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4언절구] 난 대한민국 임태훈이다

  • 등록 2007-06-14 오전 10:41:26

    수정 2007-06-14 오전 10:49:28

▲ 두산 임태훈 [뉴시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두산 투수 임태훈(19)은 13일 잠실 롯데전서 큰 일을 해냈다. 2-2 동점이던 7회초 1사 3루서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내리 범타(얕은 플라이)로 솎아내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임태훈의 호투 덕에 분위기가 반전됐고 두산은 7회말 롯데 에이스 손민한을 두들겨 결승점을 뽑았다. 불펜의 '믿을맨'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더욱 눈에 띈 것은 임태훈이 이날 기록한 구속이다. 임태훈은 잠실 구장 전광판에 최고 148km를 찍었다. 148km는 그의 시즌 최고 구속이다.

체력 부담에 대한 논란을 잠재운 힘찬 투구였다. 13일 현재 임태훈은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50이닝을 던졌다. 지난주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내리 등판하며 5이닝을 던져 '혹시나...'하는 마음을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임태훈의 장점은 힘이 실린 직구.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여기에 커브까지 맘껏 구사해 두려움 없이 던지는 묵직한 직구의 위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포수로서 앉아 있을때 투수가 자신을 믿고 던지는 공과 불안해하며 던지는 공은 같은 스피드라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임태훈의 가장 큰 장점은 마운드에서의 당당함"이라고 말했다.

SK 포수 박경완은 이에 대해 "투수가 자신있게 던지는 공은 마지막 미트에 꽂힐때 느낌이 다르다. 순간적으로 '확' 빨려드는 기분이 든다. 스피드나 공이 도착하는 시간은 같을지 몰라도 포수와 타자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두산 구단 관계자를 통해 듣게 된 임태훈의 일화는 그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슬쩍 미소가 지어지지만 우습게만은 볼 수 없는 이야기다.

임태훈이 처음 야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서울 역삼 초등학교 3학년때. 임태훈은 어느날 아버지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건다. "아빠, 나 학교 야구부실에 있는데 회비가 30만원이래요. 빨리 (돈 가지고) 오세요."

아버지는 그저 장난인 줄 알고 처음엔 무시했다. 그러나 좀처럼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저녁시간을 훌쩍 넘길 무렵 부랴 부랴 학교로 찾아갔고 그때까지 야구부실에 버티고 서 있던 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날로 입회원서를 작성한 것은 물론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다. "기왕 시작하게 된 거 허투루 할 생각 말아라. 제2의 박찬호 같은 선수가 돼야 한다."

아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꺼낸 말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전혀 의외였다. "아빠, 난 누구처럼 되는 거 싫어요. 한국의 임태훈이 될거에요."(임태훈은 요즘도 언론이 자신을 '제2의 ~'등의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탐탁치 않아 한다)

당시 임태훈의 말을 들은 아버지나 지금 듣게 된 사람들이나 아직 임태훈의 큰 소리가 현실감 있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임태훈은 그의 장담을 조금씩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당당하게.

나 대한민국 임태훈이야

아버지는 말하셨지
박찬호를 꿈꾸어라
내마음을 모르셨네
넓고높은 나의꿈을

유니폼을 입어보며
내가품은 원대한꿈
누군가의 2세아닌
내이름을 알리는것

웃기에도 짧은인생
주눅들며 살긴싫다
배짱으로 사는인생
대한민국 태훈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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