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Y2K와 만난 B급 정서…도른자들을 깨울 치명작 [봤어영]

'남자사용설명서' 이원석 감독 신작
이선균·이하늬·공명 A급 배우들이 신명나게 그린 B급 무비
상황과 장르, 엇박자의 미학…호불호는 갈릴 듯
이선균의 파격 변신 눈길…캐릭터성 강한 빌런 '조나단'
  • 등록 2023-04-11 오전 9:09:12

    수정 2023-04-11 오전 9:15:58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주연 배우 이하늬가 기자간담회 때 언급한 것처럼 ‘황당하지만 사랑스러운’ 어른 동화가 탄생했다. A급 배우들이 혼신의 힘으로 그린 B급 코미디를 느껴보고 싶다면? 스릴러 한두 스푼 얹은 Y2K 추억의 감성을 덤으로 되새기고 싶다면? 그렇다면 ‘킬링 로맨스’를 선택할 것, ‘It’s Good!‘.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다.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편견을 깼던 ‘남자사용설명서’ 이원석 감독의 신작으로, ‘뷰티인사이드’의 박정예 작가와 손을 잡았다.

영화는 광고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승승장구하지만, 한 영화에 출연했다가 ‘발연기’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 톱스타 ‘여래’가 자신의 팬이었던 범우에게 용기를 얻어 연예계 복귀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연예계를 은퇴한 여래는 도망치듯 떠난 남태평양 콸라섬에서 재벌이자 환경운동가, 동물권활동가인 ‘조나단 나’를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한다. 그렇게 보낸 결혼생활 7년, 여래는 ‘조나단’의 아내이자 그의 화려함을 장식해줄 인형처럼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이 매일같이 에르메스 가방을 안겨주는데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으리으리한 성같은 집에 살지만 여래는 행복하지 않다. 조나단의 집착과 감시 아래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미소를 지으라’는 강요로 표정조차 제 맘대로 지을 수 없는 일상. 여래의 삶은 제 것이 아니었다.

여래는 조나단의 테마파크 시공 준비를 위해 잠깐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후 옆집에 사는 자신의 오랜 팬이자 사수생인 범우를 만나면서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범우의 지지와 응원으로 용기를 얻고 제안받은 영화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복귀하기로 한 것. 하지만 남편 조나단은 이를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어렵게 성사된 감독과의 미팅과 논의 내용을 휴지조각처럼 만들어버릴 정도로 조나단의 권력과 재력은 막강했다. 남편의 벽을 넘기 위해선 남편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여래는 범우와 공조해 조나단 제거 작전을 펼친다.

조나단을 ‘죽여주기’ 위해 여래와 범우가 고안한 기상천외한 작전들은 이원석 감독 특유의 익살스러운 B급 유머와 버무려져 웃음을 선사한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조나단의 감시와 마수, 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여래와 범우의 어설픈 행동들은 스릴러와 같은 서스펜스를 자아내기도. 아내를 향한 조나단의 폭력과 가스라이팅 등 불편한 장면들도 일부 있다. 다만 민감한 부분은 상당히 덜어낸 간접적인 묘사, 뮤지컬 요소를 덧입힌 동화적인 연출로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상쇄시킨다.

H.O.T의 ‘행복’과 비 ‘레이니즘’ 등 대중가요를 활용한 OST, 병맛을 극대화하는 촌스러운 자막, 90년대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코믹한 장면들이 Y2K 감성을 일깨우기도 한다. 엇박자의 미학이랄까. 뮤지컬과 어울리지 않는 심각한 상황에 오히려 뮤지컬과 코미디를 넣고, 아내의 행복을 가로막는 조나단 나의 테마곡이 H.O.T의 ‘행복’인 점 등 아이러니한 시도들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색깔을 빚어낸다.

즉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든 영화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만큼은 뚜렷하다. 오랫동안 정체된 삶을 살던 사람이라도 따뜻한 지지와 응원을 받는다면 변화할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선함은 악함을 결국 이기며,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어떻게든 그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조나단 나’와 여러 부분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범우’란 인물을 통해 이 메시지를 더욱 공고히했다. 범우는 조나단과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한 위치에 서 있다.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 정도로 미련한 면모도 있지만 특유의 ‘선함’으로 여래를 변화로 이끄는 인물이다. ‘극한직업’에 이어 이하늬와 재회한 공명은 특유의 선하고 큰 눈망울로 ‘범우’를 충실히 표현했다. 이하늬와 신명나는 연기 호흡으로 ‘맑은 눈의 광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관전포인트를 꼽자면 이선균의 변신이다. ‘조나단’은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캐릭터성이 강한 배역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든 게 ‘투 머치’하며 은은히 돌아있는 이 영화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선균을 망가뜨려보고 싶었다’는 이원석 감독의 니즈를 이행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내려놓고 보란 듯이 망가졌다. 무엇보다 여래의 감정선과 상황을 좌지우지하며, 극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악역이라 연기의 톤을 잡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가벼움과 광기, 섬뜩함의 경계를 자연스레 오가는 이선균의 연기 변신에서 그의 깊은 내공과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이하늬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극을 안정감있게 이끈 일등공신이다. 드라마 ‘파스타’, 영화 ‘극한직업’으로 각각 호흡을 맞췄던 이선균, 공명과 능청스러운 연기 케미로 관객들을 웃음으로 이끈다. 코미디를 코미디라 의식하지 않고 쏟아내고 내려놓는 이하늬의 진정성있는 연기가 이 영화의 매력을 더욱 살린다.

하지만 투머치한 극적 상황, 투머치한 연출의 연속, 뜬금없이 등장하는 노래 장면들 때문에 관객들의 호불호는 확실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사의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정제된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보기 힘들 수도 있다.

‘남자사용설명서’를 재미있게 봤던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남자사용설명서’의 반가운 흔적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제3의 인물이 영화 속 이야기를 전래동화처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부터 톱스타가 주인공이라는 점, ‘남자사용설명서’의 주인공이었던 오정세가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는 부분 등이 피식피식 웃음을 유발한다.

4월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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