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읽는 증시]<4>셀트리온 75%·신라젠 0%…자산되는 '개발비'

개발비, 상용화 임박한 R&D에 쓴 돈…비용 아닌 무형자산
R&D에 천문학적 돈 쓰는 제약사, 개발비 분류 따라 영향
셀트리온, 평균 최대 7배…신라젠, 투명한 만큼 적자 증가
  • 등록 2017-11-26 오전 7:50:00

    수정 2017-11-26 오전 7:50: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코스닥지수가 지난 24일 10년 만에 800선을 돌파하며 유례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이끌고 있는 종목은 단연 제약·바이오주(株)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닥 제약주 73종목의 시가총액은 약 59조원으로 전체 275조원의 약 2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 주가는 올 들어 100% 올랐고 시총 3위 신라젠(215600)은 무려 700% 상승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라도 현재의 주가만큼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바이오주는 과열돼 있다”고 말합니다.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다소 지나치다고 보는 것입니다.

연구개발비 중 ‘경상연구개발비’는 비용, ‘개발비’는 자산

전문가들이 바이오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 드는 돈을 회계장부에 비용 처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같은 회계적 판단은 나름의 객관적 기준을 충족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대부분 회사는 연구개발(R&D)을 합니다. 미래에 대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R&D에 드는 돈은 회계장부상 두 가지로 나뉘어 기재됩니다. 먼저 ‘경상연구개발비(연구비)’입니다. 보통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항목에 포함돼 있어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따라서 당기순이익을 낼 때 차감되는 요소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개발비’입니다. 이는 특허권 등이 포함된 무형자산 항목에 해당합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본다는 게 말이 안돼 보이지만 회계에선 가능합니다. 몇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 △자원의 입수가능성 △미래 경제적 효익을 모두 제시할 수 있고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경우를 만족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상용화가 임박한 R&D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가 있고 그때부터 쓰는 돈은 헛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이같은 개발비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있음에도 최종 판단은 결국 회사가 한다는 점입니다.

제약회사의 경우 이러한 자의성이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신약 개발 과정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수천억원이 비용(연구비)이 될 수도, 자산(개발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셀트리온, 1986억원 개발비 분류…신라젠은100% 비용처리, 적자폭 증가

코스닥 흥행을 몰고 온 바이오주들은 공시를 통해 연구개발비를 어떻게 회계처리했는지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의 최근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R&D에 2639억원을 썼습니다. 이중 약 75%에 해당하는 1986억원을 개발비로 분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의 개발비 비율은 10~2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4~7배 높은 수치인 셈입니다. 같은 해 셀트리온의 당기순이익은 1804억원입니다. 셀트리온이 만약 개발비를 모두 연구비로 잡았다면 당기순이익은커녕 당기순손실 182억원(1804억원-1986억원)이 났을 겁니다.

셀트리온은 높은 개발비 비중에 대해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3월 개발비가 일순간 손실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셀트리온측은 ‘주주님께 알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자산화된 누적 개발비(7568억원) 중 94%는 당사의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와 관련된 개발비로서 주주님들께서 이미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거나 이미 규제기관의 허가 획득을 완료하고 상업판매 돌입을 준비 중인 제품들에 대한 개발비입니다”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개발비가 비용이 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반박을 한 것입니다.

셀트리온의 개발비 처리 논란을 의식해서일까요. 신라젠은 셀트리온과 정반대의 회계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개발비 중 단 한 푼도 개발비로 처리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신라젠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 261억원 전액을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으로 넣어 비용 처리했습니다. 올해 9월 30일까지 사용한 연구개발비 236억원도 전부 다 비용으로 봤습니다. 신라젠측은 “자사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처럼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자산이 아닌 비용 처리하고 있다”며 “보수적이고 수익에 대응하는 회계처리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회사 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연구개발비 100% 비용 처리’란 투명한 회계방식엔 부작용도 있는듯 보입니다. 신라젠의 적자가 해마다 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라젠의 2013년 당기순손실은 3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495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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