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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중앙으로 지나는 경도선은 동경 127.5도로 경기도 가평군, 충북 청주시, 전남 순천시 등과 만난다. 이곳의 시각이 바로 UTC +8:30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대한제국 시절인 지난 1908년 4월 1일 서양식 시간대를 처음 도입했다. 칙령 제5호를 통해 우리나라의 중앙 경도선인 동경 127.5도에 맞춰 UTC+08:30를 표준시로 채택했다. 대한제국 표준시의 선포는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인 1912년 조선총독부는 우리나라의 표준시를 일본과 같은 UTC+09:00로 바꿨다. 결국 1954년 이승만 정부가 선포한 표준시는 일제가 정한 표준시를 대한제국의 표준시로 원상복귀한 것이었다. 그러나 박정희 군사 정부는 5.16 군사 정변 3개월 후인 1961년 8월 10일 이를 다시 동경 135°, UTC+09:00로 변경했고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이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한반도는 일본 효고현 아카시 시 근처의 UTC+9의 기준선과 중국 베이징시 근방의 UTC+8의 기준선의 거의 중간에 있다. 대한민국 국토 최동단인 독도도 경도가 131도다. 현재 표준시의 경도선인 동경 135도선은 독도에서도 약 278㎞ 떨어져 있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의 움직임보다 실제로는 30분 일찍 살고 있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체 리듬에 표준시를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또 이들 주장의 논거로는 일제가 정해 준 일본의 표준시를 여전히 쓰고 있기 때문에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는 대의명분도 있다. 우리나라는 사실 1434년 세종대왕이 해시계(앙부일구)를 만들어 서울 혜정교(현 광화문우체국 북쪽)와 종묘 앞에 설치하고 한성(현 서울)을 기준으로 삼아 표준시를 오늘날의 UTC+08:28로 정했다. 즉 UTC+08:30은 약 500년 간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 표준시였다.
반면 현재의 UTC +9:00를 계속 사용하자는 입장은 이미 적응된 것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혼란을 우려한다. 또 인도나 이란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경도 15도를 간격으로 1시간 단위 표준시를 채택하고 있다는 근거를 든다. 표준시가 꼭 정확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들의 논거 중 하나다. 표준시는 각국의 제반 상황과 편의에 따라 정하는 것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중국의 경우엔 베이징을 기준으로 한 UTC+08:00(동경 120도선)를 표준시로 삼기 때문에 실제 지역에 따라 큰 불편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 밖에 한미일 공조에 대한 고려, 북한 역시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UTC +9를 쓰고 있다는 점 등이 현행 UTC +09:00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 주장의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