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통합시너지 잠식하는 조직내 갈등

  • 등록 2000-08-28 오전 8:22:48

    수정 2000-08-28 오전 8:22:48

"조직통합에 따른 갈등은 어디에나 있고, 전임 위원장들의 측근중심 업무수행과 정실인사가 기존질서를 흐트려 놓음으로써 갈등의 골이 깊어진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은감원이 다 해먹는다고 하지만 사람이 많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뿐입니다"(은감원 출신 A팀장) "은감원이 독주(獨走)하는 경향은 있지만 금융구조조정 업무와 감독검사가 은행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은감원 출신의 중용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용근위원장때 조직이 많이 섞이면서 은감원 출신의 진출이 늘기는 했지만 증권분야 업무는 증감원 라인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증감원 출신 B과장) "아버지도 없고 형도 없는데 어린 자식이 어떻게 제대로 기를 펴고 살겠습니까. 통합 출범전부터 보감원을 바라보는 이헌재 위원장의 시각이 좋지 않았습니다.통합때 보감원 출신임원은 모두 잘렸고 이정보 전 원장이 구속된 뒤 보감원 직원들은 아예 고개를 숙이고 삽니다. 직원들 사기요? 애초부터 그런 건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보감원 출신 C책임) 금감원 조직내부의 문제점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은 이처럼 출신기관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출신기관이 다른 직원 3명의 발언이 전체의 생각을 대변하고 현상을 정확히 파악한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 통합 금감원 출범후 계속 강조해왔던 감독기관간의 화학적 융화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대강은 짐작케한다. "은감원-확고한 주도권 장악, 증감원-견제와 영역유지, 보감원-조직으로부터의 소외, 신용관리기금-조직내 흡수소멸" 통합 금감원 출범후 1년8개월이 지난 지금 조직내부의 출신기관별 위상은 이같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출신기관간의 세력격차는 확대됐고, 이에 따라 조직간 벽쌓기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갈등의 골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은 적지 않다. 개별감독기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통합 시너지가 생겨나긴 했지만 조직내 갈등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첫째다. 혹자는 금감원 조직의 문제를 2인3각 경기에 비유한다. 통합 금융감독기구가 은행, 증권, 보험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금융기관을 감독검사하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존의 개별감독기관이 하나로 뭉쳐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발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 후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금감원이 겸업화와 대형화라는 금융기관 변화추세에 부응하지 못한 채 은행은 은행대로, 증권-보험은 각자 기준에 따른 과거 잣대로 금융기관을 재단하고 있다는 지적은 시너지 창출 실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심각한 것은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일각에서는 "차라리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분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금감원 통합 후 기존의 감독기구들이 협조보다는 견제에 더 신경을 썼고 조직운영자들도 종래 선입견이나 업무편의에 따라 조직과 인력을 운용, 출신기관에 따른 세력불균형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은감원의 경우 통합 금감원의 확실한 주도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출범때부터 1명의 부원장과 2명의 부원장보가 상층부에 배치됐고 은행권에 대한 주요 감독검사부서는 물론 금감원 조직 기획관리, 증권 및 비은행 분야에까지 진출해 두터운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은감원의 부상(浮上)이 다른 출신기관 입장에서는 결코 곱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증감-보감원 사람들은 은감원 출신이 금감원을 다 말아먹고 자기들끼리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게 아니냐고 질시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승진이나 연수에 누락됐을 경우 점수나 능력 때문에 당락이 결정됐다고 보는 시각보다는 그 사람이 어느기관 출신이고 선발권한은 어느 기관사람이 쥐고 있는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증감원과 보감원은 통합 직후 한때 힘을 합쳐 은감원을 견제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상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증감원의 경우 증권분야의 영역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세력을 형성한 반면 보감원은 통합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조직에서 소외받았고, 이에 따른 직원들의 불만은 아예 체념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보감원은 통합출범 당시 은감-증감원과는 달리 기존 임원이 모두 경질됐고 보감원과는 큰 상관이 없는 교수출신의 40대 부원장보 한사람이 보험분야 임원을 맡았다. 더욱이 대한생명의 경영평가와 부실감독 문제로 이정보 전 보감원장이 구속되고 이후 능력있는 간부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나면서 금감원내에서 보감원의 위상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아버지도 없고 형도 없다는 얘기는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푸념이고 그동안 특정기관을 소외시킨 기존조직과 그 조직내에서 잘 나가는 특정기관 출신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제대로 통합도 해보기 전에 갈라서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한지붕 아래 사는 식구들의 형편이 함께 못 살 정도로 격이 진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2인3각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 가겠다는 의욕이 아니라 팀워크다. 옆에서 함께 발목을 묶고 있는 동료를 생각하지 않고 앞서 나가려고만 하면 팀 전체가 자빠져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된다. 신임 금감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금감원 조직의 문제를 분명히 수술하겠다고 했다.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조직운용상의 비효율 제거, 정책과 집행의 조화로운 운용, 긴밀한 협조체제" 등이다. 환부를 도려내고 상처에 약을 바르고 봉합한다고 해서 수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이 성공하려면 병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내려 환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직발전을 가로막고 통합 시너지를 잠식하는 내부갈등과 반목은 금감원이 안고있는 근본적인 고질중 하나다. 신임 금감위원장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할 일은 개별감독기구 출신들이 함께 달릴 수 있는 공동목표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주저앉거나 끈을 풀어버리려는 선수를 독려해 먼저 뛰어 나가려는 선수와 팀워크를 이뤄 공동목표를 향해 달릴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전임 두 위원장도 조직을 개편했지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작용이 많았다는 쪽으로 잠정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두 사람이 나름대로 당위성을 갖고 단행한 조직개편이 무엇을 간과했는지, 왜 부작용이 더 많았는지를 눈여겨 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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