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은 현장에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기자수첩]

기존 진압 장비도 소송 우려에 사실상 무용지물
경찰 면책 규정 정비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
  • 등록 2023-08-31 오전 5:34:00

    수정 2023-08-31 오전 5:34: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잇단 흉기난동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저위험 권총’을 모든 현장 경찰관에게 보급할 것을 지시했다. 강력한 치안을 통해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저위험 권총이라 한들, 실제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장비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는 의식이 팽배한 탓이다.

경찰 관계자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저위험 권총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년부터 시민들은 살상력을 크게 낮춘 저위험 권총을 지닌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경찰청은 이미 관련 예산을 6배 가량 늘리며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다. 이 권총의 살상력은 기존 주력 총기인 ‘38구경 리볼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위험을 최소화하고 경찰관의 적극적인 범죄 진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논리에서 의문이 드는 대목은 현재 범죄자들의 도발 행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 수단이 없느냐다. 이미 가스분사기나 테이저건, 권총 등 다양한 장비가 도입도 운영되고 있다. 유사시엔 총기까지 사용해 범인을 제압하라는 게 경찰의 대응 매뉴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경찰들의 권총은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흉악범죄가 없어서일까? 아니다.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직무수행 과정에서 고소를 당해 정부로부터 소송 비용을 지원받은 공무원 중 절반 이상은 경찰이다. 범죄자를 제압하기 위한 물리력 행사로 해당 범죄자가 다치기라도 하면 무조건 소송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는 웃지 못할 푸념도 나온다.

문제는 제도다. 특히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현장 경찰관의 물리력 사용에 대한 면책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경찰청에서 정한 매뉴얼도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많은 것을 맡기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찰의 책임을 무겁게 물고 있는 판례까지, 범죄자들을 제압해야 하는 경찰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물론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저위험 권총을 도입하는 것은 환영할만 하다. 하지만 실제 원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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