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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투자 못해"…치열해진 VC 생존경쟁

창투사 매년 꾸준히 순증…2017년 대비 40%↑
정책자금 유입에 VC 창업 열풍
벤처 1세대 독립 시기와 맞물린 영향도 작용
유망기업은 VC 선별해서 투자 받아
  • 등록 2021-06-21 오전 12:16:00

    수정 2021-06-21 오전 12:16:00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벤처캐피탈(VC)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 주도로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이 스타트업에 좋은 토양이 됐지만, 동시에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VC를 창업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조성돼서다.

유망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 VC를 선별해 받는 상황은 이제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시드(Seed)단계 유치 이전부터 가용한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대형 VC에 투자받으려는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있어, 후발 VC들의 투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벤처투자 운용사 400여곳 안팎 추정

국내에서 벤처캐피탈은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창업투자회사는 2017년 121곳에서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171곳으로 41.3% 증가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스타트업보다 VC가 더 많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VC가 스타트업보다 많지 않지만, VC가 투자하고 싶은 유망 스타트업은 한정돼 있는 반면, 신생사는 매년 늘고 있어 위기감이 섞인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여신금융협회에 다르면 신기술금융사는 이날 현재 61곳이다.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액셀러레이터까지 고려하면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운용사는 308곳으로 훌쩍 늘어난다. 여기에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곳들까지 고려하면 400여곳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들 외에도 상장사나 자산운용사도 벤처투자를 대체투자의 한 영역으로 보고 관심을 갖고 있어 투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문턱 낮추니…독립하는 심사역 늘어

벤처투자를 하겠다는 플레이어는 늘어나지만 창투사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를 창업하려는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펀드 조성에만 성공하면 순탄하게 초기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VC는 운용자산(AUM)의 2%를 관리보수로 받고 있다.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사모자산운용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데일리가 중소벤처기업부의 공시를 취합한 결과 최근 1년에만 창투사 25곳이 새롭게 문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창투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춘 영향이다.

VC는 성과보수 체계로 각 구성원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곳인데, 이 기준은 하우스별로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불만을 느낀 심사역이 독립하는 경우가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심사역들이 각 하우스에 가진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자본금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태여서 VC 창업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VC나 운용사에서 벤처투자를 해왔던 1세대 심사역들이 독립할 시점도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설립된 스케일업파트너스는 원익투자파트너스에서 바이오 헬스케어를 전문적으로 투자했던 이태규 대표가 설립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설립된 팰콘제이파트너스는 정만회 전 우리기술투자(041190) 사장이 설립한 창업투자회사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투자한 지분이 부각돼 우리기술투자 주가가 크게 올랐고 이를 팔아 새로운 창업투자회사를 세워 독립한 것이다.

유망 스타트업 한 곳에 여러 VC가 ‘러브콜’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기업 실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전화를 통해 투자 의사를 밝히는 곳도 있었다”며 “기술력 등 차별점이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 동시에 여러 곳의 VC에 투자제안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800억원 규모로 시리즈C 단계를 마무리한 근거리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의 경우는 당초 목표로 한 500억원 보다 많은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 의향을 보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많았고, 이마저도 다 받지 않았다는 게 IB 업계의 설명이다.

펀드를 조성하고 필드에 나와도 유망한 스타트업은 이미 중대형 VC들이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조(兆)단위 펀드를 가지고 있는 상위 VC에 비해서 수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가지고 있는 신생 VC와 경쟁이 쉽지 않다.

VC업계 관계자는 “조(兆)단위 펀드를 가지고 있는 상위권 대형 VC는 5억이나 10억을 마음 편하게 투자해놓고, 성장하면 20억~30억원 규모로 후속투자를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100억원 규모를 가진 신생 VC는 5억원 투자에도 신중해야 해 대형 VC의 의사결정 속도에 밀리고, 후속투자도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생 VC는 차별화에 집중하는 추세다. 시드나 시리즈A 등 초기 단계에만 집중하거나, 시리즈C에서 프리(Pre)IPO 등 반대로 후기 단계 투자 전문화를 내세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투자 단계는 물론 투자 업종을 세분화 한 경우도 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나 영화 콘텐츠를 보는 심사역이 아니면 VC들은 지금까지 제너럴리스트로 평가받아왔다”며 “하지만 점점 투자 단계부터 투자 섹터를 세분화해야 자리를 잡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나 반도체 중에서도 초기 기업들만 보는 심사역 등이 시장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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