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예술품다③] 낡고 오래된 동네에 문화와 예술을 입히다.

강원 강릉시 명주동
한국관광공사 추천 10월 가볼만한 곳
글·사진 진우석 여행 작가
  • 등록 2017-10-01 오전 6:00:01

    수정 2017-10-01 오전 6:00:01

강릉 명주동 도심재생 사업의 핵심 장소인 명주예술마당.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자리한 명주동은 고려 시대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한때 강릉시청과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나란히 자리했지만, 시청이 이전하고 다른 곳에 번화가가 생기면서 명주동의 중심 역할은 사라졌다. 편안하게 늙어가던 명주동은 강릉문화재단이 명주예술마당, 햇살박물관, 명주사랑채, 작은공연장 단 등 문화 공간을 운영하면서 강릉커피축제, 명주플리마켓, 각종 콘서트와 공연을 열어 활기가 넘친다. 명주동 여행은 호젓한 골목길을 따라 문화 공간, 객사 터인 강릉대도호부 관아, 등록문화재인 임당동성당 등을 둘러본다.

3햇살박물관과 남문로
△낡은 옷에 문화로 새 생명 불어넣다

차를 타고 강릉에 도착하면 좀 허전하다. 예전처럼 대관령을 때굴때굴 굴러 내려와야 제맛인데, 이제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터널을 통해 편하게 도착한다. 그래도 험준한 백두대간을 지나 강릉에 닿으면서 느끼는 평온함은 여전하다. 명주동에서 가장 먼저 찾아볼 곳은 ‘명주예술마당’이다. 화산동으로 이전한 옛 명주초등학교 건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공연장과 각종 연습실을 통해 공연, 전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한다. 강릉문화재단 사무실도 이곳에 있다. 강릉문화재단 이종덕 사무국장에게 명주동 도심 재생 사업에 관해 듣고 ‘명주동 마을 지도’를 얻었다. 둘러봐야 할 장소의 위치와 설명이 잘 나와 있어 꼭 챙기는 게 좋다.

명주예술마당에서 나와 경강로를 건너면 삼거리식당이 눈에 띈다. 그 안쪽 골목이 남문로다. 이 길에 자리한 ‘햇살박물관’은 2층 주택을 리모델링한 강릉 최초의 마을 박물관이다. 1층에는 명주동의 과거와 현재 사진이 있고, 2층에는 주민이 사용하던 TV와 전화기, 다리미, 타자기 등 예전 물건이 전시된다. 마을 주민의 손때와 추억이 묻은 물건이라 더 정겹다. 2층 발코니로 나가니 명주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 앞 골목에서 고추 말리는 모습이 평화롭다.

햇살박물관 앞 남문로는 자가용이 간신히 지날 만한 너비지만, 예전에는 서울 가는 버스가 다녔다고 한다. 골목을 휘휘 돌면 옛 성벽 터, 읍성의 흔적이 보인다. 거대한 직사각형 돌덩이가 인상적인데, 성벽은 신라 시대 양식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한다.

옛 방앗간을 고쳐 카페로 만든 봉봉방앗간
돌덩이를 한번 만져보고 길을 나서면 ‘명주사랑채’에 닿는다. 커피체험장과 북카페를 겸한 마을 사랑방이다. 커피의 도시 강릉에는 카페가 수없이 많지만, 드립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여기서 체험해보자(재료비 3000원). 곱게 간 커피를 거름망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진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커피 가루가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진한 커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신기하다. 커피를 다 내렸으면 이제 시음할 차례다. 내가 직접 내려서 그런지 맛도 좋은 것 같다.

명주사랑채 앞쪽에 ‘작은공연장 단’이 있다. 이곳은 1958년 세워진 강릉제일교회를 고쳐 만들었으며, 연극과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공연장 앞에 있는 ‘봉봉방앗간’도 들러보자. 허술한 외관으로는 이곳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안에 들어가면 방앗간이 아니라 카페다.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얼룩진 벽과 그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1940년대 지은 방앗간 건물을 젊은 예술가들이 매입해서 멋지게 꾸몄다. 봉봉방앗간은 기계를 쓰지 않고 모든 커피를 직접 내려준다. 카페 분위기보다 커피 맛으로 승부하려는 젊은 사장 부부의 마음씨도 가상하다.

강릉대도호부 관아 전경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 도시

봉봉방앗간에서 명주프리마켓이 열리는 골목을 지나면 강릉대도호부 관아(사적 388호)가 나온다. 이곳은 중앙 관리들이 머물던 객사 터다. 조선 영조 때인 1750년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임영지(臨瀛誌)》에 따르면, 강릉대도호부 관아의 규모는 전대청 9칸, 중대청 12칸, 동대청 13칸 등 모두 83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객사 정문인 임영관 삼문과 칠사당을 제외하고 대부분 훼손됐다.

현재 주요 건물은 복원됐는데, 예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줄었다. 칠사당(강원유형문화재 7호) 영역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느티나무가 건물과 어우러져 고풍스럽다. 호적, 농사, 병무, 교육, 세금, 재판, 풍속 등 일곱 가지 정사를 베풀었다고 칠사당(七事堂)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또가 집무한 동헌을 지나면 강릉 임영관 삼문(국보 51호)이 나온다. 고려시대에 만든 삼문은 맞배지붕과 배흘림기둥을 설치해 조형미가 뛰어나다. 기둥을 한번 쓰다듬고 안으로 들어가 임영관을 구경하고 나오면 임당동성당이 지척이다.

고딕 양식 건축기법이 세련된 임담동성당
뾰족한 종탑과 지붕 장식, 첨두형 아치 창문과 장식 등 고딕건축이 정교하고 세련된 강릉 임당동성당(등록문화재 457호)은 1950년대 강원도 지역 성당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본당 안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나오는 무지개 빛줄기에 촉촉이 젖었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예수의 탄생과 부활, 노아의 방주 등이 표현되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성스러운 분위기에 잠겨본다.

발걸음은 도심을 지나 중앙·성남시장에 이른다. 2층 식당가에서 유명한 삼숙이매운탕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건어물 거리와 횟집 거리, 먹거리 골목 등을 설렁설렁 구경한다. 시장의 명물로 통하는 아이스크림호떡을 들고 나오면 남대천 주차장이다.

안목해변 커피거리의 커피 조형물
여기부터 남대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따라 안목해변까지 걸어갈 수 있다. 거리는 약 5km, 힘들면 중간에 버스를 탄다.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와 산책 나온 강릉 시민의 모습이 평화롭다. 산책로 끝은 솔바람다리다. 이곳에서 남대천이 바다와 몸을 뒤섞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날 수 있다. 바다가 설렁설렁 남대천을 밀고 올라가는 모습과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일품이다. 솔바람다리 옆이 안목해변이다. 커피 한 잔 들고 벤치에 앉아 지긋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강릉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명주예술마당→햇살박물관→명주사랑채→작은공연장 단→강릉대도호부 관아(칠사당)→강릉 임당동성당→중앙·성남시장→남대천→안목해변

△1박 2일 여행 코스= 명주예술마당→햇살박물관→명주사랑채→작은공연장 단→강릉대도호부 관아(칠사당)→강릉 임당동성당→(숙박)→중앙·성남시장→남대천→안목해변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강릉 IC→경강로→삼거리식당 앞에서 좌회전→명주예술마당

△먹을곳= 장칼국수 삼거리식당(033-642-9923), 한정식은 예향한정식( 033-646-1025), 삼숙이매운탕은 해성횟집(033-648-4313), 섭국과 물회는 섭과물망치(033-655-5259)

△주변 볼거리= 강릉 오죽헌, 강릉 선교장, 강릉 경포대 등

오래된 느티나무와 건물이 어우러진 칠사당
중앙시장의 명물인 호떡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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