌 신세. 이 결계에서 풀려나기 위해 어떻게든 유민과 유경을 이용하려 든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기 전, 겉으로만 언뜻 보면 강동원의 전작 ‘전우치’와 ‘검사외전’을 떠올리는 관객들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전우치’와 ‘검사외전’의 스펙트럼을 뛰어넘는 새로운 강동원표 캐릭터 무비의 탄생이 반갑다. 그간 여러 필모그래피들을 통해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몸을 쓰는 액션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강동원이다. 다만 ‘천박사’는 원래 잘하던 코믹과 액션에 복잡한 서사까지 얹은 입체적 캐릭터라 표현이 쉽지 않았을 터.

강동원은 표정으로 천박사의 과거 서사에 얽힌 감정의 레이어를 정밀히 쌓아나가면서도, 영화의 주된 유쾌하고 역동적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극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그런 강동원의 곁을 지키는 주요 배우들의 앙상블과 케미도 돋보인다. 특히 전작 ‘카지노’의 파렴치한 악역을 딛고 어리숙함으로 무장한 귀여운 캐릭터 ‘인배’로 돌아온 이동휘의 존재감이 크다. 강동원과 이동휘의 티키타카와 브로맨스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배가 유경의 작은 행동과 호의에도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에선 웃음이 터져나온다.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악귀 ‘범천’ 허준호의 무게감있는 열연과 액션 비중도 크다. 대사 몇 마디 없이도 장면을 압도하는 허준호의 아우라가 빛난다. 귀신잡는 부러진 신검을 주로 활용한 강동원의 액션이 가볍고 역동적이며 유려하다면, 허준호의 액션엔 묵직한 한 방이 있다. 김종수와 이솜, 아역 박소이까지 구멍없이 촘촘히 캐릭터를 채워 제 몫을 확실히 해낸다. 추석 선물 세트를 풀어보듯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화려한 카메오를 기다리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블랙핑크 지수부터 ‘기생충’의 박명훈, 이정은, 조이현, 박정민까지. 다양한 카메오들이 예상치 못한 장면에 등장해 존재감을 뽐낸다.

‘천박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김성식 감독의 장편 입봉작이다. 복합 장르에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추석 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훌륭한 데뷔작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천박사’의 모험을 본격 여는 프리퀄의 느낌을 주는 만큼, 많은 관객들을 동원해 후속편까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쉬운 건 CG다. 유치함을 줄이려 CG를 균형감있게 넣으려 한 흔적은 보이나, 이질적인 CG의 표현 방식이 다소 올드하게 느껴져 몰입감을 깰 수 있다.

98분.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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