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People]"기댈 곳 없다. 그래서 밖으로 뛴다"

[마켓in이 만난 이 사람]호바트 엡스타인 동양종금증권 IB총괄 부사장
  • 등록 2011-02-09 오전 9:21:00

    수정 2011-02-09 오전 9:21:00

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08일 10시 15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어느 토요일 오후, 압구정동의 카페 창가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자. 창밖에 젊은 연인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참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고 시간만 보낸다면 나한테 남는 것은 없다. 투닥거리는 연인이 있다면, 끼어들어서 남녀 각각에게 `내 말 좀 들어보라. 좋은 사람이 있는데, 소개받을 생각이 있냐`고 물어볼 수 있겠나. IB는 그래야 한다. 마냥 흘러가는 세상만 쳐다볼 순 없는 것, 그래서 그 상황에 끼어드는 것이 IB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IB하우스를 꼽자면 단연 동양종금증권(003470)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의 사활을 걸고 추진한 대한전선(001440)의 유상증자 대표주관, 지난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의 재무적투자자(FI) 등 굵직한 딜에서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동양증권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의 채권자본시장(DCM) 강자로 군림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주식자본시장(ECM)이나 M&A 분야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 ECM 분야에서 5940억원의 주관실적(전체 대비 27.3%)을 올려 2위 대우증권(006800)(3627억원·16.6%)을 크게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동양증권 IB를 이끌고 있는 호바트 엡스타인 부사장에게로 쏠렸다. 동양증권 을지로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돈 장사가 아니라 아이디어 장사"

이른바 `압구정동 커플론`은 그가 직원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항상 건네는 말이다. 흔히 `돈 장사`로 인식되는 IB지만, 실제로는 `아이디어` 장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동양증권 IB의 아이디어는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자문해주는 레이팅 어드바이저리 서비스(rating advisory service)`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로 자금 조달에 나설 때도 재무분석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자문해주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 레이팅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동양증권이 처음이다. 엡스타인 부사장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평가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일종의 변호사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을 받는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분석하고, 개선방법을 제공해 결과적으로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빗대 설명했다.

"기업을 환자에 비유한다면, 그동안의 IB는 환자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에 대해 약만 팔았습니다. 환자가 기침을 하면 `왜 기침할까`를 고민해 처방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죠. 특히 환자가 아프지 않도록 미리 예방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분석해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해주는 것뿐 아니라, 미래에 다가올 문제까지 미리 예방을 해주는 것이죠."

동양증권의 레이팅 어드바이저리 서비스를 받는 8개 기업의 신용등급은 대부분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동양증권은 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왜 무료일까. 서비스를 받는 회사의 재무구조 분석을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채권뿐만 아니라 주식, M&A 등 다양한 IB수요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엡스타인 부사장은 이를 해외로 확대 적용할 생각이다. 최근 동양증권이 종합증권업 라이선스를 받은 캄보디아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 정부가 국가신용등급을 받을 때 자문을 해주는 식이다. 이렇게 해외에서 자문실적을 쌓아 역으로 국내에서 정부와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일반적으로 한국 정부가 S&P에서 신용등급을 받는다면, 이를 자문해주는 곳이 있는데 지금은 다 외국계입니다. 기업들이 해외채를 발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한국의 IB들이 서비스다운 서비스를 못해준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계가 늘 해왔던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언제까지 한국정부의 재정 컨디션을 외국계가 진단하고 조언해줘야 합니까." 증권사 영혼은 無에서 有 창조

동양증권은 거대그룹 계열 증권사도 아니고, 금융지주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곳도 아니다. 동양그룹 계열이기는 하나 시장에 익히 알려져 있듯 동양메이저(001520) 등 비금융계열들의 사정이 좋지 않다. 한마디로 `큰 형님`이 없다. IB영업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동양증권 IB의 미래는 어떠할까. 엡스타인 부사장은 "동양증권은 경쟁상대가 없다. 10년 뒤에 다시 취재해보면 그땐 단연 1등이 돼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동양증권 IB의 선전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호언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유를 다시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인 엡스타인 부사장은 "우리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댈 곳이 없어 밖으로 나가 영업을 해야 먹고 사는 구조, 그래서 배고픈 IB가 더 뛰는 법이고, 1등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지금 당장은 약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거대기업 계열이나 은행계열 IB는 서로간의 이해관계와 기댈 곳이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도, 은행계열IB가 독립IB를 못 따라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대기업 계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팔 수 있겠습니까. 브랜드와 이미지 걱정이 먼저 앞서겠죠. 진정한 IB는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자금 흐름과 파이낸셜 솔루션(Financial Solution)을 만들어 가는 곳입니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효율적인 자금조달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곳이 IB죠."

GE의 사례도 들었다. 잭웰치가 회장이 되고서 제일 먼저 증권사를 샀는데, 몇 년 못 가서 망했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마인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엡스타인 부사장은 "증권사의 영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인데, 기댈 곳이 있는 IB는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공격적 영업 `NO`!

동양증권이 최근 주관을 맡은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대한전선, 현대그룹 등 기업의 재무상황이 어렵거나, 은행권에서 론을 일으키기 어려운 곳이 많다. 그만큼 IB입장에서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효과적인 해법을 제공해야 할 수밖에 없었던 딜인 셈이다. 이러한 동양증권을 두고 업계에서는 `너무 공격적`이라는 평도 들린다.

하지만 엡스타인 부사장은 "공격적인 것 보다는 집중과 선택"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100명이 하루에 2400시간을 가지고 있고, 대형IB는 200명이 있다면 하루에 4800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통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우리에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거죠."

동양증권의 선택과 집중은 현대건설 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동양증권은 현대그룹의 손을 잡고, 계열사 유상증자 대표주관은 물론 재무적투자자(FI)로 직접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도 했다. 덕분에 지난해 4분기 ECM 주관실적에서 대형 IB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옙스타인 부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주어진 시간에서 최선의 리턴(return)을 생각한 것입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다른 IB가 생각하지 못한 가장 창의적이고 훌륭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우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패밀리 닥터` 목표

엡스타인 부사장은 올해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이 지난 해보다 더 활발해지면서 IB에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관련한 재무적 수요도 많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돼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분야에서 계속 리딩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주식 및 M&A 분야를 더욱 향상시킨다는 게 큰 그림이다. 특히 수수료 문제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 대기업 계열회사의 기업공개(IPO)때 일입니다. 우리도 상장주관 계약을 위해 나름대로 수수료(Fee)를 낮춰서 제시했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의 수수료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만큼 국내 IB시장의 수수료 경쟁이 심해진 것이죠." 엡스타인 부사장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글로벌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필요 인력도 지속적으로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엡스타인 부사장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동양증권 IB를 산업적 전문성(Industry Experts)을 갖춘 조직으로 키워, 패밀리 스페셜리스트 닥터(Family-specialist doctor)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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