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있는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B씨는 최근 전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10만원짜리 보증부 월세 세입자를 찾고 있다. 전세금 2억9000만원을 받아 은행에 넣어도 이율이 너무 낮아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월세가 너무 비싸서인지 찾는 사람이 없어 걱정이다.
사상 최저 금리와 전셋값 급등의 여파로 전세에서 반전세(‘반전세’)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월셋값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시중금리보다 높은 월세 비중을 높이려 하는 집주인과 최대한 월세 부담을 줄이려는 세입자가 서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세입자들이 만족할 만한 전·월세 물량은 더 귀해져 전세난은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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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반전세 전환 방식은 전세 재계약 시점에 오른 시세 만큼을 월세로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전셋값이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올랐다면 보증금 5000만원을 월세로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 세입자들은 매월 고정비용을 내야 하는 월세에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벨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수익을 생각하고 월세 비중을 크게 올려도 세입자들이 이를 꺼려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다보니 일부 지역에선 월세 물건은 넘치는데 집주인이 월세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逆)월세난’까지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치싸움으로 전·월세 전환율도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지역의 수요와 공급, 보증금 규모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산정하는 연이율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월세 전환율이 가장 낮은 서울 송파구와 성남시 분당구는 각각 4.9%, 5.2%인 반면 강원 속초시는 무려 10.0%에 이른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월세 전환율도 6.4%로, 2% 수준인 시중금리보다 3배나 높다.
“월세 50만원 넘어가면 세입자 저항”
전세 보증금 대출에 대한 이자와 관리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실제 임대료는 더 낮아야 한다.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정 월세에 대한 개념은 정하기 나름이지만 RIR이 30%가 넘어가면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임차가구의 RIR(2012년 기준)은 26.4%, 저소득층은 33.6%다.
서울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의 심리적 저항선을 50만원 가량으로 꼽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월세가 50만원을 넘으면 집이 괜찮아도 세입자들이 계약을 꺼린다”고 말했다.
박준 잠실공인 대표는 “강남에서도 전세를 살던 세입자가 매월 50만~6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라고 하면 부담스러워 한다”며 “관리비와 대출 이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주거비용이 100만원이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