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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스타전 신입생’ 9명 가운데 한 명으로 당당히 그라운드에 섰다. 그 기다림의 시간만큼은 9명의 선수 가운데 긴 축에 속했다. 2004년 데뷔 후 처음으로 밟아 본 올스타전 무대였다.
“정말 재미있는 하루”였다고 윤희상은 정리했다. 소원을 이뤄낸 ‘감격 그 자체’. 그러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그는 “핑계대기 바쁜 하루”라면서 “그래도 덕분에 SK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사연은 이랬다. 식전행사에서부터 윤희상의 활약이 심상치 않았다. 홈런 레이스에서 최정의 파트너로 나선 윤희상은 최정이 좋아하는 코스인 몸쪽을 집중적으로 던져주겠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패. 몸쪽 바짝 붙인 공에 위협구까지, 제구력 난조를 보이다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열심히 던진다고 던졌지만 정작 최정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타석에 있던 최정은 볼을 계속 골라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결국 윤희상은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손으로 얼굴까지 가린채 마운드를 내려와야했다. 이를 지켜 보던 두산 김현수는 “투수들은 본능적으로 홈런을 피하게 돼있다”면서 나름의 이유를 분석하기도. 윤희상은 이날 배팅볼을 던져준 유일한 투수였다.
윤희상으로선 절친인 최정에게 미안한 상황. 윤희상은 연신 “미안하다”고 했고 난감해하는 윤희상을 위해 최정도 “역시 투수는 볼끝이 다르다”는 칭찬(?)으로 가까스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그의 활약은 경기 도중 나왔다. 이스턴 올스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이었다.
이번에도 너무 준비를 열심히 했던게 탈이었다. 윤희상은 이날 알록달록한 색의 글러브를 꼈다. 올스타전을 대비해 특별 제작된 글러브였다. 연습 때에도 껴보지 않아던 새 글러브였던 탓에 손에 잘 맞지 않았다는 변명(?)이었다.
그래도 윤희상은 이번 올스타전을 계기로 존재감과 인지도를 널리 알렸다. 사건 사고 없는 무난함으로 지루했던 팬들에게 윤희상의 몸개그는 올스타전에서 유일하게 터져나왔던 ‘웃음핵폭탄’이자 ‘깨알재미’였다.
경기 전 SK 사인부스가 한가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은 윤희상. 이제 그의 사인부스는 조금 더 분주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