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이제 그린스펀 리스크다"

  • 등록 2005-08-27 오전 6:07:00

    수정 2005-08-27 오전 7:49:30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마에스트로` 그린스펀은 재임 18년간 내내 주식시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물론 1996년 그 유명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발언으로 주식시장을 강타하긴 했지만 이는 주식시장의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 1990년대 후반의 눈부신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줬다.

"미국 경제 상태는 양호하며 몇몇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 주식시장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런 류의 발언에 항상 안도했고 화답했다. 특히 작년 6월 이후 10차례 계속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과거 주가를 끌어내리던 금리인상을 무시했다. 반면 경제 성장 지속에 무게 중심을 두며 그린스펀의 발언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 퇴임을 불과 다섯 달 앞둔 이 거장은 작심이나 한 듯 직접적이고 분명한 어조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모호함(ambiguity)과 결별을 선언하려는 분위기다.

그린스펀은 26일 "최근 전세계 경제 활동은 여러 가지 형태의 자산을 통해 얻어진 자본 이익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 및 전망은 점점 더 자산가격 변화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충격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경제 유연성 확보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도 밝혔다.

놀랄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린스펀은 물가 안정, 완전 고용과 달리 자산가격 안정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라는 사실을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줄곧 부인해 왔다. "자산 거품의 파열은 오로지 사후에나 명백하게 알 수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던 그가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금리 정책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경제 유연성 확보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발언은 집값 붕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금리를 올려서 금리 인하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속내를 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가뜩이나 고유가 때문에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가 3개월 최저치로 떨어진 마당에 그린스펀이 노골적으로 집값 상승을 우려하고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밝히자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고유가로 인한 소비 및 기업실적 악화를 걱정하는 것도 모자라 부동산 둔화까지 염려해야 하니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게다가 9월은 미국 주식시장이 가장 안 좋은 움직임을 보이는 한 달이 아닌가.

제프리스 앤 코의 아서 호건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그린스펀의 발언은 단순한 경고 수준이 아니라 명백히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주식시장 앞에 힘든 길이 놓여있다"고 평가했다.

라이언 벡의 제이 서스킨드 자본시장 담당 책임자는 "그린스펀의 발언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었다"며 "고유가와 인플레 압력에 처한 연준이 가야할 길을 가리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웰스 트러스트 FBB의 수전 풀튼 매니저는 "그린스펀이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필사적(desperate)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과 모기지 차입자들이 점점 위험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번 입을 열기 시작한 그린스펀이 앞으로 남은 다섯 달 동안 더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린스펀 효과`에 익숙해져 있던 미국 주식시장이 바야흐로 `그린스펀 리스크`와 정면으로 마주쳐야 할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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