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버는 공모주?…4곳 중 1곳 공모가 밑돌아

[따상의 허상]②
코로나 이후 ‘따상’ 비중 늘었지만…
상장일 공모가 하회 기업 25% 가까이
8월 IPO 대어 평균 수익률 20% 수준
"'따상', 소형주 이례적 현상…옥석 가려야"
  • 등록 2021-08-26 오전 12:15:00

    수정 2021-08-26 오전 12:15:00

[이데일리 김윤지 김인경 기자] 초보 투자자 A씨는 최근 롯데렌탈(089860)로 생애 첫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 올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A씨는 ‘치킨값 정도 벌 수 있다’는 직장 동료의 말에 공모주에 눈을 떴다. 균등 배정 덕분에 증거금이 많지 않더라도 적어도 1~2주 배정 받을 수 있고, 운 좋게 ‘따상’으로 이어지면 수익률이 쏠쏠하단 말에 끌렸다. 하지만 롯데렌탈은 상장일 공모가를 밑돌았고, A씨의 계좌에는 파란불이 들어오면서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됐다.

개그맨 김학래는 지난 3월 카카오TV ‘개미는 뚠뚠’에서 1980년대 1억원 미만 증거금으로 공모주에 집중 투자해 연간 4000만~5000만원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공모주로 낭패도 맛봤다. 낮아지는 흡연 시작 나이에 기대를 걸고 2억원 빚을 내 우리담배판매 공모주에 참여했지만, 경쟁률이 낮아 상당한 물량을 배정받았다. 좀처럼 실적이 나지 않은 탓에 해당 종목은 추후 파산으로 이어져 그에게 빚만 안겼다.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일각에서 투자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중에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형성돼 상한가 마무리)은 늘어나는 추세이나, 최근 5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공모가에 투자해 첫날 수익을 내지 못할 확률도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상’에 대한 기대감 혹은 “큰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판단으로 뛰어들기에 공모주 또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공모주 ‘묻지마 투자’는 증권사만 배불리는 일이라면서 기업에 대한 성장성은 물론 청약 경쟁률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주의를 요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공모주 플러스 확률 70%, ‘따상’ 소형주 집중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419곳 기업(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종가를 기록한 기업은 104곳(24.82%)으로 집계됐다. 공모가와 같은 가격으로 마무리된 기업도 19곳(4.53%)이었다. 최근 줄줄이 신설된 청약 수수료를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일 가능성이 높다. 새내기 종목 10곳 중 3곳은 상장 당일 수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사실 공모주 따상 기대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엔 따상 기업은 녹십자랩셀(144510) 단 1곳이었고 2017년에는 영화테크(265560), 앱클론(174900) 등 2곳에 불과했다. 그 해 전체 상장한 기업 수에 견줬을 때 1.43%, 3.17% 수준이다.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5곳(6.33%), 3곳(3.90%)으로 극히 드물었다.

그러다 따상은 2020년과 올해 두자릿 수로 늘어났다. 2020년 따상 기업은 총 10곳으로 전체 2020년 상장 기업(71곳)의 14.08%를, 올해는 13개 기업이 따상을 기록하며 전체 상장기업(59개)의 22.03%를 차지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각종 자산 가격이 치솟았고 일부 공모주의 ‘따상’ 혹은 ‘따상상상’ 사례까지 나오면서 ‘공모주 청약=대박’이라는 학습효과가 생겼다. .

이는 청약 경쟁률로도 확인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기업공개(IPO) 청약 경쟁률은 2015년 평균 330대 1로 2019년까지 500대 1을 밑돌았으나 지난해 858대 1로 증가한 후 올해 1355대 1까지 상승했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떠오른 맥스트(377030)는 무려 청약 경쟁률 6763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기업 중 ‘따상’을 기록한 사례는 최근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정도다. 대형주의 ‘따상’ 성공을 일반화하기에는 ‘따상’ 자체가 소형주 중심의 이례적인 사례였던 것이다

특히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따상은 보기 힘든 사례가 되고 있다. 따상은 커녕 상장 첫날 마이너스를 감수해야하는 공모주도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8월 기업공개(IPO) 기업 13곳의 상장 첫날 수익률 평균은 공모가 대비 56.45%이지만, 공모가 기준 조 단위 시가총액을 자랑했던 카카오뱅크(323410) HK이노엔(195940) 크래프톤(259960) 롯데렌탈(089860)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20.1%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323410)는 시초가 대비 상한가로 마무리됐지만 롯데렌탈과 크래프톤은 각각 -5.9%, -8.8% 공모가를 하회했다. 첫날 ‘따상’에 성공한 상장사는 브레인즈컴퍼니(099390), 원티드랩(376980), 플래티어(367000) 등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소형주였다.

IPO 활황 지속될 듯…유통물량·공모가수준 등 따져봐야

연내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등 조단위 IPO가 남아 있고 IPO 시장 유입 가능성 높은 기대자금이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IPO 활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말 27조3933억원 수준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65조5227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5월 3일 역대급인 77조9018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근 지수 조정에도 70조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기성 자금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60조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모주 투자수익률 마이너스인 경우가 나오고 있고 하반기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이름만 보고 무작정 공모주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주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업의 실적과 업황, 성장성, 공모자금 사용처 등을 확인하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 수준, 유통가능물량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청약경쟁률이 높고 공모가가 상단을 넘어 결정됐으면서 유통물량 비중이 낮은 기업일수록 상장 후 수익률이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접어들면서 기업별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어 전방 산업의 성장 모멘텀과 업황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차이나고 있다”면서 “무작정 공모주 투자 보다는 종목에 따른 다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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