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김장 고민 끝..1시간이면 김치 10kg '뚝딱' 초보자도 'OK'

동원F&B, 김장투어 참가해보니
초보 새댁도 쉽게 김장..가족, 친구 등 즐거운 추억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체험 학습..김장문화 전달
  • 등록 2013-11-25 오전 6:00:00

    수정 2013-11-25 오전 9:15:1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몇 kg 담아요? 나는 50kg 하는데, 우리집 먹고 친정이랑 시댁에 10kg씩 갖다 드려요. 작년에 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시더라고”

지난 21일 때 이른 겨울 한파가 매서웠지만, 김장하러 가는 일행을 실은 버스 안은 담소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동원F&B가 매년 진행하는 김장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30여명의 사람들이 충북 진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주부 김미라(48)씨는 “친구를 따라 작년에 처음 왔다”며 “간편하고 맛도 좋아 올해도 기다렸다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장 투어 참가자들이 작업장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1시간여 만에 공장에 도착하자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바로 작업장으로 향했다. 준비된 위생복과 위생모를 착용하고 에어워셔로 먼지를 제거한 후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됐다. 부엌 싱크대형으로 만든 작업대에는 깨끗하게 손질된 국산 절임배추 10kg과 석박지용 무, 겉절이용 야채, 만들어진 김칫소가 준비돼 있었다. 설명을 들었지만 놓인 재료들 앞에선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옆 사람을 곁눈질하면서 겉절이 재료 손질부터 김장을 시작했다. 서툰 손길은 분주했지만 서로 도와주고 수다도 떨며 시끌벅적하게 김장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람마다 김장시간은 다르지만, 공장 직원들의 도움으로 1시간이면 마칠 수 있었다. 집에서 모든 것을 개인이 준비하는 김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이다.

비용도 합리적이다. 포기김치 10kg에 겉절이 1kg을 담글 수 있는 김장세트가 8만원으로 여기에는 왕복 버스비와 점심 식사, 택배비, 기념품, 간식 등이 포함돼 있다. 김치를 더 담그고 싶은 경우 김장세트(11kg) 하나 추가시 마다 6만원씩을 더 내면 된다.

김장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큰집에 모여 몇 식구가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번에 담그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절임배추와 만들어진 김칫소가 나오는 등 핵가족화와 아파트의 보편화로 김장도 간편화되고 있다. 하지만, 포장김치를 사는 게 아니라면 김장은 여전히 주부 혼자선 버거운 일이다. 또 최근에는 아이들이 김장 문화를 모르고 김치를 낯설게 생각해 먹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른바 김장 체험 혹은 김장 투어 행사다. 김치 제조업체들이 김장에서 가장 어려운 배추 절이는 과정과 뒷정리를 대신 해주고 넓은 공간과 김장 재료들까지 손질해 제공한다. 그야말로 몸만 가서 김치만 담그고 오면 된다. 배우자나 친구와 가면 하루를 보람차게 즐길 수 있고 자녀들에겐 김장 문화 체험과 김치에 대한 친숙도를 높여주는 좋은 기회가 된다.

김장 김치에 앞서 겉절이용 야채를 손질하고 있다. 작업대에는 만들어진 김칫소와 절인 배추, 겉절이 재료 들이 준비돼 있다.
이날도 36명의 일행 중 대부분이 부부, 자매, 친구가 함께 했다. 동원측에 따르면 다음날에는 여고 동창생들이 단체 예약을 했다고 한다. 친목도 다지고 김장도 하고 ‘일거양득’ 인셈이다. 올해로 10년째 김장투어에 참여하고 있다는 주부 김명자(60·가명)씨는 “해마다 김장을 여기서만 하다보니 혼자는 담글 엄두가 안 난다”며 “귀찮고 힘든 일을 대신 해주는데다 재료도 좋은 걸 쓰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내년에는 며느리와 함께 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는 최순옥(41)씨는 친정아버지와 자녀 둘을 데리고 김장투어에 참가했다. 최씨는 “작년부터 아이들 학교에는 현장학습 신청을 하고 김장을 함께하고 있다”며 “올해는 아이들이 20kg씩 김치를 담고 어른들은 거들기만 했다”라며 대견스러워했다. 최씨는 또 “김치를 담그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추억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 만들어진 김치들은 참가자들이 작성한 배송스티커가 붙은 비닐 봉투에 담겨 저장고로 옮겨졌다가 원하는 날짜에 맞춰 집으로 배송된다.
집안이나 동네 행사로써 김장의 의미는 거의 퇴색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함께 한 김장은 세대를 잇고, 소원해진 친구 관계를 돈독히 하고, 부부 사이 이해를 한층 깊게 해주는 매개체로서 여전히 유효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유력시 되고 있다. 유네스코 측은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이 한국인에게는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한편 그들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고 평가했다.

한편, 다른 식품업체들도 비슷한 김장 행사를 하고 있다. 대상FNF는 다음달 초부터 주부 고객들을 대상으로 김장 투어을 실시한다. 또 올해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우리아이 첫 김치 클래스’를 연다. 주부들이 자녀와 함께 김치와 김치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김치 편식 습관을 없앨 수 있도록 구성했다. 풀무원도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김치박물관에서 ‘김장하러53’이라는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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