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11일 13시 5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우리 처음 만난 날..이랬었죠
11일 재계와 사모펀드업계,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 회장과 은씨의 만남은 2000년 9월 설립된 브이소사이어티를 통해서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재벌 2·3세와 벤처창업가들이 한 사람당 2억원씩 출자해 설립했다. 법인격은 주식회사로 당시 내건 기치는 신성장 분야에 대한 공동연구, 대기업-벤처간 상생협력이었다.
브이소사이어티가 왕성한 활동을 보이던 2003년에 이르면 최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재벌 2·3세 주주들만 17명에 달했다. 벤처업계에선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전 사장을 비롯해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의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이사 등 19명이 주주로 참여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과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 등 21명의 인사들도 회원 자격으로 활동했다.
은씨 역시 브이소사이어티의 주주로 참여했는데 당시 직함은 인텔코리아 사장이었다. 미국 MIT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 은씨는 인텔을 나온 후 KPMG에 파트너로 잠시 머물다 2002년 시놉시스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 맥쿼리코리아가 라호야의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은씨도 맥쿼리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여기서 은씨는 메가박스 인수와 SK E&S 지분매각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금융권에선 은씨가 투자은행(IB)업계로 진출한 후 최 회장 등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에게 여러 투자 조언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와 은씨, 그리고 하빈저 캐피탈 맥쿼리증권을 나온 은씨가 몸 담은 곳은 글로벌 사모펀드 하빈저캐피탈이다. 하빈저캐피탈이 2009년 싱가포르 지사를 열자, 싱가포르 사무소와 국내를 오가며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그룹과 하빈저캐피탈의 인연도 이 무렵부터다. 2009년 3월 하빈저캐피탈의 창립자 필립 팔콘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서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때를 같이 해 SK텔레콤은 2009년 5월13일 933억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오퍼튜니티즈 브레이크어웨이 펀드(GOBF)에 1251억2000만원을 투자한다. SK텔레콤의 2009년 반기보고서에는 `해외사모펀드와 파트너십을 체결, 총 약정금액 2억달러중 1억달러를 투자했다`고 적혀 있다. SK텔레콤은 2009년 하반기와 2010년중 각각 613억원과 578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약정대로 2억달러 투자를 모두 집행한다. 올 6월말현재 SK텔레콤의 GOBF 지분은 88.9%이며, 해당지분의 장부상 가치는 2445억56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나아가 지난해 SK텔레콤은 하빈저캐피탈이 대주주로 있는 미국의 4세대 통신회사 라이트스퀘어드에 6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밖에 SK네트웍스가 출자한 하빈저 차이나 드래곤 펀드도 하빈저캐피탈 계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의 5000억원대 선물투자에 은씨와 하빈저 계열 펀드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언론에 제기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최근 검찰의 수사방향은 최 회장 일가와 창업투자회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간 자금거래에 맞춰져 있어 은씨와 하빈저 캐피탈의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선 SK그룹과 하빈저의 관계는 일상적 경영활동 과정에서의 단순 투자협력 관계에 불과하다는 상반된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