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갤러리] 드론은 못 보는 지리산 이야기…진희란 '개천천왕봉'

2019년 작
하늘서 내려본 조감도 시선으로 풍광 잡고
산 오르내린 여정서 채집한 이야기 기록해
진경산수에 스토리보탠 '담경산수'라 이름
  • 등록 2020-07-12 오전 4:05:00

    수정 2020-07-12 오전 4:05:00

진희란 ‘개천천왕봉’(사진=한원미술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운무를 백그라운드로 깔고 서서히 날이 밝아오는 중이다. 어슴푸레한 어둠 위로 또렷한 형상이 잡힌다. 여기는 지리산, 저기 바위산은 천왕봉이다. 삐죽이 솟아 하늘을 가장 먼저 만나는 봉우리. 이 전경을 작가 진희란(30)은 한 단어로 표현했다. ‘개천천왕봉’(2019). 천왕봉 위로 하늘이 열린다는 뜻일 터.

작가는 전통산수화의 명맥을 이어가며 우리의 산천을 ‘진경’으로 그려낸다. 특히 공중에서 내려다본 조감도의 시선으로 풍광을 잡아내는데. 드론을 띄워 관망했을 법한 장면을 포착하지만,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 아닌 듯하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산을 오르내린 여정에서 채집한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 먼저라고 하니. “내가 직접 본 것, 책이나 사람이 전해준 전설, 현장서 떠오르는 추상, 사람들이 오간 흔적을 그려 산을 이야기하고 내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이 작업을 위해 지리산·북한산·설악산·한라산 등 한국의 명산을 헤집고 다니며, 산과 함께했던 시간·감각·감정을 끌어모은다는 거다. 사생과 기억, 스토리와 감흥이 한 데 어울린 ‘종합예술’이라고 할까. 이름까지 지어 붙였단다. ‘담경산수’. 이야기가 있는 풍경, 실제 풍경과 기억 속 풍경이 하나가 돼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산수화란 뜻이라고 했다.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한원미술관서 권세진과 여는 2인전 ‘제11회 화가(畵歌) 감각기억’에서 볼 수 있다. 순지에 수묵담채. 130×193㎝. 작가 소장. 한원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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