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들이 ESG채권 등급 평가도 개시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두 최고등급이기 때문이다.
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서 평가한 ESG 채권은 모두 최고등급 평가를 받았다.
나신평 역시 채권평가를 신청한 20개 기업 중 12개 기업의 녹색채권에 Green1등급을, 8개 기업에 부합 의견을 내렸다. 나신평은 발행사가 등급을 평가받는 대신,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지 적합 여부만 묻는 경우 부합(Pass)이나 미부합(Fail)을 판단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애초에 ESG채권을 발행할 땐, 발행사들이 정형화된 기준을 맞춰 오기 때문에 1등급 부여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한신평의 경우 △프로젝트 적격성 검토 △발행계획과 운영과 관리체계 △정보투명성 검토를 한 후 최종 등급 결정을 한다.
한신평 관계자는 “조달자금의 90%를 ESG에 적격한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고 밝히면 1등급을 주고 있다”면서 “만일 1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할 때, ESG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자금이 500억이라면 550억원 규모의 ESG채권으로 찍고, 나머지 450억원은 일반 채권으로 찍는 식이다. 모두 1등급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ESG채권 평가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발행사가 사전 조율을 한다는 얘기다.
물론 신용평가사들은 사후 평가에서 등급이 다양화하면서 어느 정도 목표를 이행했는지 가려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사후평가 역시 발행사가 공급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를 하는 점은 맹점으로 꼽힌다.
신용평가사는 기업 신용등급을 정기 평가할 때도 기업이 제공한 재무제표 등 자료를 본다. 다만, 이 자료는 회계법인이 거의 한달간의 실사와 감사 등을 통해 한 번 이미 확인한 자료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 외에도 인터뷰, 추가 증빙 등을 요구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말부터 ESG채권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 만큼, 아직 사후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케이스는 없다”고 말했다.
당국이 나서는 게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국민연금 같은 큰 손이 적극적으로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신용평가사들이 엄격한 잣대를 세우려 해도 양질의 ESG 투자인지를 가리려면 준거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발행사에서 수수료를 받는 신용평가사가 마냥 엄격한 잣대를 가져오기 힘든 만큼, 큰 손들이 명확한 조건을 제시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