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금자 보호한도 상향 조정, 내년까지 미룰 필요 있나

  • 등록 2022-03-07 오전 5:00:00

    수정 2022-03-07 오전 5:00:00

금융당국이 예금자 보호 한도 조정에 부정적이던 입장을 바꿔 상향 조정 추진에 나섰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상향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신호로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가 실무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조정을 포함한 예금보험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협회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방식으로 관련 태스크포스도 조만간 꾸릴 방침이다.

현행 보호 한도는 예금자 1인당 금융기관별로 5천만원이다. 이만큼은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예금자가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한도가 2001년에 정해진 뒤 지금까지 21년간이나 변경 없이 유지돼 왔다는 데 있다. 그 사이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세 배가량, 예금보험공사 부보 예금은 다섯 배가량 늘어났다. 누적된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 상승까지 고려하면 예금자가 실제로 느끼는 보호 한도의 가치는 21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1인당 GDP 대비 보호 한도 비율도 1.3배로 미국의 3.7배, 일본의 2.2배에 비해 훨씬 낮다.

그동안에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러려면 금융기관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금보험료를 인상해야 하고 그 부담은 다시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부정적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입장을 바꾸기는 했지만 상향 조정 방안을 내년 8월에나 마련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내년 가을 이후에나 실행하겠다는 말이다. 굼뜨기가 이를 데 없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만으로 조정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부담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물론 금융당국으로서는 한도 상향 조정의 파급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하는 김에 예금보험 제도 전반을 들여다볼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21년이 지난 이제 와서 한도를 올릴 것을 고려하면서 시기는 최소 1년 반 뒤로 미룬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고 위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니 ‘민생지원 금융’이니 한 것이 빈 말이 아니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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