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향해 날았더니 김현기 점프는 '금(金)빛'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스키점프 K-90 개인전
  • 등록 2009-02-23 오전 8:47:09

    수정 2009-02-23 오전 8:47:15


[조선일보 제공] 중국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 K-90(m) 개인전이 열린 지난 21일 오전(한국 시각) 국가대표 김현기(26·하이원)는 눈을 뜨자마자 배를 몇번이고 문질렀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었고 경기 직전까지 설사약을 먹어야 했다. 바뀐 물과 음식 탓에 지난 15일 중국에 도착한 직후부터 배탈에 시달린 그는 '배탈 때문에 경기를 망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바람이 나를 들어 올렸다"

출전선수 39명 중 김현기의 차례는 36번째였다. 점프대에 섰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통증은 잊혀지고 "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1차 점프. 시속 100㎞ 정도로 달려 무아지경 속에 점프대를 뛰는 순간 강한 맞바람이 나를 들어 올려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김현기의 얘기이다. 기분 좋게 날았다 착지하자 99.5m. 만족할 만한 성적이었다.

K-90의 경우 고도 107m의 출발점에서 고도 86m의 점프라인까지 거리 109m를 전속력으로 활강해 점프한다. 활강 속도는 시속 80~100㎞.

2차 점프 때도 마음이 가벼웠다. 다시 하늘을 날아 땅에 떨어지자 "야! 너 1등이야!"라는 동료들의 외침이 귀를 때렸다. 기록은 94.5m. 18년간 동고동락했던 대표팀 동료 최흥철, 최용직, 강칠구가 그를 껴안았을 때 김현기는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기뻤다"고 했다.

◆"철거민 막는 용역 일까지 했다"

하얼빈에 도착한 한국 선수들은 연습이 끝난 뒤 2~3시간씩 스키 정비를 직접 해야 했다. 선수 이외에 스태프는 김흥수 코치 한명뿐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처럼 전문가에게 스키 관리를 맡기고 방에서 마사지를 받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김현기는 "스키에 왁스 바르고, 말리고, 스키복 빨래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간다"며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반나절은 연습을 덜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4명뿐인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의 네번째(2001, 2003, 2007, 2009)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다. 이들은 U-대회에서 메달을 따 국내에서 스키점프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대학에 세번이나 입학했다.〈본지 2월 17일자 A25면 참조〉

김현기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보다 4~5살 어린 다른 나라 선수들을 보면 부끄러운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우리 스키점프 4인방은 피눈물나게 연습했다"고 했다. 뒤로 넘어져 뇌진탕을 입고, 앞으로 넘어져 얼굴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더 힘든 것은 주위의 무관심이었다. 스키점프를 계속하기 위해 선수들은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지난해 6월에야 실업팀에서 월급을 받기 시작한 김현기는 "막노동은 기본이고 철거민 농성을 막는 용역업체 일을 하다가 날아오는 돌과 병에 죽을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력은 정상급, 지원은 최하급

한국 스키점프는 이미 세계 정상급에 가까운 수준이다. U-대회뿐만 아니라 2003 아오모리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단체전 8위에 올랐다. 김흥수 코치는 "세계 톱 10의 성적은 그날 컨디션과 바람에 따라 결정된다.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스키점프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거의 없다"고 김 코치는 아쉬워했다.

한국의 스키점프 4인방은 23일 K-120(m) 개인전과 25일 단체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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