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파월 의장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시장을 긴장시켜 왔다. 그런 그가 금리 인상 사이클 시작 후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는 것은 충분히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메시지로 해석될 만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주가는 한 달째 박스권에 갇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을 입증할 만한 경제지표가 뒷따르지 않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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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파월 의장은 “상품을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준다”고도 했다. “과도하게 긴축할 의도는 없다”는 말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긴축 정책이) 서비스 분야에는 영향이 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명확하게 말했다. 7일 발언도 보자. 그는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하긴 했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말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파월 의장은 팩트를 토대로 ‘비둘기’와 ‘매’가 뒤섞인 중립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런데 피봇 기대감에 들뜬 투자자들은 그의 발언에서 ‘비둘기’만 찾아 멋대로 해석한 셈이다.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발언 직후 시장에 확산됐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쏙 들어갔다. 오히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 때까지 파월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무슨 발언을 할지, 연준이 통화정책에 참고하는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투자자들이 또다시 비둘기를 찾아 나설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기대감이 없는 증시는 상승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