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엉터리' 여론조사 판친다

  • 등록 2014-05-09 오전 6:00:00

    수정 2014-05-09 오후 2:42:22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론조사업체 M사는 지난달 8일 A 언론사의 의뢰를 받고 경남지사 경선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한 예비후보가 이의신청을 했고, 경남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조사결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여론조사 표본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수조사와 달리 여론조사는 추출하는 표본의 대표성 여부가 신뢰성의 핵심지표로 꼽히기 때문이다.

해당 여론조사에는 모두 1789명이 응답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조사지역인 경남의 인구비율상 △20대 295명 △30대 338명 △40대 394명 △50대 358명 △60대 404명 등으로 반영돼야 했다. 하지만 세대별로 실제 응답한 표본수는 큰 차이가 있었다. 20대 응답자수는 겨우 38명에 불과했다. 이에 M사는 38명에 7.76배의 가중치를 곱했다. 20대 1명의 응답이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약 8명이 답한 것으로 계산된 셈이다. 30대 응답자도 85명에 불과해 가중치를 3.98배나 뒀다. 반면 50대와 60대 응답자는 각각 766명, 647명에 달했다. 가중치는 각각 0.42와 0.62. 청년층과 반대로 중장년층 2명의 응답이 1명 수준으로 반영된 것이다.

남성 응답자(1365명)가 여성(424명)의 3배에 달한 점도 신뢰성을 담보하기엔 차이가 너무 컸다. 심지어 성별 분류는 가중치를 두는 보정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경남 심의위 관계자는 “가중치 편차가 너무 크면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6·4 지방선거 정국에서 이같은 ‘엉터리’에 가까운 여론조사가 난무하고 있다. 이에 ‘숫자정치’가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이데일리가 지난달 14~30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지방선거 여론조사 60개를 조사한 결과 20대에 대한 가중치는 평균 3.27배에 달했다. 표본의 정확성을 위해 20대 100명에게 답변을 받아야 할 상황에서 실제 30여명만 조사한 후 100명이 답한 것으로 계산했다는 얘기다. 30대에 적용한 평균 가중치도 2.52배였다.

통계학계는 이를 여론조사에 대한 왜곡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가중치가 적어도 2배 이하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대에 대한 가중치가 6배를 넘는 여론조사도 6건이나 됐다. 이는 사실상 ‘조작’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침이다. 박진우 수원대 통계학과 교수는 “6~7배 정도의 가중치는 조작이 의심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가중치 외에 질문지를 유리하게 바꿔 여론조사를 왜곡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문제는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표집오차 등에 대한 관련규정이 미비해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인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규제보다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시장에서 걸러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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