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 후보로 청문회장에 섰을 때 국민들은 그가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로 일하며 5개월만에 16억원에 달하는 돈을 수임료로 챙겼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관피아 대부’, ‘슈퍼 관피아’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고, 결국 낙마했다.
그러나 법조계 인사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안 대법관의 경력에 비하면 한달에 3억원이면 청렴한(?) 수준이라고 했다. 안 전 대법관이 마음만 먹었으면 16억원이 아니라 수백억대 수임료 수입도 가능했을 것이란 게 법조계 인사들의 얘기였다. 안 전 대법관은 서울고검장을 지낸 강신욱 전 대법관에 이어 7년만에 나온 검사 출신 대법관이다. 검찰은 물론 법원에까지 두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슈퍼 전관’(前官)이라는 것이다.
“많긴 많은데 사실 안 전 대법관 정도 되는 분이 한달에 3억원이면 착하게 사신 겁니다. 전관 약발이 계속 가는 게 아니어서 퇴임 초반에 보통 한 몫 잡으려 들거든요” 한 법조계 인사의 설명이다.
2011년 법무부가 일반 국민 26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3%가 소송을 당하면 수임료가 비싸도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답했다. 승소확률이 높고(47%), 담당 판검사에게 청탁이 가능할 것 같아서(31%)다.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당시 조사에서 눈 여겨봐야 할 내용은 또 있다. 응답자들은 전관예우가 심각한 분야로 법조계(52%)에 이어 금융·조세분야(41%)를 지목했다. 국방조달 분야(5%)는 3위였다. 전관을 통하면 ‘정의와 세금과 안보도 흥정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이다.
방산비리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방위산업체들은 퇴직한 군 간부 출신을 고문 등으로 채용한다. 방산업체나 무역대리점에 취업한 전역군인들은 무기 수급계획 등 군사정보를 빼돌리고 총탄에 뚫리는 방탄복, 원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전자전 훈련장비를 납품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대가로 고액의 보수를 받는다. 대형 방산사업에서는 수억~수십억원대 커미션이 오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전역 후 생계수단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정의 실현의 첨병에서 사회정의를 좀 먹는 법조비리의 원흉으로, 평생 지켜온 국가 안보에 구멍을 내는 ‘원균의 후예’로 전락하는 것 모두 돈벌이에 눈 먼 때문이다. 판사, 검사, 군인은 우리사회에서 존경받는 직업이다. 존경과 경제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생각은 과욕이다. 이 욕심이 지금 우리사회를 좀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