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소리]"韓은 안전한 국가…but driver"

  • 등록 2022-10-16 오전 8:00:00

    수정 2022-10-16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경찰이 지난 12일부터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위반 차량 단속에 나섰다. 앞서 지난 7월12일부터 시작된 3개월의 계도기간을 마치고 이날부터 단속을 시작한 것이다. 애초 계도기간은 1개월로 설정됐으나 현장에서 혼선이 감지되면서 계도기간이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청에 따르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단속 첫날에만 전국에서 총 135대가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12일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직후 한 곳에서 1시간 가량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의 수를 세었을 때 76대가 확인됐다.([르포]우회전 `일단정지` 안 지키는 차 세보니…1시간에만 `76대`) 운 좋게 걸리지 않은 차량을 고려하면 아직도 우회전 시 일시정지 정착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시정지에 그치지 않고 신호가 바뀔 때까지 서 있는 차들이 많아 교통 흐름이 원활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도기간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0명에서 22명으로 45% 감소했고 사고 자체도 4478건에서 3386건으로 24.4% 줄었다. 십수명의 사람이 목숨을 지켰는데 5~10분 늦어지는 게 대수랴.

2.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치안에는 굉장히 후한 점수를 주지만 반대로 기함하는 대목이 운전문화다. “한국의 치안은 술에 취해 새벽에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지만 운전자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외국인들의 평가다. 특히 뼈아픈 대목은 ‘보행자들이 알아서 피해주길 기대하면서 운전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도로는 차가 우선이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사람이나 이륜차의 통행마저 금지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야 차가 도로의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횡단보도를 매개로 사람과 차가 공존해야 하는 일반도로에서 차의 권리는 보행자보다 후순위여야 한다.

1997년 10년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비전 제로’(Vision Zero)의 기치를 들었던 스웨덴을 필두로 유럽은 도로의 주인을 보행자로 내세웠다.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는, 도로에서 차와 보행자가 만날 수밖에 없는 접점 ‘우회전’ 시 운전자의 책임을 더 무겁게 묻겠다는 의미다.

3. 사실 이 정도의 조치도 차의 편의를 많이 봐준 편이다. 국내국제 규정인 ‘도로표지와 교통신호 협약’에서는 빨간불일 경우 무조건 진행을 막는다.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를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는 빨간불일 때 우회전을 포함한 모든 통행을 금지시킨다.

경찰청에서는 일시정지 이후 보행자가 없으면 통과가 가능하고 단속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대법원의 해석은 다르다. 적신호 시 주변을 살피고 우회전을 진행했더라고 하더라도 이를 신호위반으로 본다는 판례가 많다.(97도1835, 2009도8222 등)

결국 일시정지 이후 우회전을 했다면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는 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원은 신호위반의 과실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4. 새로운 도로교통법으로 인해 운전자 간 마찰이 빚어지는 것이 이 대목이다. 보다 조심 운전을 지향하는 운전자는 보행자가 없더라도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린다. 급한 볼일이 있는 뒤차 운전자는 보행자도 없는데 앞차가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서부터 차례로 우회전 신호등을 더 보급해야 한다. 신호등 한 대당 설치 비용이 1000~1500만원선이라고 하니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겠지만, 안전을 위한 비용은 얼마든지 감수할 필요가 있다.

비보호는 좌회전을 할 경우 많이 쓰이지만 원칙적으로 우회전도 보호받지 못하는 운행법이다. 오히려 파란 신호에서만 허가되는 좌회전보다 빨간불에서도 제한적으로 가능한 우회전이 운전자의 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는 38.9%로 OECD 회원국 중 두번째로 높다.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는 더욱더 강화돼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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