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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이경훈(28)은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는 취리히 클래식 공동 3위, 혼다 클래식 공동 7위 등을 차지하며 페덱스컵 랭킹 99위에 이름을 올렸고 125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투어 카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시즌 초반 몇 차례 위기를 이겨내고 투어 카드를 지키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다음 시즌에도 PGA 투어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해맑게 웃었다.
이경훈처럼 2부 투어에서 PGA 투어로 올라온 선수가 살아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매 대회가 끝난 뒤 리랭킹(대회별 시드 순위 조정)이 되기 때문에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하반기에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몇 개 없다. 그러나 이경훈은 당당히 PGA 투어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올 시즌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포함되며 다음 시즌에는 리랭킹에서 벗어나 올 시즌보다 더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경훈은 지난해 2부 투어에서 번 상금(26만 7671달러)의 거의 4배에 가까운 106만 1457달러를 획득했다.
그는 “100만 달러 돌파보다 기쁜 건 다음 시즌에 더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리랭킹 걱정이 없어진 만큼 올해보다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 연습 환경, 상금 등 모든 면에서 확실히 다른 PGA 투어에서 최대한 오래 뛰고 싶다”며 “올 시즌 경험을 발판 삼아 계획을 잘 세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감을 찾은 이경훈은 계속해서 페덱스컵 포인트를 추가했다. 그는 발레로 텍사스 오픈 공동 14위, 코랄레스 푼타카나 오픈 공동 26위 등 꾸준히 점수를 쌓으며 PGA 투어 카드 유지에 한 걸음 다가갔다. 지난 4월 28일 끝난 취리히 클래식에서는 자신의 PGA 투어 최고 성적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그는 팀을 이뤄 출전한 멧 에브리(미국)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고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혼다 클래식과 취리히 클래식을 통해 PGA 투어에서도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 순위를 70위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올 시즌 마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톱랭커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2월이 되기 전에 페덱스컵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며 “성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골프를 즐기기로 한 결정은 올 시즌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경훈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PGA 투어 우승이다. 이경훈은 역대 7번째 한국인 PGA 투어 우승자를 다음 목표로 삼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골프를 잘 친다고 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PGA 투어에서 우승한 한국인은 최경주(49)부터 양용은(46), 배상문(32), 노승열(28), 김시우(25), 강성훈(32)까지 총 6명이다.
그는 “반짝 잘 치는 선수가 아닌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강력한 한 방까지 갖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한 것처럼 PGA 투어 우승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