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직구토크]연봉 2억 임원도 빚만 1억..월 600만원 사교육비는 못줄여

대출의 덫, 구조적인 문제..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어
  • 등록 2014-04-11 오전 6:00:00

    수정 2014-04-11 오전 8:50:03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꽤 오랜 시간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야기가 겉돌았다. 같은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정작 각자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된 ‘가계부채 직구토크’는 서로가 전체의 한 부분만 보고, 그것에 대해서만 말할 때, 합의점을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절감한 자리였다. 그만큼 가계부채 문제에 관한 우리의 사회의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117조3000억원. 2년 연속으로 1000조원을 웃돌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신용(가계대출 및 판매신용 합계)잔액은 10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민 한 사람당 빚이 1000만원에 육박한다. 현재 가계부채 문제는 내수 활성화를 바로막는 ‘원흉’으로 꼽히고 있다.

종합적인 논의를 위해 이날 직구토크에는 ‘의도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는 이들을 모셨다. 가계부채 타파에 앞장서는 사회적 기업 ‘스마트머니’의 제윤경 대표, 주택산업 전반을 연구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김찬우 주택산업연구원 박사, 현장에서 매일매일 가계부채 문제에 허덕이는 이들을 직접 대면하는 김기성 서울시 복지재단 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이 모였을 때, 논의는 한곳이 아닌 방사형으로 흩어졌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주체’였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소득자의 가계부채는 개선된 반면, 자영업자의 채무는 더욱 악화됐다. 특히 3곳 이상에서 채무를 가진 다중채무자들의 부채가 더욱 악성화 됐다.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정층의 심각한 문제이기도 한 셈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지난 3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김기성 서울시 복지재단 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사, 김찬우 주택산업연구원 박사가 ‘가계부채 직구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가계부채, 누구의 문제인가

▶성선화 기자(이하 성)=직구토크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계부채와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이 모인 만큼, 각자의 기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김기성 서울시 복지재단 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사(이하 기)=현장에서 부채상담 경력 5년째다. 지금의 상황을 5년 전과 비교하면, 가계 부채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복지상담센터는 개인들이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한다. 개인이 채무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출 설계 자체가 잘못되면 대출을 갈아타는 법을 알려준다. 둘째, 고금리 대출을 쓴다면 서민금융 제도를 알려줘 금리를 낮춰준다. 마지막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고 채무금액이 너무 많다면 개인회생, 파산 등 법적인 절차를 따르도록 한다. 문제 해결 방법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2시간 이상 상담을 하고 각자에게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성=에듀머니는 민간업체이지만 공적인 일들도 많이 한다. 특히 가계부채에 관한 상당히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하 제)=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왜 기관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나. 에듀머니는 금융권 최초 사회적 기업이다. 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상대로 경제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해 8월 설립된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 설계도 직접 했다. 에듀머니는 민간에 있는 다른 재무설계사들과 차원이 다르다.

▶성=최근 주택산업연구원에서 가계부채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우스푸어로 체감하는 가구가 지난해 약 17만가구 증가했고, 담보대출 이외에 신용대출이 평균 약 1300만원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하우스푸어 체감가구 금리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찬우 주택산업연구원 박사(이하 김)=직접적으로 가계 대출 문제를 연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 연구 보고서는 규제 완화에 관한 것이다. 주택 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중산층이 고금리 신용대출을 쓰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제=김 박사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담보 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는데. 이자를 낮춰준다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다. 담보 대출을 쓰던 사람이 신용대출로 옮겨간 것은 상환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김=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신용대출을 쓰는 사람들이 또다시 대출을 받아 빚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지나친 가정이다. 고금리 신용대출을 쓰는 사람들이 이보다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쓰도록 유도하면 소비 여력을 키울 수 있다. 왜 그렇게 단정 짓는지 모르겠다.

▶제=단정적인 것이 아니다. 현재 중상위층의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1억 5000만원 수준이다. 이들이 생활비의 25% 정도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이들이 또다시 신용대출을 받는 것은 상환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지 고금리 때문이 아니다.

▶김=그렇다면 신용대출을 일으켜서 고금리를 쓰는 사람에게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더라도 또 대출을 일으킨다는 말인가.

▶제=당연하다. 1억 5000만원의 대출이 있는데, 생활비가 부족해서 대출을 일으키고 있다. 금리가 연 10%든 5%든 금새 2억원이 된다. 1억 5000만원도 못 갚은 사람이 2억원은 (금리랑 무관하게) 어떻게 갚겠는가. 그러면 또 대출을 받게 돼 있다. 금리를 낮춰서 가든 곧바로 고금리로 가든, 결국엔 상환능력이 떨어져 신용대출을 받게 된다. 그러면 빠져나올 수 없는 ‘대출의 덫’에 빠지게 된다. 상환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문제다.

▶김=우리가 보는 사람들은 소득에서 20% 정도가 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그렇게까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아니다. 대출을 갚을 능력이 안 된다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성=두분이 말씀하시는 가계대출 채무자의 주체가 다른 것 같다. 제 대표님은 저소득 자영업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김 박사님은 중산층 근로소득자들을 염두해두신 듯하다. 현장에서 볼 때, 두분의 논의는 어떤가.

▶기=중간자적 입장이다. 금리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고금리를 저금리로 전환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한테 “일단 너 죽고 보자”는 것과 똑같다. 일부 상담자 중에서는 저금리 전환대출인 ‘바꿔드림론’을 통해 숨통이 트이고 재기하는 사람도 있다. 금리를 낮춰주면 뭐하나 또 빚쟁이가 될 텐데라는 식의 접근은 무책임하다.

▶성=실제 성공사례도 존재하나.

▶기=사회초년생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요즘 대부분 사회초년생들이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돈이 필요해 은행에 갔는데 거절을 당한다. 그럼 어디로 갈까.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한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은 대출 중개업자들이 장악했다. 저금리 신용대출은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고금리에 대한 개념도 없다. 대학생들도 대부업체의 연 30~40%를 당연하게 여긴다. 은행권 대출은 까다롭고 힘들다. 하지만 대출 중개업자들은 팩스 몇장이면 바로 대출을 해준다. 몰라서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런 사람들에 바꿔드림론 같은 상품은 엄청난 도움이 된다.

▶성=김 박사님께선 소비여력은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생활비가 부족한 하우스푸어에 대한 금리 감면을 지적하셨다. 전체 상담건수 중에 하우스푸어들도 많은 편인가. 과거 5년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기=전체 상담 건수에 하우스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다. 비율도 5년전과 비슷하다. 나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았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언론에서 말하는 대단한 정도는 아니다. 그런 사람은 소수다.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생활비 마련 ‘신용대출’

▶성=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언론이 다루는 정도에 따라 더 심각하게 느끼기도 하고 덜 심각하게 느끼기도 한다. 주체별로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다.

▶김=심각성에 대해선 다들 동의한다. 가계부채 비율이 늘어가는 질적인 비율을 봐야 한다. 담보대출을 일으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사람들은 최근 줄었다. 그렇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려 소득 여건 개선이 안 되는 것이 문제다. 생활 관련한 지출 요인이 늘었다.

▶성=최근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 보다는 생계형 자금이 더 많은 것 같다.

▶제=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 한국의 가계부채 중 담보 대출이 42%다. 나머지 52%가 신용대출이다. 주택담보 대출이 줄어서가 아니라. 생활비 대출로 인한 질적 악화라고 할 수 있다. 소득 수준을 뛰어넘는 대출이 공급되는 게 문제다.

특히 에듀머니가 서울시 1000명 대상 중산층 조사한 결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3개 이상의 대출이 있는 가구가 골고루 퍼져있다. 10가구 중 6~7가구는 악성화가 진행됐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가계 부채의 악성화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넘어선 것으로 본다. 그 사이에 신용대출 증가폭이 크고 속도가 빨랐다.

▶기=정부는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선, 우리나라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부채가 심각한 문제다. 계속 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5년전과 지금의 모습이 굉장히 다르다. 그때는 상담 내용이 연봉 대비 부채 비율이 100%, 지금은 150%, 200% 수준도 많다. 그때는 상담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악성화될대로 된 상태다. 실제로 대처 할 수 있는 방법들이 거의 없다.

▶성=그렇다면 현장에서 느끼는 가계부채의 원인은 뭔가.

▶기=정보의 불균형이다. 대출이 많은 사람들은 대단한 이유가 있지 않다. 대부분 대출이라고 하면 은행을 생각하지만, 실제 은행의 벽이 높다. 은행이 안 됐을 때 그 다음은 뭔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손쉽게 접하는 게 대출 중개업자다. 이들에겐 고금리를 팔 수록 본인의 수수료가 많아진다. 첫 대출의 시작부터 과도한 이자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1000만원을 받고 싶었는데, 고금리에 2000만원을 받게 된다. 급하다보면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에 관한 정보전달이 올바르게 이뤄지지는 않는 것이 문제다.

▶성=에듀머니는 이런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

▶제=정보를 떠나서 대출은 없는 것이 가장 좋다. 근본적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대출을 권유하는 시스템이 문제다. 한달에 100만원 버는 사람한테 3000만원씩 빌려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자선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상담을 하다보면 황당한 경우가 많다. 단돈 100만원도 못 갚을 사람한테 왜 빌려줬냐. 선진국과 우리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선진국은 소득 수준을 보지 않으면 약탈적 대출이라고 처벌을 받는다. 책임있는 대출 문화가 필요하다. 대부업계에서 떠도는 유명한 말이 있다. 누가 빨리 치고 빠지느냐는 것이다. 폭탄돌리기다.

“나쁜 제도라도 많았으면 좋겠다”

▶성=빚을 권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그렇다. 이런 일들이 왜 벌어지느냐. 파산이 어려워서다. 선진국은 채권 추심 자체가 어렵다. 법률가만 채권 추심할 자격이 있다. 우리는 아무나 한다. 추심원을 고용할 때 정규직도 아니고, 인센티브로 운영한다. 채권 추심 사업하기 굉장히 좋은 환경이다. 그러니까 눈에 불을 키고 추심하는 것이다. 돈을 빌려줄 때 채무자의 상환 능력은 관심이 없다. 건전한 금융을 만들어야 하는데 약탈적인 금융이다.

▶김=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담보대출 비율 규제를 해 왔다. 과거 부동산 버블 시기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것이 가계부채를 더욱 증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하지만 이미 실질 LTV(담보인정비율) 평균은 70%가 넘어가 넘었다.

▶김=평균치는 어디서 나왔나. 그런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너무 극단적인 것만 보지 마라. 전부 깡통주택처럼 말하지 말라.

▶제=한국은행 통계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부실만 키우는 꼴이다.

▶김=신용 대출을 받는 사람이 모두 상환 능력이 없다고 전제해 버리면 할 말이 없어진다.

▶제=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채권자가 잘못하면 쉽게 돈을 떼이기 때문에 한번 생활비가 부족해서 대출을 받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과잉 대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성=새 정부 출범 이후 저소득층 빚탕감을 위해 국민행복 기금이 설립됐다.

▶제=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일부를 털어주느냐. 다 털어주느냐의 문제다. 다 털어주지 않으면 생계가 힘들 사람은 다 털어줘야 한다. 대부분이 월 소득 40만원이다. 다 털어주지 않으면 10년 동안 4만 7000원씩 갚아야 한다. 시작하자마자 1회분도 납입하지 못하고 연체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기=현장에 있으면 아무리 나쁘더라도 제도가 많았으면 좋겠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양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산으로 해결할지, 국민행복기금으로 해결할지, 개인들은 이런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 있는 제도를 잘 쓰게만 해줘도 성공이라고 본다.

▶성=끝으로 개인 차원에서 어떤 교육들이 필요한가.

▶제=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교육한다. 그밖에 신용카드 쓰지 말고, 장기저축 하지 마라고 한다. 지금은 금융상품에 대한 과잉이 심하다. 매월 나가는 현금 흐름이 숨통이 틔어야 한다. 유동성이 생기면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기=개인차원에선 해결이 쉽지 않다. 최근 상담자 중에 대기업 임원이 있다. 연봉이 2억원인데 빚이 1억원이다. 소비 항목을 살펴보니 자녀 사교육비만 600만원이다. 상담을 할 때 사교육비 항목은 건드리지 않는다. 아무리 말을 해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종교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분들의 경우 상담 자체가 불가능하다. 답답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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