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 중 ‘경상연구개발비’는 비용, ‘개발비’는 자산
전문가들이 바이오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 드는 돈을 회계장부에 비용 처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같은 회계적 판단은 나름의 객관적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대부분 회사는 연구개발(R&D)을 합니다. 미래에 대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R&D에 드는 돈은 회계장부상 두 가지로 나뉘어 기재됩니다. 먼저 ‘경상연구개발비(연구비)’입니다. 보통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항목에 포함돼 있어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따라서 당기순이익을 낼 때 차감되는 요소입니다.
제약회사의 경우 이러한 자의성이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신약 개발 과정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수천억원이 비용(연구비)이 될 수도, 자산(개발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셀트리온, 1986억원 개발비 분류…신라젠은100% 비용처리, 적자폭 증가
셀트리온은 높은 개발비 비중에 대해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개발비가 일순간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셀트리온측은 ‘주주님께 알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자산화된 누적 개발비(7568억원) 중 94%는 당사의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와 관련된 개발비로서 주주님들께서 이미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거나 이미 규제기관의 허가 획득을 완료하고 상업판매 돌입을 준비 중인 제품들에 대한 개발비입니다”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개발비가 비용이 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반박을 한 것입니다.
셀트리온의 개발비 처리 논란을 의식해서일까요. 신라젠은 셀트리온과 정반대의 회계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개발비 중 단 한 푼도 개발비로 처리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신라젠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 261억원 전액을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으로 넣어 비용 처리했습니다. 올해 9월 30일까지 사용한 연구개발비 236억원도 전부 다 비용으로 봤습니다. 신라젠측은 “자사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처럼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자산이 아닌 비용 처리하고 있다”며 “보수적이고 수익에 대응하는 회계처리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회사 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연구개발비 100% 비용 처리’란 투명한 회계방식엔 부작용도 있는듯 보입니다. 신라젠의 적자가 해마다 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젠의 2013년 당기순손실은 3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495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