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 늑장 승인…'올림픽대로 지하화' 등 주변개발 차질 빚나

2016년 현대차 기부채납액 1.7조
정부, 집값 상승 부담에 4년 승인지연
그 새 인건비 등 공사원가 11%나 올라
서울시 "비용 넘치면 후순위사업 빼야"
  • 등록 2019-01-11 오전 4:00:00

    수정 2019-01-11 오전 4: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사옥으로 쓰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사업이 4년간 표류 하면서 주변 개발사업들이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선 1조7000억원 규모의 공공시설을 건설해 지자체에 기부해야 한다. 하지만 4년 새 공사비가 급증해 서울시가 당초 계획한 것보다 건설가능한 공공시설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사업 승인을 수차례 보류하며 승인을 지연시킨 사이 공사원가가 급상승했고, 이에 따라 기부채납 예산 1조7000억원 내에서 계획했던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는 본회의 서면 심의를 통해 현대차 GBC 사업을 통과시켰다. 이제 서울시 건축허가와 굴토심의(땅을 파기 전에 지반 안전 등을 따져보는 절차)를 마치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는 시 심의를 마치는 대로 연내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7조원 예산서 12개 공공기여 사업 가능할까

지난 2014년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며 시작한 GBC 사업은 연면적 93만여㎡에 높이 569m, 지하 7층∼지상 105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05층짜리 업무시설 외에도 관광숙박시설, 전시장,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직접 사용, 운영하는 시설만 짓는 게 아니다. 도시계획 변경에 따라 토지주가 얻게 될 이득을 사회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주변 인프라 공사를 시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현대차부지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면서 개발 추진에 따라 회사가 제공해야 할 공공기여 시설로 필수 기반시설 12개 사업을 결정했다. 시는 당시 3종 일반주거지역이었던 해당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했고 이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이 1조7491억원이라고 추산, 이 예산 안에서 현대차의 공공시설 사업을 정했다.

12개 필수 사업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올림픽대로 지하화 △탄천 동로 지하화 △탄천 서로 지하화 △동부간선도로 램프이전 설치 △국제교류복합지구 지역교통개선 △탄천 보행교 신설 및 기존보행교 확장 △국제교류복합지구 보행축 정비 △주경기장 리모델링 △학생체육관 이전사업 △탄천·한강 정비 및 친수공간 조성 △물재생시설 개선 및 하수·차집 관거 정비 등이다. 공사비가 남을 경우 8개 후보사업으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광역화 추진 △아시아공원 기반시설 재정비 사업 △SETEC부지 내 전시장 및 공연장 설치 등도 정해 놨다.

그러나 8개 후보 사업은커녕 확정된 12개 사업마저 전부 다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부채납 예산 1조7491억원 안에서 12개 사업을 해야 하는데 사업이 표류하는 사이 공사원가가 상승했다면 당초 계획했던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부채납 예산 1조7491억원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고 예산 내에서 공공시설 기여사업을 수행해야 한다”며 “만약 공공시설 공사 금액이 넘친다면 계획했던 사업 중 후순위 사업을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기부채납액 1조7491억원은 ‘상수’이고 12개 사업은 ‘변수’인 것이다.

◇2016년比 공사원가 11%↑…사업지연 정부 책임론

실제 지난 수년간 공사원가는 지속 상승해 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지수 집계를 보면 2018년 10월 수치가 130.06으로 현대차부지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됐던 2016년 9월(117.03)보다 11%나 올랐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 지수는 공사원가에 해당하는 인건비, 자재비, 기계장비 운용비 등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난 4년간 공사비가 11% 상승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공사비 상승에 따라 계획대로 공공시설 기여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GBC 사업 승인을 지연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GBC 사업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2017년 12월, 2018년 3월, 7월 총 3차례에 걸쳐 승인이 보류됐다. 위원들은 당시 강남 중심지인 삼성동에 100층 이상 대형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집중되는 데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등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투자활성화 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GBC 조기 착공을 위한 규제 완화가 논의됐으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반대하면서 또 수도권정비위원회 통과가 늦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년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서울 중심지에서 대규모 공사를 승인할 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까 우려했기 때문에 (GBC 사업 통과가) 늦어진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수년간 사업 시행자는 잘 해보려고 했는데 몇 차례나 지연됐고, 이에 따라 원래 계획했던 공공시설 기여가 줄어들게 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그렇다고 예정됐던 금액에서 더 부담하도록 사업 시행자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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