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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대비 국내 가치 12.1%↑·성장 0.3%↑
19일 혁신기업을 상징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ARKK)의 연초대비 17일(현지시간) 수익률은 -17%다. 보유 종목인 테슬라(TSLA)가 -18.3%를 기록하는 등 성장주의 하락과 궤를 같이했다. 반면 ‘흠슬라’란 애칭을 보유한 대표적인 경기민감 종목인 HMM(011200)은 연초부터 18일까지 203.6%를 기록했다.
극단적인 예가 아니어도 올해 가치주들의 평균적인 수익률은 성장주를 크게 앞선다. 올 초 대비 지난 17일까지 뱅가드 밸류 ETF(VTV)의 수익률은 17.9%로 뱅가드 그로스 ETF(VUG)가 4%인 데 비해 4배 이상 올랐다. 비교적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종목으로 구성된 아이셰어즈 러셀1000밸류 ETF(IWD)도 17.4%로, 3.8%인 아이셰어즈 러셀1000그로스 ETF(IWF)보다 4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업종별 연초 대비 수익률에서도 가치주의 약진은 뚜렷이 드러난다. WI26 기준 철강(46.1%), 운송(44.7%), 에너지(34.1%), 통신서비스(30.9%), 은행(29.4%), 건설·건축관련(25.3%) 등 거의 경기민감주 및 금융주 등 가치주 영역에 속하는 업종이 수익률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다. 수익률 하위권은 건강관리(-16.4%), IT하드웨어(-4.6%) 유틸리티(-3.0%), 반도체(-0.4%) 등 성장산업에 속하는 업종이 많다.
“극단적으로 성장 뜨고 가치 지지 않을 것…가치주 매도 때 더 고민해야”
가치주 수익률이 성장률을 앞서나간 것은 지난해 이후 1년 만의 일이 아니다. 짧게 보면 지난 2015년, 길게 보면 2007년 이후 14만의 역전이다. 롱텀트렌드에 따르면 세인트 루이스 연방은행이 제공하는 성장 지수(Wilshire US Large-Cap Growth Total Market Index)를 가치 지수(Wilshire US Large-Cap Value Total Market Index)로 나눈 값은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때 1.693으로 정점을 찍고 거품이 꺼지면서 2007년 초까지 하락, 최저점인 0.7까지 내려왔다. 그 뒤 2019년 말까지 1.0대로 점차 상승하더니 지난해 코로나를 만난 뒤 그해 말까지 1.3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들어서야 1.23까지 내렸다. 닷컴 버블 이후 약 7년간 성장주를 앞서 갔던 가치주는 무려 14년간의 암흑기를 거치고 난 뒤 이제야 우세해지기 시작한 셈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치주 호황기를 길게 보지 않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tapering)에 대한 신호를 줄 걸로 예상되는 3분기가 지나면 다시 성장주 약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3분기까진 인플레이션 논란과 함께 금리 상승이 진행돼 가치주가 부각될 걸로 보지만, 그 뒤부턴 산업 전환에 초점이 맞춰지며 이에 부합하는 성장주가 강해진다는 평가다.
반면 하반기부터 움츠렸던 성장주가 기지개를 켜는 것은 맞으나, 펀더멘털이 양호한 가치주가 상승 탄력을 유지할 거란 관측도 있다. 금리가 완만히 상승한다는 가정하에선 성장주 독주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기민감 업종은 매수보다 매도 타이밍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고문은 “상반기 가치 영역이 빠르게 오르면서 하반기부턴 절대적인 저평가된 종목들이 사라져 갈텐데 가치주 중에서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등 차별점을 지닌 것은 상승 여력이 있다”며 “극단적으로 하반기는 성장주가 뜨고 가치주가 간다는 것보다는,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퀄리티가 있는 가치주도 프리미엄을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클리컬(경기민감) 업종은 경기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낙폭도 크기 때문에 매도가 어려울 수 있다”며 “해당 산업에 대한 사이클의 이해, 규제 여부, 새로운 경쟁자의 출연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때마다 밸류에이션을 해서 판단해야 하는 등 많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