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포토에세이]한 사람을 안다는 것-서정원과 기자의 만남

  • 등록 2007-08-15 오전 11:46:02

    수정 2007-08-16 오후 12:51:56

▲ 축구스타 서정원

[이데일리 SPN 김정욱기자] '지인(知人)'.
 
모 기업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단어를 한자 뜻 그대로 풀면 단순히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말의 속에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벗을 일컫는 지음 [知音]의 의미가 강하다.  얼굴이나 이름을 안다는 1차적 의미를 넘어 오랜 세월 함께 하며 그 사람의 속내까지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만큼 잘 아는 사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해주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우리는 지음인, 또는 지인이라 부른다.

기자로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또 하루가 멀다하고 아는 사람은 늘어만 간다. 명함을 주고 받고 인사를 하며 일로든, 사적인 다른 목적에서든 누가 누구인지도 기억하기 버거울만큼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 내가 진짜 '잘 아는 사람', 지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순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오랜 시간 함께 할 사람은 정작 손꼽을 정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신뢰'와 '존중'이 가득했던 15년 '지인'들의 대화

최근 스포츠팀 축구 전문 베테랑 선배와 서정원 선수의 인터뷰 자리를 통해 '지인'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됐다.
 
비오는 어느 궂은 날, 서정원 선수를 만나기로 한 서울 강남 도산공원 근처 한 카페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페 한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서정원 선수와 그의 앞에서 노트북을 켜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른때와 별반 다를바 없는 인터뷰 모습.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좀 남달랐다. 우선 서로가 친숙한 듯 이름 뒤에 아무런 존칭없이 편하게 '정원아'라고 부르는 호칭부터가 자연스러웠다. 또한 인터뷰 특유의 딱딱한 '질의 응답'이 아닌 통상 우리네 사이에서 오고 가는 편한 '대화' 가 주를 이뤘다.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인터뷰의 패턴은 무언가를 캐내려는 기자의 질문과 무언가를 알리고 싶은 취재원의 답변이 오가는 것이었다. 서로 묘한 심리전을 펼치고, 때론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 서정원 선수와 스포츠팀 선배의 대화는 내가 알고 있던 인터뷰의 고정관념을 확실히 깼다. 두 사람은 서로 원하는 질문과 답변에 만남의 목적을 두었다기보다는 그 날의 만남 자체를 더 즐기는 듯 보였다. 

촬영이 끝난뒤 전해들은바에 따르면 두사람은 축구 선수와 기자로 알고 지내온 게 무려 15년이 넘었다고 한다. 아마 15년 전 당시 축구계의 기대주였던 서정원 선수와 패기만만한 스포츠 기자로 현장을 누볐을 선배는 처음 만나 서로의 열정을 불태우며 꿈을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 쪽은 은퇴를 결심, 지도자의 길을 떠나려 하고, 다른 쪽은 어느새 20여년간 한 길을 걸은 베테랑 기자가 됐다.
 
그날의 대화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 애정과 사랑이 가득 묻어났다.

1시간 30여분 동안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다른 일정 때문에 인터뷰를 끝내야만 하는게 못내 아쉬운 듯 보였다. 
 

◇ '지인'들의 인연을 카메라에 담는 것...즐겁고 설레는 작업

이후 따로 사진촬영을 위해 도산공원으로 이동했다. 근처에서 웨딩 촬영을 하던 신랑신부가 서정원 선수를 알아보고 기념촬영을 부탁했다.
 
쾌히 승낙한 서정원 선수를 향해 미소짓는 신랑신부. 이 모습을 바라보는 선배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촬영을 마치고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 위해 일부러 멀찌감치 떨어져 그냥 대화를 나누며 걸어오라고 부탁했다.
 
내가 그 때 한 일은 단지 셔터를 누른 것 뿐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찍은 어떤 사진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서정원 선수의 인터뷰 기사는 온라인에 공개돼  축구 팬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 인터뷰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가 스포츠 전문기자인 선배의 탁월한 글솜씨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그 기사에 담긴 애정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단지 시간이 흐른다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아니다. 애정과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다.

'지인'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는 일. 이 또한 즐겁고 설레이는 작업인 것 같다. 몇 년 후 잘 아는 그 누군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해 본다.

▲ '15년 지인' 김삼우 기자와 서정원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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