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요정 콤플렉스' 버리고 요정을 연기하다

안티 몰고 다니는 톱가수로 나와

'요정 이미지'는 나의 숙명 반은 고맙고 반은 속상해

그동안 평범한 역할에서 연기 변신
  • 등록 2008-12-24 오전 9:00:12

    수정 2008-12-24 오전 9:00:34



[조선일보 제공] 사랑은 그런 순간 찾아온다. 짜인 일상의 틀 속에서 어느 순간 마음을 탁, 하고 놓을 때 사랑이란 녀석은 그 틈을 너무나도 살며시 파고든다. 24일 개봉하는 '로맨틱 아일랜드'(감독 강철우)는 '여행, 그리고 해방'이라는 주제를 십분 살린 영화다. 필리핀의 휴양지 보라카이라는 공간이 우선 그렇고 평소엔 절대 이뤄지지 못했을 남녀 간의 만남이 그렇다.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옷을 제대로 입었다. 울림이 강한 '목욕탕 목소리'로 인기 끈 이선균은 후반이 되면 그 천진한 미소를 보여주고 이수경의 코믹함에는 귀여움까지 얹혀졌다. 어수룩한 이미지의 이민기도 마찬가지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인기와 안티그룹을 동시에 안고 있는 톱가수 가영을 연기한 유진(27)이다. 지난 1997년 아이돌 그룹 S.E.S로 데뷔해 수직상승 인기곡선을 달렸던 그녀 아닌가. 23일 광화문에서 만난 유진은 "물론 가영이처럼 그렇게 까칠한 친구도 있죠. 에이, 하지만 전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가장 '가영이스러울' 것 같은 그녀가 "그동안 평범하고 수수하고 촌스러운 역만 해왔다"며, "이번 역이 연기 변신"이라고 말했다.

톱스타 가영과 백수청년 정환(이민기)의 우연한 만남은 어느덧 스물넷 동갑내기의 풋풋한 사랑으로 바뀐다. 정환은 가영이 인터넷 악성 댓글을 보며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 "가끔 연예인 친구 중에는 악플 때문에 집 밖에도 안 나가고, 하루 종일 그것만 쳐다 보고 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중엔 정신적으로 진짜 문제가 생긴 친구도 있고…. 저도 예전엔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거 보면 제가 성격이 긍정적인가 봐요."

가영과 정환 커플이 '일탈 동지'에서 '사랑'을 느끼는 사이로 발전하는 건, 가영의 자기 고백 이후. 가영은 바다를 향해 "난 노래도 못하는 가수다" "꿈도 희망도 없는 병신이다" 등을 목청껏 외친다. "제 자기 고백이요? S.E.S 때는 욕심 부릴 사이도 없이 탑(top)에 가 있었잖아요. 거기서 잘 내려오는 게 관건이었죠. 멤버들끼리 고민도 많이 했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생각 없는 아이돌 그룹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치열하고 정신 없이 사는 건 체질이 아닌데…."

욕심을 크게 내지 않아서일까. 배우로 변신한 2002년 이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고, 마지막 앨범을 낸 지도 4년이나 지났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아이돌, 혹은 '요정' 유진을 먼저 떠올린다. 연기를 못하는 편도 아닌데 그렇다고 화제의 중심에 서거나 깊은 인상을 남긴 적도 없다.

"반은 고맙고 반은 속상하죠. 그런데 그 이미지를 지우는 게 어려운가 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 이미지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또 '허허' 거리며 웃는다.

자세히 보니 그녀 눈 밑에도 약간의 잔주름과 가무스름한 그늘이 져 있었다. 요정도 나이를 먹는다. 커피숍 밖을 나왔다. 차에 바로 올라탈 줄 알았는데 근처에 친구가 있다며 종종 걸음을 재촉한다. 선글라스 같은 건 아예 없었다. 스타 이미지에만 갇혀 살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인간미를 조금씩 풍기고 있었다. 진짜 유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 '로맨틱…' 은

한국에선 눈도 안 맞출 극과극 남녀가…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는 낯선 두 커플의 '사랑 만들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성공했지만 까칠한 증권사 대표 재혁(이선균)과 가난하지만 꿋꿋한 수진(이수경)의 만남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한 성질'하는 톱 가수 가영(유진)과 만년 백수 정환(이민기)의 애정이 깊어지는 건 영화 '노팅힐'을 언뜻 연상시킨다. 거기에 뇌종양 진단을 받고 아내(이일화)와 함께 생애 마지막 여행을 온 소시민 중식(이문식)의 에피소드까지 엮이며 이들 커플의 이야기는 짜임새를 더해간다. 옴니버스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작 '러브 액츄얼리'의 느낌을 살포시 내면서도 코믹함보다는 잔잔함을 강조했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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