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로 떠나고 입국 미루고'…코로나19 청정지역 찾는 프로 골퍼들

  • 등록 2020-03-02 오전 6:05:00

    수정 2020-03-02 오전 6:05:00

이소미.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2020시즌을 준비하는 프로 골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지난 겨울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났던 선수들은 2월 중순부터 속속 귀국했다.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다시 짐을 챙겨 두 번째 전지훈련을 떠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연습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조금이라도 안전한 지역을 찾아 2차 전지훈련을 가는 것이다. 해외에서 훈련 중인 선수 가운데선 아예 시즌 개막까지 귀국 일정을 미룬 채 추가 훈련을 하는 선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없는 청정지역으로 떠나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선수들은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뒤 3월부터 본격적으로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구를 비롯해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에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없는 청정지역을 찾아 떠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소미(21)다. 지난달 중순 태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이소미는 집이 있는 경기도 용인이 아닌 전남 완도에서 연습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소미가 완도에서 3월을 보낼 예정은 아니었다. 그는 집 근처에서 훈련하며 개막 전까지 올해 대회가 열리는 코스 답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3월 일정을 완도에서 소화하게 됐다. 그는 “경기도 용인에 사는데 최근 집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와 고민 끝에 완도로 내려왔다”며 “여기 오니 코로나19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연습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고 말했다.

유럽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민규(19)도 완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그는 “5월까지 챌린지투어 대회가 없어 한국에 들어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완도를 오게 됐다”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잠잠해져 한국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습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위약금 물면서까지 귀국 일정 미뤄

매년 2월 말과 3월 초에는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난 선수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해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다. 전지훈련의 메카로 꼽히는 태국은 물론 미국, 베트남 등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이 귀국 일정을 미루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태국 치앙라이와 후아힌에서 훈련한 김우현(29)과 유송규(24)는 지난달 27일 한국행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한국보다는 태국에서 연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김우현은 “한국에 가서 연습을 포함해 라운드, 체력 훈련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태국에 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송규는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싶지만 연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태국에서 2주 정도 더 머물기로 했다”며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까지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훈련하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을 비롯해 김지현(29)과 오지현(24)도 일정을 변경했다. 고진영은 스폰서 계약 체결 및 행사 참여로 2월 말 한국에 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일정을 취소했고 미국에 남기로 했다. 김지현과 오지현은 한국행 비행기표를 3월 중순으로 변경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귀국 일정을 늦추면 위약금 발생은 물론 전지훈련 비용이 늘어나지만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새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 다들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2주 자가격리’ 걱정하며 대회 장소로 서둘러 출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유러피언투어, 아시안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출국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한국인을 입국 금지를 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현지 입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박인비(32)와 유소연(30), 김효주(25) 등은 3월 초로 예정됐던 출국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26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시안투어 반다르 말레이시아 오픈과 로열 컵에 출전할 예정인 문도엽(29)은 애초 예매했던 2일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문도엽은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할까 걱정돼 출국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올 시즌을 시작하는 김민규는 2주 자가격리 기간을 고려해 4월 중순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는 “유러피언투어의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주간 자가격리를 할 수 있는 만큼 여유 있게 일정을 짰다”며 “대회 출전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계획을 잘 세우겠다”고 말했다.

임희정. (사진=KLPGA)
△국내에서는 동선 최소화

지난해 KLPGA 투어에서 3승을 차지한 임희정(20)은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지 않고 한국에서 새 시즌을 준비했다. 그는 발목 부상 회복과 체력 늘리기에 집중하며 겨울을 보냈다. 예년보다 따듯한 겨울 날씨도 임희정을 도왔다. 그는 스윙 교정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퍼트 훈련 등 실외에서 할 수 있는 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올 시즌 준비에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임희정은 최근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3월 계획을 수정했다. 그는 “한국에서 2월까지 스윙 교정과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한 뒤 3월 초에 대만으로 넘어가 KLPGA 투어 대만 대회를 준비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만 대회가 취소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동선을 줄이기 위해 연습장과 집을 반복하는 ‘집순이’ 생활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걸리면 시즌 초반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만큼 손을 자주 씻고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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