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원주 일가족 사망' 14세 유튜버, 하늘에서라도..."

'아동학대 사건' 잇따라 드러나
피할 곳 없는 아이들...'스톡홀름 신드롬' 우려
"아이 위해 기꺼이"...결국 어른들의 지속적인 관심
  • 등록 2020-06-14 오전 12:05:00

    수정 2020-06-14 오전 8:53:1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 분의 목표인 1000명을 넘어서 하늘에서라도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 수 있게 도와주자”

아이디 NBG******을 사용하는 누리꾼이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YouTuBe 리튬********’에 올라온 최신 동영상에 남긴 댓글이다.

직후 누리꾼 Beo*******은 “목표 구독자 1000명 축하드린다. 우리와 다른 곳에 계셔도 목표 달성하셨습니다. 부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두 사람이 댓글을 남긴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는 이른바 ‘원주 일가족 사망 사건’으로 숨진 14살 아들 A군으로 알려졌다.

A군은 사망 하루 전까지 게임 ‘배틀그라운드’ 관련 영상을 올리며 ‘구독자 1000명 달성을 꿈꾸던 또래와 같이 게임을 좋아하는 중학생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던 그는 지난 7일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폭발음이 들린 뒤 구조대가 아파트에 도착한 직후 40대 아버지와 30대 어머니는 1층으로 투신해 사망했다.

지난 7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이른바 ‘원주 일가족 사망 사건’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후 A군의 부모는 이혼한 상태에서 이웃 주민이 알고 있을 정도로 다툼이 잦았으며,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과 눈이 마주친 직후 아버지가 이미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아내와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등의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A군의 손과 팔에서는 어머니에게 보이지 않은 흉기에 의한 상처가 발견되면서 저항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런 점을 미뤄보아 남편이 일으킨 범행이고, 아내가 귀가하기 전 이미 사건이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사건의 경위와 상관없이 A군은 피해자인 셈이다. 이는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천안 계모 사건’, 9살 소녀가 목숨을 걸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창녕 계부 학대 사건’과 함께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천안 계모’ SNS 보니…

세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 아동 모두 부모의 싸움과 폭력 등 학대 속에서도 피할 곳 없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누리꾼이 찾아낸 천안 계모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는 과거 “우리 아드님 40㎏ 먹방(먹는 방송) 찍자”라는 글과 함께 친아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같은 나이인 숨진 의붓아들의 몸무게가 또래 아이의 평균 몸무게보다 10㎏ 적은 23㎏에 불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어린이날까지 4차례나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경찰 신고까지 이어졌지만 계모와 친부는 간단한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도 아이가 원치 않는다며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아이는 한 달도 안 돼 가방 속에 갇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이른바 ‘천안 계모’ A(41·구속)씨가 2018년에 SNS에 올린 게시물
경남 창녕에선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9살 여자아이가 4층 건물 지붕을 타고 필사적으로 탈출했다. 쇠사슬에 묶여 끼니를 제때 먹지 못한 아이는 의붓아버지와 친모에게 고문 수준의 엽기적인 학대를 받아온 사실이 알려졌다.

입에 담지 못할 학대 사실이 드러났지만 경찰 수사는 잠시 미뤄졌다. 아동 보호기관이 법원 명령에 따라 학대받은 아이의 동생 3명을 임시 보호키로 했고 아이를 데리러 간 사이 부부가 자해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부모를 응급 입원시켰다. 지난 1월 창녕으로 이사 온 뒤부터 심한 학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아이는 현재 도내 한 병원에서 퇴원해 아동 쉼터로 옮겨져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처벌 강화가 능사 아냐... 관심 없으면 같은 죽음 또 다시 마주할 것”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아동 학대의 가장 큰 문제는 범죄로 여기지 않고 부모의 훈육, 체벌,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법무부는 민법에 명시된 부모의 ‘자녀 징계권’을 없애고 ‘체벌금지’의 명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훈육이라는 말로 폭력을 미화할 수 없도록 한 것인데, 부모의 가정교육에 지나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또 아동학대범죄처벌법 11조에 따라 학대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바로 현장 조사에 나서야 하지만, 확실한 증거 없이는 집 안에 들어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장 조사를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아동 학대 사건을 다룰 때 우리나라는 유달리 아동의 의사를 굉장히 많이 물어본다. 그런데 외국은 학대의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조사해서 만약 보호의 필요성이 있으면 아동의 의사에 관계없이 일단 임시조치나 피해 아동 보호명령을 내린다. 예컨대 가해자와 떠나지 않겠다고 해도 가해자와 분리가 필요하면 분리 명령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는 학대하지 않았다고 하고, 피해 아동도 학대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게 아동 학대의 본질이다. 이런 아동 학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학대로 목숨을 잃거나 심각하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을 구제할 수 없다”며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을 언급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극도의 공포심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동화되는 현상으로, 가해자가 난처한 처지에 놓이면 자신도 난처해진다고 여기게 된다.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의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해 부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 아동을 강제 분리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며 “그런 말 백날 해봐야 1년 뒤, 2년 뒤에도 우리는 또다시 같은 죽음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가방 안에서 생을 마친 아이, 이런 비참한 죽음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벌 강화에 나 역시 찬성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다. 학대 부모로 의심하면 무조건 강제 분리를 하라고? 그게 답이 아닌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안다”며 “이 일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다. 부모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 부모 역할을 대신해줄 누군가 존재하거나 부모가 제 몫을 하게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부모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라면 그게 어렵다는 것을 다 안다. 많은 수고에 더해 돈도 많이 드는 일이다. 큰 조직, 경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 소장은 또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돈과 사람을 들일 마음이 있는 것일까? 내 생각에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럴 마음이 없다. 그냥 나쁜 부모를 욕하고 벌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고 넘어가고 싶어할 뿐”이라며 “큰 결심, 정말 아이들을 구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한데… 그런 날이 오도록 뭐라도 해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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